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드디어 MBC게임이 메스를 들었다. 곪아터진 부분을 도려내고 새살이 돋게 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 MBC게임은 김혁섭 감독 대신 하태기 감독을 불러들여 즐거운 변화를 시도했다.
◆의욕이 없었던 지난 시즌
서경종은 지난 시즌 주장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만큼 주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한 것이 없었고 팀 내부적으로도 서경종의 역할에 대해 주문했던 것도 기대했던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서경종은 자리만 지키고 있던 주장이었다.
“지난 시즌 우리 팀 정책은 올드들이 발을 붙일 수 없는 정책이었어요. 기존 선수들 보다는 나이가 어린 선수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시스템이었거든요. 아무리 기존 선수들이 내부 평가전에서 잘해도 신예 선수들을 키워야 팀 미래가 밝아진다는 명분 때문에 기존 선수들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죠.”
![[주장열전] MBC게임 서경종 "달라진 모습 기대해 달라"](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10120123250016265dgame_1.jpg&nmt=27)
서경종은 올드들이 배척되는 팀에서 점점 게임에 대한 의욕을 잃어갔다. 그리고 그 현상은 서경종뿐만이 아니라 기존 MBC게임 선수들 모두에게 퍼져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열심히 연습을 해도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습 시간 내내 다른 생각만 하게 됐다.
“원래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게임을 그만두려고 했어요. 심각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하태기 감독님이 다시 팀을 맡게 됐죠. 하태기 감독이 ‘신예든 기존 선수든 잘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하셨고 저에게 따로 주장의 역할을 주문하셨죠. 이제서야 내가 살아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어요.”
게이머를 그만두려는 결심까지 했던 서경종은 하태기 감독의 제안에 다시 열심히 해야 겠다는 의욕을 얻었다. 이후 서경종은 다시 마우스를 잡고 신인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첫 경기 엔트리에 이름 올리다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하던 서경종은 결국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시즌 MBC게임 첫 경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것도 1세트. 이번 시즌을 시작하는 중요한 경기에 출전하게 된 것이 서경종에게는 기쁨이었고 영광이었다.
“일단 방송 경기를 나갈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했어요. 이제 저도 열심히 연습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긴 거잖아요. 방송 경기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은 후 한 경기, 한 경기를 준비할 때마다 가슴이 벅차요.”
서경종은 나이가 많아 또는 할 사람이 없어 주장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적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로리그에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팀을 이끌어가는 주장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최근 연습량을 늘리는 등 주장으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엔트리에 포함된 것 보다 승리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지난 시즌 이름뿐인 주장이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저절로 권위와 카리스마가 생길 수 있도록 성적도 잘 내고 생활적인 면에서도 모범이 될 겁니다.”
◆주장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
지난 시즌 이름뿐인 주장이었던 서경종은 이번 시즌 성적 이외에 고민이 또 하나 생겼다. 제대로 된 주장 역할을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든 서경종은 어떤 주장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에 들어갔다.
“MBC게임은 저랑 동갑인 선수가 유독 많아요. (김)동현이, (고)석현이, (김)태훈이 등 이야기 하고 나니 모두 저그네요(웃음). 그래서인지 제가 주장으로서 카리스마를 가지기에는 환경이 뒷받침 되기가 힘들죠(웃음). 그래서 어떤 주장이 될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큰 것 같아요.”
열심히 고민한 끝에 서경종이 찾아낸 역할은 ‘대변인’이다. 선수들에게 권위를 세우는 주장을 하기에는 팀 내 동갑내기도 많고 형도 있기 때문에 불가능 하다고 판단한 서경종은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생각들을 듣고 그 부분을 코칭 스태프나 프론트에게 전달하는 ‘대변인’ 역할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시시콜콜하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어요. 또한 감독님이나 코치님께 직접 말하기 껄끄러운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들을 전달하고 조율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시즌 MBC게임은 커뮤니케이션에 분명 문제가 있었어요. 그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제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예정이에요.”
선수들과 끊임없는 이야기를 통해 코칭스태프 보다 선수들의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미처 코칭스태프가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컨트롤 하는 주장이 되겠다는 서경종. 앞으로는 MBC게임이 다른 문제로 성적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서경종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마운 하태기 감독
서경종은 게이머 생활을 그만두려던 자신을 잡아주고 다시 일어서게 만들어 준 하태기 감독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가장 힘든 시기에 힘이 돼준 하태기 감독을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할 생각이다.
“저에게 기회를 주신 것 만으로도 일단 감사하죠. 서경종은 이제 퇴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감독님은 여전히 저를 믿어주셨어요. 만약 그 믿음이 없었다면 지금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꺼져가는 서경종에게 불을 지펴주고 다시 한번 마우스를 잡을 수 있게 만들어준 하태기 감독. 서경종이 전에 없던 주장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이유도 그것이 하태기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장열전] MBC게임 서경종 "달라진 모습 기대해 달라"](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10120123250016265dgame_2.jpg&nmt=27)
“감독님께서는 MBC게임에 오셔서 대부분의 것들을 바꾸셨어요.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죠. 하지만 주장은 바꾸지 않으셨어요. 왜 바꾸지 않으셨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 부분에 대해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무너진 MBC게임이 다시 강팀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정말 열심히 뛸 겁니다.”
◆달라진 MBC게임, 달라진 서경종
서경종은 2006년 MBC게임이 최고의 게임단으로 우뚝 섰던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그 영광을 재연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선수단이 하나가 되어 한 목표를 향해 뛰어갔던 그때의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주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수행하고 싶단다.
“잊고 있던 열정이 다시 가슴속에서 타오르기 시작했어요. 팀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똘똘 뭉쳐 즐겁게 게임 하던 그때로 돌아간다면 지난 시즌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서경종은 성적이 떨어진 뒤 팬들이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체험했다고. 떠나간 팬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그리고 MBC게임을 응원하고 싶어 팬들이 찾아오는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팀뿐만 아니라 서경종 자신도 변할 생각이다. 더 이상 약한 선수가 아닌 엔트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승수를 쌓으며 개인리그에서도 활약하는 MBC게임 저그 에이스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팀이 변하는 중심에 주장 서경종이 있을 겁니다. 그동안 저에게 그리고 MBC게임에게 실망했던 많은 분들께 달라진 모습 보여드릴 자신 있습니다. 이번 시즌 많이 기대해 주세요.”
글,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