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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KT가 광안리를 제패하려면

중간 계투 강해야 우승 가능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두산 베어스가 5승1패로 리그 선두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선발진이 강한 팀보다는 중간 계투가 강한 팀들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10 시즌 프로야구는 스트라이크존을 넓히면서 '투고타저'를 노렸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득점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선발 투수들이 무너지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면서 중간 계투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엇갈리는 양상을 읽을 수 있다.

중간 계투가 중요한 이유는 다양한 구질을 갖고 있는 선수를 기용함으로써 타자들의 눈을 현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5회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 투수의 경우 타자는 적으면 두 번, 많으면 세 번 가량 구질을 파악할 수 있다. 패턴을 읽을 수도 있고 구질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중간 계투를 두 번 상대하는 일은 거의 없기에 타자로서는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고약하다.

프로야구와 e스포츠, 특히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는 승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KT 롤스터에게는 중간 계투라는 단어를 유의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4월3일 위너스리그 결승전에서 KT의 우승을 지켜본 팬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10년만에 처음으로 단체전에서 우승해서 축하하고 이대로 가면 광안리 결승에서도 우승할 수 있다 쪽과 이영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프로리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결승전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기자는 후자의 의견에 크게 공감한다. KT는 위너스리그 들어오면서 이영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컸다. 3라운드에서만 19승3패를 기록했고 결승전에서 거둔 3승까지 포함하면 이영호는 천하무적이었다. KT도 이영호를 선봉으로 자주 출전시키기 보다는 뒷문을 걸어 잠그는 마무리 카드로 활용하면서 10승1패에 결승전 승리도 챙겼다. 이영호에 의한 우승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물론 위너스리그를 이영호 혼자서 치른 것은 아니다. 박지수가 8승7패, 김대엽이 7승3패 등으로 활약해줬기 때문에 이영호가 부담을 덜었다. 08-09 시즌처럼 이영호가 이겨야 팀이 승리하고 패하면 지면 팀도 지는 양상이었다면 이영호가 이렇게 80%를 상회하는 승률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위너스리그 시즌 막판 상위권 팀간의 순위 싸움에 돌입하자 KT는 이영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일단 KT가 세 세트를 내주고 나면 마지막에 출전하는 선수는 무조건 이영호였다. 이영호는 팀의 요구를 100% 이행했고 결승전을 포함하면 최종전 15전 15승의 괴물같은 성적을 냈다. 그 결과 KT는 우승했다.

그러나 4, 5라운드에서는 이영호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 1~4세트에서 이영호가 이기고, 에이스 결정전에서도 이긴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1승은 다른 선수가 해줘야만 KT가 승리할 수 있다. 교량을 이어줄 매개체가 절실하다.

5전3선승제는 그나마 낫다. 한 명만 이기면 이영호가 2승을 거두면서 이길 수 있다. 그렇지만 7전4선승제가 되면 상황은 확연히 달라진다. 이겨야 하는 카드를 한 장 더 보유해야 한다. 이영호 이외에도 두 명의 필승 카드가 더 필요하다.

KT 이지훈 감독은 09-10 시즌에 들어오면서 선수들에게 이영호를 한 세트에 출전시키면서도 팀이 승리하는 방식을 강조했다. 위기의 상황에는 이영호를 택하겠지만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를 줄이고 다른 선수들의 활약을 끌어내겠다는 운영 방안이었다.

이 감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우정호, 김대엽이 프로토스 종족의 대표로 성장했고 박찬수와 김재춘, 배병우, 고강민이 각자의 특색을 살려 저그 라인을 끌어 가고 있다. 박지수의 기량이 살아나면서 이영호를 받쳐줄 테란도 확실히 갖췄다.

그렇지만 여전히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만약 우정호가 이재호를 끊지 못했을 경우 이영호가 4명을 모두 잡아낼 수 있었을지는 확언할 수 없다.

KT가 진정 원하는 우승컵은 위너스리그 트로피'따위'가 아니다.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제는 광안리 결승전 우승컵이다. 이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코칭 스태프와 선수단의 끝없는 고민과 치밀한 준비과정을 통한 선수 육성이 절실하다.

KT는 프로리그 전체 성적에서 27승6패로 2위 MBC게임, STX와 여섯 경기 차이로 앞서 있다. 만약 이영호를 기용하지 않으면서 남은 22경기 가운데 절반만 이긴다면 광안리 결승전 직행 티켓을 얻을 수 있다.

KT 선수단에게 제안을 해본다. 엔트리에 이영호를 넣지 않고 4, 5라운드를 운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영호에게는 개인리그에 집중할 시간을 제공하고 다른 선수들에게는 이영호가 없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립심을 고양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우승하는 팀이 원맨팀이었던 적은 없었다. '너무나도 많은 무기'를 갖추지는 못하더라도 석 장의 확실한 카드만 보유한다면 최고의 자리에 섰다. 특히 7전4선승제, 최종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중복 출전이 금지되기 시작한 이후 한 명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일은 위너스리그에 국한된 운영법이다.

성공적인 중간 계투진을 꾸리는 것이 올해 프로야구의 화두인 것처럼 KT가 남아 있는 3개월 동안 찾아내야 하는 일은 두 장의 확실한 승리 카드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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