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를 둘러싼 e스포츠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e스포츠협회 이사사간의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는 말이 들리고 게임단은 재계약 시즌에 선수들이 이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도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일부 게임단은 2, 3군 선수들에게 스타크래프트2를 준비하라고 했다는 루머도 있다. 해외 대회를 개최하는 곳에 대해서 대회 개최 비용을 내야 한다는 문건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한다. GSL이 이사사인 온게임넷을 통해 중계된다고도 한다.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사건의 발단은 한국에서 e스포츠라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가 탄생하면서 제공됐다. IT 산업의 발전으로 게임에 대한 소구가 늘어났고 PC방이 생겨나면서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한 대회 콘텐츠가 태어났다. PC방 대회부터 지역 단위의 대회가 열렸고 게임만으로 채널을 구성하는 케이블 방송 채널이 개국했다. 프로게이머라는 신종 직업군이 등장했고 이들의 모임인 협회가 생겼다. 기업에서는 프로게임단을 통해 홍보 효과를 발생시키겠다며 창단했다. 규모가 커진 협회는 회장사를 옹립했고 중계권을 통해 게임단의 수익을 확보하겠다고 나섰다.
블리자드의 행보는? 좋은 게임을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메가 트렌드라 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출시하는 게임마다 대성공을 거뒀고 한국 시장을 쥐고 흔드는 큰 손으로 성장했다.
스타크래프트2가 7월말 출시되면서 1개월이 흘렀다. 예정되어 있던 프로리그 일정도 8월7일부로 마감됐다. 개인리그를 펼치려면 블리자드와 단독 계약을 맺은 그래텍과 합의를 해야 한다고 해서 온게임넷과 MBC게임은 협상을 진행했고 온게임넷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월 2억원의 상금을 쓴다는 GSL이라는 대회도 오는 9월부터 열린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지 않는 주어가 있다. 블리자드다. 협회에서 진행한 중계권 사업에 대항하는 문건을 보내고 그래텍에 독점권을 줬을 때를 제외하면 블리자드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는다.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만 1000만장이 팔렸고 워크래프트3 대회도 자체적으로 열었지만 블리자드는 공식 대회를 연 적이 없다. 2008년과 2009년 곰TV가 개최하는 대회를 블리자드가 인정하는 공식 대회로 발표했을 때를 제외하면 블리자드는 한국의 e스포츠 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가 없다.
또 이번에 곰TV가 야심차게 준비한 월 2억원의 상금이 걸린 GSL의 상금 출연지도 블리자드가 아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연 한국 e스포츠 시장에 블리자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앞서 언급했지만 블리자드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회사다. 개발사로서의 장인 정신도 있고 게임에 대한 애정도 있다. 그렇지만 e스포츠 시장에 있어서 블리자드의 역할은 크지 않다. 자생력을 가진 시장으로 성장하는데 한국 e스포츠 업계가 투자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블리자드의 도움은 하나 뿐이다. 좋은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
2004년 한국을 찾았던 빌로퍼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스타크래프트는 우리가 만들었지만 플레이하는 선수들의 창의력 덕에 더욱 재미있어졌고 관중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는 말이었다.
e스포츠라는 '콜럼버스의 달걀'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 e스포츠 시장은 빌로퍼의 말대로 우리 선수들, 우리 게임단, 우리 방송사들의 땀과 노력, 자기 희생의 결과물이다. 한국의 e스포츠가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모두가 알고 있는 지금, 돌이켜 보면 누구나 해 낼 수 있는 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나라에서도 e스포츠는 한국에서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파격적인 사고와 끊임없는 개선의 노력으로 지금의 e스포츠가 완성된 만큼, 한국이 전세계 e스포츠 문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등장한 스타크래프트2라는 게임은 과거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새로운 '달걀'의 출현에 견줄만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이 달걀을 놓고 한국 e스포츠 시장 주체들은 물론 종목사까지 각기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e스포츠 시장의 주체들은 지난번과 같이 함께 노력해서 세워야할 것으로 보았던 반면, 블리자드는 기존 종목사 이상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고 있다. 그리고 이 때문에 한국e스포츠계와 블리자드는 서로 건널수 없는 강을 건너가고 있다.
지금의 모양대로라면 블리자드는 한국 e스포츠 시장에서도 권리와 이익을 가져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낳은 두번째 달걀로 그저 프라이를 해먹겠다는 모양세다. 스타2가 블리자드 것인 만큼 비난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지난 10년과 마찬가지로 e스포츠를 그저 자신들의 게임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수단' 정도로만 이해했다면 앞으로 스타2 마케팅에서 'e스포츠의 발전'이니 '공공의 이익'이니 하는 말을 언급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대회도 결국은 블리자드의 밥상에 오를 반찬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달걀로 또 한번의 e스포츠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프라이를 해 먹을 것인지 달걀을 깨기 전에 한번더 고민해 보길 바랄 뿐이다.
thenam@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