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인터뷰] 청두에서 만난 이제동-송병구 "이제동뱅순신"](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11150203020017899dgame_1.jpg&nmt=27)
두 선수를 만난 것은 김택용이 조별 토너먼트를 펼치고 있던 지난 13일. 할일이 없어 심심했는데 인터뷰를 하게 돼 다행이라며 들뜬 표정으로 나타난 두 선수와 인터뷰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됐다.
얼마 전 데일리e스포츠에서 이제동과 손주흥의 절친노트 인터뷰가 나간 뒤 많은 사람들은 이제동의 '스킨 뚜껑 집착'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제동은 절친노트 인터뷰에서 “손주흥이 스킨을 쓰고 뚜껑을 닫아 놓지 않을 때마다 화가 난다”고 말하며 물건을 제자리에 두었으면 하는 소망을 밝혔었다.
더블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송병구는 “지난 번 제동이 절친노트 인터뷰를 보고 공감하는 부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송병구 역시 “나도 화장품 위치가 제자리에 없으면 무척 화가 난다”고 말했다. 더블 인터뷰를 하기 전부터 이미 스킨뚜껑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두 선수의 인터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빠져보자.
DES=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스킨뚜껑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다니, 정말 독특하다.”
송병구=그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아요. 저도 제가 놓아둔 화장품 위치가 달라진다거나 스킨 뚜껑이 열어져 있으면 화가 나더라고요(웃음). 제동이 기사를 보고 얼마나 공감했는지 몰라요(웃음).
이제동=그것 봐요.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니까요(웃음).
송병구=스킨 뚜껑도 뚜껑이지만 저는 화장솜이 더 화가 나요. 저는 일부러 화장솜 개수를 세어놓거든요. 그런데 말도 없이 화장솜 숫자가 줄어들어 있으면 화가 나더라고요.
이제동=맞아요. 화장솜 값이 비싸지는 않지만 없어지면 정말 짜증나는 물건이거든요. 저도 화장솜을 사용하는데 자꾸만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화장솜을 깊숙한 곳에 숨겨놓고 써요(웃음)
송병구=저는 제 화장품을 쓰는 게 정말 싫더라고요. 기능을 제대로 알고 썼으면 좋겠어요. 그냥 비싼 것 같으니까 막 바르는 사람도 있거든요. 하지만 화장품이라는 것이 원래 자신의 피부에 맞는 것을 써야 하잖아요. 정말 화가 난다니까요.
이제동=지난 번에도 말했듯 옷을 허락 없이 입는 것도 화가 나죠.
송병구=저도요. 가끔 제 옷을 그냥 가져가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산 옷을 저보다 많이 입는 사람도 있고요. 가끔씩 ‘욱’ 해요(웃음). 글고 제가 빨래를 몇 달에 한번 하거든요(웃음). 그래서 양말을 찾으면 없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요즘은 공용 양말을 사서 쓴다니까요.
이제동=무척 공감하는 이야기네요(웃음).
◆이제동네루저? 이제동 뿔났다
인터뷰를 하기 전 네이버를 검색하던 이제동. 이제동까지 치면 WCG 같은 것이 자동 검색으로 완성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어이없게 ‘이제동네루저’가 뜨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키가 180cm 이하인 남자는 ‘루저(Loser)’라고 말한 한 사람 때문에 ‘이제동네루저’라는 것이 유행을 하게 된 것을 확인했다.
DES=무척 어이없어 하는 것 같은데
이제동=사실 WCG에 관한 기사들을 읽으려고 검색을 해봤는데 갑자기 ‘이제동네루저’가 뜨는 거에요. 물론 제 키가 180cm가 안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어처구니가 없잖아요.
송병구=나도 루저인가? 제 키가 179.8cm정도 되거든요.
이제동=설마 2mm로 루저겠어. 검색해 볼게.(검색 후)형은 루저 아니다. 네이버 프로필에 180cm로 나오는데?
송병구=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웃음). 근데 무슨 남자를 키로 가지고 위너니 루저니 하냐. 진짜 웃기네.
이제동=내 말이. 아니 프로게이머 중에 180cm 안 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 나만 ‘이제동네루저’로 뜨는 건 뭐냐고. 키도 거의 다 자란 것 같은데 큰일났어 큰일. 나 루저로 살수는 없단 말이지.
송병구=신경 쓰지마. 뭐 사람이 키가 전부인가?
DES=남자들은 왜 이렇게 키에 집착을 하는 것일까?
이제동=저도 잘 모르겠지만 왠지 키에 집착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인 것 같아요. 물론 키가 작다고 여자친구를 사귈 수 없다거나 사회생활을 하기 힘든 것은 아니지만 왠지 키가 크면 더 멋져 보이잖아요. 옷발도 살고.
송병구=옷발이 사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일단 키가 크면 무슨 옷을 입어도 예쁘잖아요.
이제동=아무튼 빨리 2cm 더 자라야겠네요(웃음).
◆성적, 그 아이러니함
DES=최근 두 선수의 기세가 정반대인 것 같은데.
이제동=이상하게 성적이 안 나오더라고요. 연습은 지난 시즌보다 더 열심히 하는데 경기 때 예전의 느낌이 오지 않아요. 절대 질 것 같지 않은 느낌. 이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다승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승률도 높았던 것인데 최근 경기장에 가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것이 느껴져요.
