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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기업 철수 발언 철회해야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석고대죄하고 재발 방지 힘 쏟을 때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지자 e스포츠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안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좋지 않은 소식은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팀을 해체하고 발을 떼려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게임단 자체 조사를 통해 승부조작 사건이 사실로 밝혀지자 일부 기업은 "우리 선수 중 한 명이라도 언론에 언급된다면 게임단을 해체하겠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우리 선수가 연루되지 않았다고 해도 언론을 통해 기사가 나가면 게임단을 접겠다"는 이야기를 한 게임단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e스포츠를 키워온 선수나 관계자, 언론들에게 선수를 볼모 삼아 기사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입을 막으려는 행태다.

기업이 프로게임단을 창단했을 때는 기업 입장에서 취할 이득이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입장료를 받지도 못하고 근간도 탄탄하지 못한 e스포츠 업계이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고, 시청자나 관객들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소비자로 성장할 경우 홍보 효과를 통한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통해 잠재적인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업계에 발을 들인 기업들의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불법 베팅 사이트 사태로 인해 기업의 이미지가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을 맞자 "이런 업계에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며 팀을 해체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은 e스포츠를 기업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삼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기업의 책임이 아닌 선수들의 인성 문제로 국한시키겠다는 논리로 보인다.
불법 베팅 사이트와 승부 조작이 선수의 인성이 잘못되어 나타난 불상사로 해석하더라도 기업의 책임은 여전하다. 선수들을 관리하고 연봉을 주며 처우를 결정하는 마지막 단계가 바로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 프로게임단의 운영 방식을 보면 합숙 시스템이 주를 이루고 24시간 관리 감독 하에 연습과 대회 출전을 하기에 기업이 관리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

게임단을 접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가 된 뒤 알았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몰랐는지 묻고 싶다. 관리 소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은폐하고 축소시키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사태가 커지자“우리는 게임단 접으면 그만이다”이라는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사람들이 이사사의 자격으로 e스포츠계의 제도와 법규, 규정을 만들고, 게임단을 운영하며 e스포츠계를 주도하는 입장을 취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기업들의 태도가 더욱 명확해졌다. 일부 선수들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게임단을 철수하고 해체하겠다는 발언은 그동안 팀의 1승을 위해 잠을 줄여가며 땀과 눈물을 흘렸던 선수들까지도 내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몇몇 미꾸라지가 우물을 더럽힌다고 우물을 없애버리겠다는 계산법은 e스포츠 중흥과 발전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창단 초기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 사건은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기업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발을 빼려는 자세는 기업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뿐이다. 팬에게 석고대죄하고 e스포츠계의 부정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더 많은 투자로 장기적, 영속적인 e스포츠계로 육성하겠다는 정면돌파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쪽은 e스포츠를 사랑해온 팬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선수가 좋아서, 게임이 좋아서, e스포츠가 좋아서 현장을 찾고 게임 채널을 시청하고 게임단에게 선물하는 팬들이야 말로 가장 큰 희생자다.

기업이면 기업답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고 선수들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해체를 운운하기 전에 선행해야할 일은 선수단 관리에 소홀했고 e스포츠계에 대한 육성과 감시 기능을 등한시했다는 뼈를 깎는 자기 반성이다.

e스포츠 팬에게도 바란다. 일부 선수들의 부정한 행위에 대한 분노는 계속하되 애정은 그치지 않길 바란다. 팬의 관심과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정도로 e스포츠계가 성장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더 많은 애정, 더 깊은 관심, 더욱 따가운 눈초리로 e스포츠계를 지켜주길 기자로서 바란다.

sora@dailyesports.com

*기사 수정했습니다. 한 기업을 언급하는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분들이 특정 기업에 대한 의견을 많이 달아주셨습니다. 그 팀은 '게임단을 해체하겠다'는 언급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듯 하여 기사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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