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마다 특급 신예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시즌 초반부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신예는 그동안 없었다. 프로리그 성적만 보면 김택용, 이제동, 이영호 등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경기도 스타일리쉬하다. 이 선수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테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저그처럼 폭풍같이 몰아친다.
그동안 팬들에게 어떤 선수인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는 박대호. 과연 어떤 선수길래 10-11시즌 돌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지 마포로 옮긴 삼성전자 숙소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잘나가는 이유? 나도 신기하다
10-11시즌이 시작되기 전 삼성전자 테란 라인은 최약체로 분류됐다. 지난 시즌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웅진 테란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박상우의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한 웅진과 달리 삼성전자는 이성은이 공군에 입대하며 성적도 안 좋은데 전력 누수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혜성같이 등장한 박대호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테란 라인이 10개 게임단 가운데 최하위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문가들은 박대호의 5연승 행진에 “신예가 초반에 이렇게 돌풍을 일으킬 줄 알았겠냐”고 변명(?)을 할 정도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박대호의 선전. 본인은 어떤 느낌일까?
"느낌이요? 아마 전문가들과 같을 겁니다(웃음). 저 조차도 제가 이렇게 초반에 잘하게 될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웃음). 가끔 신기하기도 해요. 사실 지난 시즌보다는 잘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잘할 것이라곤 꿈에도 몰랐죠."
본인도 그 이유를 알 수 없고 찾을 수도 없다는 박대호의 5연승 비밀. 그것은 신만이 아시는 일인 듯하다.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심지어는 김가을 감독도 모르니 말이다.
"굳이 이유를 꼽자면 자신감인 것 같아요. 사실 지난 시즌 데뷔전을 이긴 뒤 내리 5연패를 기록하며 자신감이 땅으로 떨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10-11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하고 나니 그동안 없었던 자신감이라는 것이 생겼어요. 그 이후로 경기를 할 때 예전과는 달라진 느낌이 들어요."
◆급한 성격 덕에 만들어진 공격적인 스타일
박대호를 보면 마치 테란이 아니라 저그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린을 마치 저글링 사용하듯 소모하고 조금의 빈틈만 있으면 비집고 들어가 폭풍 같은 공격을 퍼붓는다. 병력을 재정비해 차근차근 들어가지 않고 생산되는 족족 공격을 보낸다. 도저히 테란 선수라고 생각하기 힘들만큼의 공격적인 모습이다.
특히 박대호는 지난 1일 KT 고강민과 경기에서 미친듯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엄재경 해설위원이 "버서커라는 별명을 변형태에게 일찍 붙여주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할 정도로 박대호의 공격력은 변형태를 넘어섰다. 엄재경 해설은 경기 내내 "정말 스타일리시한 선수"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도대체 박대호는 왜 이렇게 공격적일까? 가장 큰 이유는 성격 때문이다. 박대호는 원래부터 기다리는 것도 싫어하고 앞에 문제가 생기면 빨리 풀어 버려야 한다고. 급한 성격이 경기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제가 타고 싶은 놀이기구가 있는데 사람이 많으면 그냥 가버려요(웃음). 그만큼 인내심이 별로 없어요. 저희 가족들도 성격이 급한 것 같아요(웃음). 경기를 할 때도 병력이 모이면 시드모드 풀었다 다시 하면서 천천히 진군하는 것은 답답하더라고요. 모이면 공격 보내야 속이 시원해져요(웃음).”
성격만큼 경기도 급(?)하게 흘러가는 박대호. 지금은 장점일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분명 급한 성격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대호는 개의치 않았다. 참아야 할 때는 참을 줄 아는 것만 기르면 지금의 연승을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요즘 경기가 천편일률적이잖아요. 저는 그렇게 경기하고 싶지 않아요.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재미있는 경기가 좋잖아요. 제 경기를 보면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부분들에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도록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줄 겁니다.”
◆가장 좋아하는 게이머는? 홍진호!
대부분 선수들은 좋아하는 게이머를 꼽으라면 같은 종족에서 꼽게 마련이다. 하지만 박대호는 경기만큼이나 좋아하는 선수도 특별하다. 테란 선수가 ‘폭풍저그’ 홍진호를 가장 좋아하는 프로게이머로 꼽는다는 것 자체가 무척 신기한 일이리라.
“다른 선수들은 운영 싸움을 보면서 ‘저 선수가 잘한다’고 느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공격적인 선수가 승리를 거둘 때 ‘정말 잘한다’고 느끼곤 해요. 그래서인지 홍진호 선수의 플레이가 예전부터 재미있었어요. 테란이지만 그래서 홍진호 선수의 경기를 자주 챙겨봤죠.”
박대호가 ‘질풍노도 테란’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폭풍저그’의 플레이를 보고 배웠으니 본인은 얼마나 공격적이겠는가. 테란의 유닛을 저그 유닛처럼 소모하면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폭풍저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박대호가 가장 좋아하는 테란 선수는 김정민이다. 지금은 해설위원으로 더 유명하지만 김정민은 선수 시절 ‘100만년 조이기’라는 느린 패턴의 경기를 주로 했던 선수다. 경기 스타일이 박대호와 정 반대인데 왜 가장 좋아하는 테란 선수가 김정민일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제가 못하는 플레이잖아요. 그래서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자주 경기를 챙겨보다 보니 좋아하게 됐어요(웃음). 인내의 미학을 깨달아야 제 경기력도 조금 안정되지 않을까요(웃음)? 그리고 사람은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끌리는 법이죠(웃음).”
공격할 때는 홍진호처럼 시원하게, 수비할 때는 김정민처럼 묵직하게 플레이 하겠다는 박대호는 분명 기존 선수들과 다른 특이한 발상을 가진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겁 없는 신예, 훨훨 날 일만 남았다!
박대호는 겁이 없다. 신예답지 않게 말도 잘하고 배짱도 두둑하다. ‘택뱅리쌍’을 만난다고 해도 주눅들지 않고 플레이를 하는 몇 없는 신예다. 그 자신감으로 현재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시즌 5전 전승을 내달리고 있다. 분명 기대 이상으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박대호는 만족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 제 성적은 실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영호, 이제동, 김택용이 실력으로 6승, 5승씩 거두고 있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죠.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부터가 저에게는 더 중요해요. 이대로 연승을 이어가 특급 신예가 되느냐, 아니면 그저 그런 신예로 잊혀져 가느냐는 이후의 제 모습으로 결정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그런 프로게이머로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스스로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방심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이미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특급 신예 박대호. 삼성전자의 테란 라인을 든든히 책임지겠다는 박대호의 의지는 그 누구보다 굳건했다.
“삼성전자 테란 라인이 저로 인해 강해진다면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의 간판 테란을 넘어 e스포츠의 간판 테란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글=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