송병구=저한테 기세가 좋다고 하는데 저는 그 소리를 듣고 오히려 화가 나더라고요. 그렇게 나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나 싶었어요. 당연히 올라가야 할 스타리그와 MSL 본선에 진출했고 프로리그에서 2승1패를 했을 뿐인데 기세가 좋네 어쩌네 말을 들으면 많이 속상하더라고요.
이제동=나랑 반대네. 나는 요즘 기세가 좋지 않아서 스트레스인데(웃음). 이번 시즌 초반에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가 예전의 날카로운 눈빛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많이 하던데 그만큼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어요. 이상하게 부스안에만 들어가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송병구=그래도 제동이 너는 조금만 못하면 기세가 떨어졌다는 말을 듣잖아. 그건 그만큼 너에게 기대치가 높다는 이야기지. 나는 예선으로 내려가지 않았다고 기세가 좋다고 하잖아. 아직 나는 개인리그 예선으로 갈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당연히 올라가야 할 곳에 올라간 것뿐인데 기세가 좋다는 말을 들이니까 자존심이 상해.
이제동=그럴 수도 있겠다. 정말 기세가 좋다, 나쁘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송병구=내 말이 그 말이야. 제동이 너는 양대 개인리그에 다 올라가 있지, 프로리그에서 성적이 나보다 좋지. 그런데 너는 기세가 나쁘다고 하고 나는 좋다고 해. 잘 할 때는 조금만 못해도 기세가 떨어진다고 하는 것이 싫었는데 지금은 정말 조금 잘한다고 기세가 좋다는 말을 듣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아.
이제동=그렇게 생각해 보니 또 그러네. 형 말대로 나도 그런 일에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겠다. 나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을 했는데 기세 좋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지는 않아. 그런데 병구형, 아마 형에게 기세가 좋다는 말을 하는 것은 지금 프로토스들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일 꺼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DES=김태형 해설위원이 우승자로 송병구를 지목했는데.
이제동=라인의 힘이에요(웃음). 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한다니까요(웃음).
◆WCG 욕심의 차이
DES=중국에 와보니 어떤가.
이제동=저는 사실 해외를 나오면 좋고 내심 설레요. 그런데 이번 중국은 그렇지 않았어요(웃음). 일단 비행 시간도 짧고 같은 아시아다 보니 신기한 풍경 같은 것이 별로 없다 보니 흥이 나지 않더라고요. 빨리 대회를 치르고 가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송병구=저도 빨리 대회를 치르고 가고 싶어요. 사실 저 외국 싫어하거든요(웃음). 왜냐하면 막 게임을 하고 싶은 열정이 생겼을 때 항상 해외에 나와 게임을 못해 그 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WCG 이후 성적이 항상 좋지 않았어요. 외국을 한번 다녀오면 연습량이 딸리는 데다 생활 패턴도 바뀌기 때문에 외국에 나오는 것 자체가 너무 싫어요. 그리고 신종플루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아마 저는 걸려도 안 죽을 것 같아요(웃음). 사실 귀찮아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기는 쉽지 않네요(웃음).
DES=그래도 WCG에 대한 욕심은 상당할 것 같다
이제동=사실 저는 욕심이 정말 많아요. 우승을 해야 한국에 웃으면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송병구=저는 외국인에게 지고 떨어져도 웃으면서 한국 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만큼 이번 대회에는 마음을 비우고 왔어요.
이제동=저렇게 말해 놓고 우승한다니까요(웃음). 원래 마음을 비우고 경기를 하는 사람이 제일 잘하는 거니까요.
송병구=결승전에서 제동이랑 붙을 수도 있겠네요.
이제동=만약 그렇게 되면 왠지 좋을 것 같은데요? 지난 WCG 8강에서 떨어진 복수도 할 수 있고요(웃음).
송병구=너는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나한테 이겼잖아!
이제동=이미 잊은 지 오래야. 그리고 여긴 WCG잖아.
◆놀러와, 빨리 놀러와
DES=끝으로 두 사람이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씩 해 달라
이제동=병구형이 지금 살을 빼고 있는데 지금보다 살을 조금만 더 찌우고 몸을 만들면 최고일 것 같아. 사실 나는 하나도 부럽지는 않아(웃음). 나는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거든.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는 재미와 먹는 행복을 줄이고 싶지는 않아(웃음).
송병구=알았어, 명심할게(웃음). 제동아. 내가 영무 옆자리인데 지난번에 네이트온을 하는 것을 보니 영무랑 채팅을 하면서 서래마을에서 고기를 사준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 나 꼭 끼워줘야해(웃음).
이제동=형을 일부러 빼려던 게 아니라 그냥 장난처럼 던진 말들이었어(웃음).
송병구=나도 농담이야(웃음).
이제동=진짜 내가 사줄게. 대신 내 연습 시간 끝날 때 칼같이 맞춰서 우리 숙소 앞으로 와, 내가 쏘니까 그 정도는 해주겠지(웃음)?
송병구=연습 시간이 언제인지 자세하게 알려줘. 영무랑 명환이랑 달려갈게(웃음).
차마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있었던 두 선수의 더블 인터뷰. 서로 결승에서 만나면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자며 신나게 수다를 떠는 두 선수의 모습에서 ‘절친’의 향기를 느꼈다. 두 선수의 우정이 해외에서도 또 국내에 들어가서도 영원하기를 바란다.
글,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