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과 26일에는 MSL과 스타리그의 포문을 여는 조지명식이 열렸다. 그러나 포문만 열었을 뿐 포탄이 발사되거나 포성이 들리지는 않았다. 막을 열었을 뿐 시청자나 팬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너무나도 평온하고 고요했다.
분위기는 고석현이 띄웠지만 스틸 드래프트 자체는 무난했다. 우승자 이제동은 스타리그에서 당했던 패배를 갚기 위해 전태양을 자신의 조에 넣기 위해 권리를 행사했고 같은 팀 구성훈을 원하는 조에 넣어주는데 신경썼다.
26일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조지명식에는 '추노' 고석현마저 없었다. 선수들의 등장도 평범했고 특별한 코너도 없었다. 흐름 자체도 평이했다. 시드 배정자에게 주어진 '골든볼'이라는 권리를 사용한 시드배정자는 없었다. 시스템을 제대로 숙지한 선수가 없었고 복잡하게 생각하느니 포기하겠다는 식의 지명이 이어졌다. 이영호에게 주어진 최고의 권리는 웅진 스타즈 선수들이 같은 조에 들어와 있는 것을 빼주기 위한 선택지로 사용되는데 그쳤다.
왜 조지명식에서 흥미와 재미라는 요소가 제외됐을까. 조지명식의 진정한 재미는 선수들간에 오가는 대화다. 팬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친분을 공개하고 이 자리를 통해 특별한 라이벌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발언이 오가기에 흥미진진했다. 애시당초 조지명식 자리를 만들게 된 이유도 스타크래프트계에 존재하는 라이벌들을 한 자리에 모아 토크쇼를 진행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임요환과 홍진호는 화려한 언변을 구사하며 라이벌 관계를 돈독히했고 최연성과 이윤열은 조지명식을 통해 애증 관계임을 널리 알렸다. 이성은은 현란한 댄스 실력과 톡톡 튀는 언변으로 좌중의 주목을 받았고 김택용과 진영수는 '보험록'이라는 특이한 매치업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조지명식은 지명만을 위한 행사로 끝이 났다. 이번 조지명식 역시 지명에 '충실'했다. 연출자들은 본론 이외의 재미거리를 만들어내길 원했지만 선수들은 원칙을 지켰다.
e스포츠는 경쟁이라는 측면에서는 스포츠를 지향하지만 조지명식이나 미디어 데이와 같은 특별한 행사에서는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한다. 그래서 행사를 만들고 방식을 바꿔가면서 새로운 재미를 주는 무대 장치를 만들었다.
선수들에게 연예인과 같은 기질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팬 서비스라는 프로의 또 다른 사명감을 고려하고 이름을 알리기 위한 무대를 만들어 놓았을 때 활용하길 바랄 뿐이다.
고요한 수면에 돌 하나를 던지면 물결이 퍼져 간다. 한자어 '파문'의 뜻이다. 누군가가 '파문'을 일으키지 않으면 '여파'도 돌아오지 않는다. 다음 시즌 조지명식에서는 누군가가 조지명식이라는 형식에 돌을 던져주길 기대한다. 돌을 던진 주체가 MSL과 스타리그 연출자든, 진행자든, 선수든 파문을 일으켜야만 팬들이 '여파'를 돌려주지 않겠는가.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