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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불법 베팅 누구의 잘못인가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관련 선수만 내친다고 해결될 일 아냐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과 관련된 선수들이 영구제명 됐다. 팬들은 “옳은 결정”이라며 박수를 쳤다. 불법 베팅에 가담한 선수들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내쳐졌고 이제 그들에게는 ‘승부조작으로 e스포츠를 더럽힌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의문이 든다. 과연 그들을 내쳤다고 모든 일이 해결됐을까.
불법 베팅이 세간에 알려지고 난 뒤 브로커나 불법 베팅 사이트를 운영한 사람들에 대한 비난은 보이지 않았다. 가담한 선수들에 대한 적발 사례가 부각됐고 포화를 맞았다. 팬들은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선수들의 이름만 언급하며 비난했다. 연루자들은 비난을 받을만하다.

그렇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겉으로 드러난 종양만 제거됐을 뿐, 핵심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않은 상황이다. 불법 베팅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한 사람들은 수사망에 걸려들지 않았다. 제대로 수사가 됐는지도 의문이다.

불법 베팅에 가담한 선수의 잘못이 가장 크다. 그러나 선수들의 인성에 국한시키기에는 e스포츠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선수들의 처우, 프로로서의 소양 등 다양한 층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협회나 프로게임단, 코칭 스태프 가운데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코칭 스태프는 선수 관리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고 게임단은 게임 기계로 선수들을 육성하는 폐해를 드러냈다. 협회는 불법 베팅 사이트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를 하지 못했고 사건이 터진 뒤에 사후약방문했다.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소양 교육을 일년에 두 번 한다고 해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누구 하나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런 죄가 없다고 당당할 수 없다.
이번 일에 대해 사과한 쪽은 연루된 선수밖에 없었다. 어린 나이에 잘못된 선택을 했고 실수-단지 실수라고 하기에는 사안이 크지만-로 평생 '주홍 글씨'가 새겨진 채 지내야 한다. 연루된 선수를 보유한 게임단 가운데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팀은 온게임넷밖에 없다. 코칭 스태프 차원의 사과도 없다.

한 사무국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 이런 말을 했다. "선수들의 교육이나 인성을 왜 기업에서 담당해야 하느냐"고. 위험한 발상이다. 단순히 연봉을 주고, 이기고 돌아오라고 환경을 제공하는 일을 위해 기업에게 게임단을 창단하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신입 사원이 들어오면 몇 개월에 거쳐 업무 수행 능력을 가르치고, 기업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세를 가르치는 곳이 바로 기업이다. '삼성맨', 'SK맨' 등 기업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교육을 시키는 일을, 왜 소속 프로게이머에게는 등한시하는가. 계약직이라 소외하는 것인가.

선수의 인성으로 돌리며 숨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승부조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속적인 불법 베팅 사이트 관리, 선수들의 인성 교육,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만 e스포츠가 팬들의 시선을 잡는 클린 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다. 불미스런 사태를 만든 주범은 e스포츠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라는 성찰이 있어야만 재발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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