Daily e-sports

[기고] 저그전 결승을 마치고

[[img1 ]]안녕하세요. 온게임넷 스타리그 연출을 맡고 있는 원석중 피디입니다. 이렇게 팬 여러분들께 글로 인사를 드리게 돼 매우 반갑습니다. 제가 펜을 든 이유는 항상 스타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팬들께 이번 박카스 스타리그 2009의 시작과 끝인 오프닝과 결승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이번 박카스 스타리그 2009는 시작과 끝이 모두 ‘모험’이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최초로 물 안에서 시도됐던 오프닝부터 시작해 스타리그 10년 역사상 최초의 저그가 맞붙는 결승전까지 매 순간이 도전이었고 모험이었던 것 같네요.

박카스 스타리그의 시작이었던 오프닝. 위영광 피디님께서 제안하신 ‘물’ 컨셉트 오프닝은 참 많은 추억들을 남겼습니다. 리그가 여름에 벌어지는데다 스폰서인 박카스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물을 생각해 낸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물이 지니는 상징성을 영상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더군요. 고민하던 끝에 물의 여러 가지 상징 중 원초적인 순수함을 모태로 잡아 ‘선수들의 순수한 열정과 본성’이라는 의미로 오프닝을 찍게 됐습니다.

스타리그 오프닝은 단순한 시작 화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매우 가치 높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매 시즌마다 새로운 시도로 모험을 해야 하는 작업이죠. 그래서 물을 컨셉트로 수중 촬영을 하기로 결정됐지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수중 촬영은 전문 배우들도 수 차례 훈련을 통해 겨우 몇 컷 건질 수 있는 난이도가 높은 촬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프로다웠습니다. 5미터 풀을 두려움 없이 뛰어들어 유영하는 선수들을 보며 선수들의 순수한 열정에 저도 모르는 감동을 느끼기도 했지요. 비록 참기 힘든 숨과 높은 수압으로 인해 표정은 부자연스러웠지만 고통스러울지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그들은 진정한 프로였던 것입니다.
시작부터 큰 모험이었던 박카스 스타리그. 그리고 시간은 눈 깜짝할 새 흘러 4강 마지막 경기에 다다랐습니다. 이제동과 정명훈이 맞붙은 4강 현장을 보며 정말 뿌듯한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 삼성동 스튜디오를 연상케 하는 가득 메운 관중들의 가슴을 울리는 함성을 들으며 오랜만에 심장 박동수가 빨라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 큰 무대는 관객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관중들이 만들어 준 큰 무대에 선 선수는 극도로 감각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선수들은 확장된 감각 능력을 발휘해 명경기가 속출되곤 하죠. 그런 분위기에서 피디가 연출하는 영상은 살아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무대를 연출하게 된 것은 피디에게는 무척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제작진이 기대하는 매치업은 팬심과 다르지 않습니다. 빅 매치가 성사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리그의 성공은 흔히 말하는 흥행카드인 ‘택뱅리쌍’이 올라가느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어떤 선수가 어떤 과정을 통해 결승 무대에 서고 우승을 하게 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선수가 만들어가는 노력과 결과에 우리들은 스토리를 만들고 완성도 높은 비주얼을 조금 보탤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박카스 스타리그 결승전 한 자리를 이미 저그인 박명수가 차지했을 때 이제동이 올라가는 것보다 정명훈이 올라가는 것이 낫지 않겠냐며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 있었습니다. 누가 올라와도 두 선수 모두 힘든 역경을 딛고 올라왔기 때문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타리그 10년 역사상 최초의 저그와 저그의 결승전이 성사됐습니다. 정명훈이 올라오지 못해 아쉬운 것은 저그와 테란의 결승전을 원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단지 두 차례의 결승전을 거치며 부쩍 커버린 그리고 스타리그를 통해 스타가 된 정명훈의 탈락이 개인적으로 아쉬울 따름이었죠.

