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이 있다. 농경 사회에서 가장 풍요로울 때는 뭐니뭐니해도 수확의 시기인 추석, 한가위였다. 농한기를 보내고 보릿 고개를 넘기고 씨를 뿌리거나 모를 심어 벼가 무르익을 때가지 농부는 근심과 걱정으로 세월을 지켜본다. 그러다가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돌아오면 생산물을 보며 뿌듯한 마음을 느낀다. 그래서 나온 속담이 바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다.
공군은 모진 세파에 시달렸다. 프로게이머를 전산 특기병으로 영입한다고 발표한 2006년 일각에서는 "게임만 죽어라 하는 사람들을 모아다가 전산을 가르친다고 뭐가 되겠냐", "워게임이 스타크래프트인줄 아냐"라는 반대 의견을 냈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강도경과 조형근, 최인규가 전산 특기병 자격으로 입대했고 이후 임요환, 성학승 등이 뒤를 이었다.
2007년 공군은 또 하나의 도전을 시도했다. 전산특기병이 아니라 e스포츠병으로 선수들의 보직을 옮겼다. 이는 곧 세간의 구설수를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이었다. 또 공군 에이스 프로게임단 창단을 공식 선포하면서 프로리그에 당당히 하나의 팀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성적은 최하위가 될 것이 뻔했지만 군인 정신으로 불굴의 투지를 보여주겠다며 '공군이 e스포츠에 도전한다(Air Forces Challenge E-Sports)'라는 의미를 담은 에이스로 이름을 짓고 뛰어들었다.
1년 뒤 공군은 팀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국방부 감사 결과 공군 에이스 프로게임단이 군 편제에 들어가 있지 않은 조직으로 확인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공군 팀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들이 해체 반대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하는 등 애정 어린 호소를 통해 공군은 살아 남았다.
그렇게 명맥을 이어오던 공군은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명색이 프로게이머들이 모인 팀인데 두 자리 수 연패를 밥 먹듯 하고 있으니 내부의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08-09 시즌을 마치고 민찬기 등 패기 넘치는 신병이 들어오면서 나아지나 했지만 09-10 시즌에도 성적은 여전했다. 안정적인 지원 속에 경기 준비를 하고 드래프트를 통해 신규 프로게이머를 수급하는 다른 팀들과 공군은 체질상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 사건에 공군 소속 선수가 연루되면서 최악의 사태가 예견되기도 했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할 프로의 세계에서 공적인 위치를 지켜야 할 군인의 신분을 망각하고 승부 조작에 나선 것이 알려지면서 공군이 해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끓었다.
불법 베팅 사이트를 통한 승부 조작이 있었다고 검찰이 공식 발표한 5월16일 이후 공군은 4연패를 당했다. 이전에 쌓였던 패까지 더하면 10연패였다. 이대로 공군은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공군 에이스 프로게임단은 내부 단결을 통해 위기를 헤쳐 나갔다. 6월7일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던 KT 롤스터를 3대2로 제압한 이후 팀이 달라졌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에게 패했지만 19일 MBC게임 히어로, 22일 하이트 스파키즈, 28일 화승 오즈까지 연파하며 3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창단 이래 가장 많은 연승을 기록했고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던 팀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리그에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공군은 이번 시즌에도 꼴찌를 면할 수는 없다. 3라운드부터 이미 꼴찌로 확정됐다. 그러나 09-10 시즌 공군은 새로운 목표를 갖고 있다. 08-09 시즌보다 많은 승수를 따내는 것, 즉 10승을 돌파하는 것이다. 08-09 시즌 9승에 머물렀던 공군은 앞으로 남은 세 경기에서 1승만 더하면 목표를 달성한다.
공군 에이스는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프로게이머의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이고 제대 이후 현역 선수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계기다. 군인이라는 특수 신분 때문에 우승이라든지, 포스트 시즌 진출과 같은 굵직한 목표를 앞에 내걸 수는 없지만 존재만으로 한국 e스포츠계에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세파가 공군을 쥐고 흔들지 모른다. 편제 누락이나 성적 부진, 승부 조작보다 더 큰 파도가 덮칠 수도 있다. 그러나 09-10 시즌 6월, 그들이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공군의 비행을 막을 장애물은 없을 것이다. 2010년 6월만 같은 공군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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