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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아처와 엔엘베스트

생각대로T 스페셜포스 프로리그 2009 시즌2 대회가 한창이다. 지난 4월 한국 e스포츠 사상 최초로 국산 게임을 가지고 연중 대회가 계속되는 프로리그 형식을 빌어 대회를 개최한 스페셜포스 프로리그가 벌써 두 번째 시즌의 1라운드를 마쳤다.

스페셜포스 프로리그 시즌1에서 최고의 화두는 리퓨트라는 세미 프로팀의 활약이었다. 시즌에 돌입하기 전 드래프트를 통해 기업팀과 클랜팀이 손을 잡는 형식으로 프리 대회를 열었고 8개 참가팀 가운데 5개 팀이 스타크래프트 팀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과 손을 잡고 스페셜포스 프로리그에 참가했다. 프로리그 선발전을 통과했지만 드래프트에서 실패한 3개 팀은 세미 프로라는 이름으로 프로리그에 뛰어들었고 그 가운데 한 팀인 리퓨트는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다. 리퓨트의 활약을 지켜본 KT는 정규 시즌 막판 리퓨트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시즌1에서 아쉽게 정규 시즌 3위에 머문 아처와 7위에 랭크된 엔엘베스트는 기업팀에 인수되지 못하고 시즌2에도 세미 프로의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두 팀이 이번 대회에 임하는 자세는 완벽히 달라 보인다. 아처는 이기기 위해 죽어라 뛰면서 3, 4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엔엘베스트는 7전 전패로 최하위에 랭크돼 있다.

두 팀이 극과극의 성적을 내는 이유는 무얼까. 창단이라는 목표에 근접했던 팀과 애당초 목표를 갖지 않았던 팀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엔엘베스트 선수들과 팬들이 이 글을 본다면 야박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스타크래프트 팀들이 창단하는 과정을 지켜본 기자는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05년까지의 스타크래프트 팀들과 2009년 스페셜포스 팀들의 입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2005년까지 KTF, SK텔레콤, 삼성전자, 한빛 등 몇몇 기업들이 스타크래프트 팀을 운영하고 있었고 다른 팀들은 정말 근근이 버텨왔다.
신규 콘텐츠로서 인기를 얻었지만 수입이나 팀 운영 면에서는 클랜 팀이나 다름 없었다. 많이 알리기 위해 이벤트나 행사장을 죽어라 뛰었고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라도 더 배출하기 위해 새벽까지 연습을 강행했다. 그 결과 현재의 안정적인 기반이 마련됐다.

아처와 엔엘베스트에게 더 많은 노력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리그를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지방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가 1주일에 한 번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 각자 PC방에서 연습하다 보면 대회 출전료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KT가 리퓨트와 아처를 놓고 어느 팀을 인수할 지 고민하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냉혹하다 못해 싸늘하다. 만약 아처가 1위였다면 KT 롤스터 선수들의 팀 이름은 여전히 리퓨트였을 수도 있다. 순위가 곧 기량이다. 잠재력은 부수적인 요소다.

아처가 최근 승자 인터뷰에서 창단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시즌 눈 앞에 다가온 창단 카드를 잃고 난 뒤 실의에 빠졌다가 요즘 투지를 살리면서 "반드시 창단하겠다"는 목표로 선회했다고 한다. 엔엘베스트의 바람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리그에 계속 출전하고 좋아하는 게임을 계속하면서 연봉과 지원을 받고 싶을 것이다.

순위는 곧 기량이고 프로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호소력 있는 요인이다. 독기를 품고 덤비지 않으면 창단이라는 결과물은 저절로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물론 세미 프로팀이 선전한다면 이들을 인수할 만한 기업을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앞장 서서 알아볼 수도 있다. 아직 부족한 처우 부문도 개선의 여지가 생긴다.

아처와 엔엘베스트 두 팀이 심기일전하고 2라운드에 돌입하길 바란다.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는 아처로서는 기업 창단을 위한 일보 전진이 필요하고 7전 전패에 빠진 엔엘베스트는 다음 시즌에도 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위해서라도 분발이 필요하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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