광안리 3연패 부진을 털어버리고 이제동이 진출했을 때 위영광 피디와 저는 눈이 마주쳤습니다. 또 하나의 숙제가 생겼다는 공통된 생각으로 서로를 마주보게 된 것이죠. 제작진이 저그간의 결승전을 걱정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무리 빅매치가 만들어져도 다른 종족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경기 시간 때문이죠. 또한 관객들이 이 결승전을 관전하기 위해 올림픽 경기장을 향해 나설 수 있게 하는 요소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했습니다.

스타리그 결승은 온게임넷의 모든 역량이 발휘되는 크고 중요한 행사입니다. 제작, 사업, OAP, 편성 등 모든 붓들이 결승전을 위해 움직입니다. 선배들이 쌓아 온 10년간의 노하우가 결집돼 이미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승전을 맞이할 때마다 고민에 싸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결승은 스타리그 최초 저그전이었기 때문에 온게임넷의 많은 관계자들은 집객에 최대한 초점을 맞춰 결승전을 준비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결승전을 위한 프로모션은 방송의 동영상 예고와 자막, 온라인 프로모션, 오프라인 거리 홍보 등 다양한 방면으로 진행됩니다. 위영광 피디의 ‘악몽’편, 개그맨 박명수의 응원 메시지, 현장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경품 기획, VIP 티켓 등 각각의 프로모션은 팬과 시청자들을 저그전 결승에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결승전은 박명수의 프로모션에 좀더 힘을 쏟았습니다. 개그맨 박명수의 경우 스타리그 이진경 작가가 지속적으로 취재를 하며 사전 인터뷰 허락까지 받아냈습니다. 아쉽게도 박명수의 휴가와 맞물려 영상화하지 못했지만 박명수는 결승전 이후 결과를 물어오는 등 프로게이머 박명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줬죠.

위영광 피디의 악몽편은 커뮤니티의 ‘깡소주론’을 OAP팀에서 납량특집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입니다. 팬들에게 재미로 전해지는 ‘깡소주’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시도였죠. 박명수의 선하면서 인간적이고 코믹한 이미지는 이런 여러 프로모션과 맞물려 새로운 흥미거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결승전 현장에 있던 워터스크린은 사업팀 황영민 피디와 리그 초반부터 생각했던 것입니다. 전문 워터스크린 업체를 찾아 자문을 구하면서도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우려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이번 시즌의 테마인 ‘물’을 마무리하는 장치로서 워터스크린은 결승에서 중요하고 또한 유일한 요소였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수 공연과 ‘워터 퍼쿠션(물을 이용한 난타)’ 공연이 취소되면서 현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워터스크린은 우리가 팬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요소였습니다.

정말 고맙게도 많은 분들께서 현장을 찾아주셨고 언제나처럼 열띤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저그전 결승 집객에 대한 불안함과 우려는 현장을 찾은 많은 분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저그전이라고 해도 스타리그에서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 고민과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정말 뿌듯했습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가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기까지 100년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스타리그는 이제 겨우 10년이지요. 이제 시작입니다. e스포츠를 즐기고 만들어가는 모든 분들이 그 역사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역사에 함께 할 수 있는 저는 무척 행운아라는 생각이 듭니다.

e스포츠의 태생부터 스타리그를 이끌어 온 모든 선배 피디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첫 저그전 결승이 흥행을 만들어 주신 팬들께 너무나 감사합니다. 첫 저그전 결승에 아낌없는 관심과 박수를 보내주신 팬들께 부끄럽지 않도록 더 깊은 고민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온게임넷 스타리그 원석중 피디

*본 기고의 내용은 데일리e스포츠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1한화생명 15승 3패 +21(32-11)
2T1 14승 4패 +20(30-10)
3젠지 14승 4패 +19(30-11)
4KT 13승 5패 +11(26-15)
5DK 11승 7패 +6(24-18)
6한진 6승 12패 -8(16-24)
7BNK 6승 12패 -11(14-25)
8키움 5승 13패 -12(16-28)
9농심 5승 13패 -15(13-28)
10DN 1승 17패 -31(3-34)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