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정과 신상문의 승부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태풍의눈'에서 펼쳐진 1세트에 박세정이 더블 넥서스를 펼치자 신상문은 배럭-더블 커맨드 센터로 맞불을 놓았다. 먼저 전략을 구사한 쪽은 신상문. 2개의 팩토리에서 탱크를 쏟아낸 신상문은 배럭을 늘리면서 바카닉 체제로 전환했다. 아비터 전환을 트렌드로 삼는 최근 프로토스를 잡기 위한 방책이었다.
아비터를 포기하면서 지상군을 갖춘 박세정은 신상문의 첫 러시를 다크 템플러로 자른 뒤 하이 템플러를 갖춰 밀어내며 승리했다.
2세트는 집념으로 똘똘 뭉친 신상문의 승리였다. 2팩토리 타이밍 러시를 준비하던 신상문은 드롭십을 활용하는 쪽으로 전환했지만 별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오히려 셔틀을 갖추고 리버를 통해 견제하는 박세정의 게릴라 플레이에 휘둘리면서 앞마당 확장이 늦었다.
그러나 신상문의 벌처는 혼이 담겨 있는 듯했다. 12시와 1시 지역을 계속 공략하더니 미네랄 필드가 뚫리자 더욱 정신 없이 박세정을 흔들었다. 드롭십을 타고 가다 간간히 떨어지는 탱크는 넥서스의 체력을 떨어뜨렸고 벌처의 소소한 데미지로 박세정의 확장은 하나씩 파괴됐다.
박세정의 아비터 리콜은 별 효과를 얻지 못했다. 신상문이 터렛과 탱크, 꼼꼼히 매설된 마인을 통해 수 차례 소환된 병력을 모두 잡아내는 수비력이야 말로 당대 최고였다.
결국 신상문은 사이언스 베슬을 이끌고 벌처와 탱크, 골리앗으로 박세정의 유닛을 모두 잡아내며 43분만에 역전승을 일궈냈다.
최종전은 프로토스와 테란이 보여줄 수 있는 마법을 나열한 승부였다. '단장의능선'에서나 가능한 플레이를 택한 쪽은 신상문이었다. 프로토스가 더블 넥서스를 가져가자 입구를 서플라이 디폿으로 막고 벙커를 지은 신상문은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박세정의 맞받아치기도 '대박'이었다. 신상문의 입구에 파일런을 지으면서 원활한 공격을 저지했고 넥서스 파괴 없이 막아냈다.
프로토스 박세정에게 급격히 유리해진 상황에서 신상문은 또 다시 창의적인 플레이를 시도했다. 앞마당까지 가져간 뒤 스타포트와 사이언스 퍼실리티를 건설하고 커버트 옵스를 장착한 것. 대놓고 고스트의 록다운을 시전하겠다는 뜻을 펼쳤다.
이를 옵저버로 모두 확인한 박세정의 선택은 클로킹 필드를 활용한 1차 러시. 200을 먼저 채운 박세정은 아비터의 클로킹 필드를 활용해 신상문의 앞마당 지역으로 과격하게 러시를 시도했다. 탱크를 줄여주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러시는 큰 효과를 냈다. 이어지는 아비터의 비틀기 1시 리콜로 인해 신상문의 커맨드 센터는 파괴됐다.
이것으로 경기는 끝났다. 그렇지만 신상문의 혼을 담은 플레이는 계속됐다. 12시 미네랄 확장에서 자원을 채취하기 위해 커맨드 센터를 제대로된 위치에 놓지도 못한 신상문은 5시와 11시에 위치한 프로토스의 넥서스를 동시에 파괴하기 위한 무시무시한 전술을 구상한다. 5시 확장을 타격할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고스트를 배치하고 핵폭탄과 EMP 쇼크 웨이브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5시 넥서스를 깼다. 11시는 탱크와 벌처로 타격을 입혔다.
만약 박세정이 아비터에 의존했다면 경기는 2세트와 마찬가지로 신상문에게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세정 또한 신상문만큼이나 현명했다. 스타게이트를 늘린 박세정은 캐리어로 전환을 꾀했고 유리한 고지를 계속 점령했다.
신상문의 탄탄한 방어를 깨기 위해 박세정이 택했던 판단도 빼어났다. 신상문의 골리앗이 생산되는 본진 팩토리를 파괴한 선택은 최고였다. 병력 생산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상문은 본진으로 골리앗을 돌렸고 박세정은 앞마당과 12시로 이어지는 언덕 아래에 배치된 탱크를 모두 깨뜨렸다.
결국 신상문의 마지노선은 무너졌고 아비터를 대동한 박세전의 지상군이 유유히 테란의 본진으로 입성했다. 신상문은 본진에다 핵폭탄을 사용하면서 항복 신호를 대신했다. 이렇게 1시간 40분의 경기는 마쳤다.
스타크래프트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두 선수에 대한 칭찬이 대단했다. 박세정의 치밀한 상황 판단과 병력 전환도 빼어났다는 평가를 받았고 신상문의 투지와 인내를 높이 사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팬들은 "최근 들어 프로토스와 테란의 결승전이 거의 열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런 경기력을 선보인다면 스타크래프트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