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팬들이라면 얼마 전 열렸던 올스타전에서 류현진이 홈런을 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최고의 투수로 각광받고 있는 류현진이 홈런 더비에서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서서 시원한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장면은 정식 리그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류현진의 홈런에 야구 팬들은 열광했고 올스타전 표를 구하지 못해 현장을 포기한 야구팬들은 아쉬움을 토로하며 내년 올스타전을 기약해야 했다.
e스포츠로 돌아와 보자.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펼쳐졌던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시즌 올스타전에서는 ‘택뱅리쌍’, ‘4대천왕’ 등이 총출동하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구성원만 화려했다. 경기가 끝나고 연일 화제를 모으는 경기는 ‘임진록’ 하나뿐이었다. 6세트가 진행됐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되는 경기 역시 별로 없었다. 팬들 역시 정규시즌 경기 중 하나를 보는 수준의 즐거움 이외에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올스타전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한국e스포츠협회는 어떤 생각으로 올스타전을 기획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올스타전은 정규시즌 동안 응원해준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선수들 역시 시즌을 마감한 뒤 팬들과 함께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기회다. 투수 류현진이 타자로 변신해 홈런을 날리거나 홍성흔이 수염을 붙이고 나타나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듯 e스포츠 올스타전 역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 올스타전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제동, 염보성, 김정우의 경우 5시부터 진행되는 MSL 8강전 때문에 올스타전 경기를 한 뒤 곧바로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이로 인해 올스타전에서 맞붙는 매치업도 조정이 불가피했다. 팬들이 원하는 이제동과 이영호의 리쌍록도, 김택용, 송병구의 ‘택뱅록’도 결국 펼쳐지지 않았다. ‘임진록’만이 그나마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규시즌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경기 양상이 펼쳐졌다. 올스타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유명 선수들끼리 경기하는 것만이 올스타전이 아니다 재미있는 방식이 얼마든지 있었고 팬들의 아이디어도 받았다. 그렇지만 적용된 것은 거의 없다.
틀에 박힌 올스타전을 버려야 한다. 팬들을 깜짝 놀라게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1대1 형식을 버리기 어렵다면 다른 종족으로 플레이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랜덤도 좋은 방식의 하나다. 선수들이 주종족으로 플레이하면 당연히 진지해진다. 주종족으로 경기하는데 질 경우 부담이 커진다. 이번 올스타전 경기의 대부분은 그런 연유로 진지해졌다. 중간중간 팬들을 재미있게 하는 채팅이 끊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정규시즌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경기가 펼쳐지도록 올스타전이 변해야 한다. 팀플레이 역시 팀밀리로 진행 한다거나 즉석에서 종족을 뽑은 뒤 진행하는 등의 새로운 방식도 적용해도 좋다. 유즈맵 경기를 시행해도 좋을 것이다. 뮤탈리스크 컨트롤 대전을 펼친다든지, 프로게이머들만이 할 수 있는 모드를 선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선수들의 준비성도 요구된다. 야구나 축구의 경우 올스타전을 위해 따로 마련한 분장이나 팬서비스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e스포츠의 올스타전은 모든 것을 협회가 준비해야 하는 단점이 존재한다. 선수들 스스로 팬을 위한 무언가를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스타전의 목표는 ‘재미’다. 올스타전이 열리는 하루만큼은 모든 신경을 팬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협회나 선수 모두에게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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