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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끝판왕' 잡아낸 송병구의 초반 전략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삼성전자 칸 송병구.

안녕하십니까. '이글아이'로만 인사드리다가 '핀포인트' 코너로 또 뵙네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승자연전방식으로 진행되는 위너스리그 잘 보고 계신지요. 얼마전 3라운드가 마무리됐는데요. KT 롤스터와 삼성전자 칸이 위너스리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두 팀의 3라운드 마지막 경기이기도 한 상황에서 KT의 9전 전승이 달성될지 관심이 집중됐고 이영호의 출전 타이밍이 언제가 될지, 삼성전자의 프로토스 라인이 이영호를 잡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쓸지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 경기였습니다.

KT는 일찌감치 이영호를 내세웠습니다. 후반부에 출전시키기에는 6세트에 배치된 '아즈텍'에서 이영호라 할 지라도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인지 이지훈 감독은 이영호를 2세트에 출전시켰습니다. 이영호는 믿음에 보답하려는 듯 2킬을 기록했고 서서히 손이 풀리면서 또 경기를 마무리시키는 '종결자'의 포스를 뿜어내기 직전이었습니다.

삼성전자 김가을 감독은 4세트 '피의능선'에 송병구를 투입했습니다. 뭔가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죠. 이영호도 이를 눈치챘는지 철저하게 정찰을 하려고 다른 경기보다 일찌감치 SCV를 내보냈습니다.



◇개스러시를 하기 위해 먼저 빠져 나간 송병구의 프로브(위). 아래 사진은 배럭을 지은 SCV를 송병구의 프로브가 잡아내는 장면.

전체적으로는 송병구가 한 발 더 빨랐죠. 송병구는 6번째 프로브를 이영호의 기지 쪽으로 보냅니다. 2인용 맵이기에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의도는 개스 러시였습니다. 서플라이 디폿과 배럭을 지어야 하는 이영호로서는 미네랄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에 본진에 프로브를 보낸 송병구는 본진 개스 지역에 어시밀레이터를 짓습니다. 그리고 배럭을 짓던 SCV를 잡아냈습니다.

정찰을 시도하던 송병구는 이영호가 앞마당 지역에 커맨드 센터를 짓자-개스 채취를 전혀 하지 못한 이영호가 지을 건물은 배럭과 서플라이 디폿, 아카데미, 엔지니어링베이, 커맨드센터 밖에 없었죠-앞마당 지역으로 프로브를 보내 또 다시 개스 러시를 시도했습니다. 이영호는 당분간 개스를 채취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앞마당에도 개스 러시가 시도됐다.

앞마당 지역까지 개스 러시가 들어간 시점은 경기 시작 후 2분52초 정도인데요. 송병구는 이미 드라군을 뽑기 시작할 정도의 개스를 모아 놓았습니다. 2기의 드라군으로 SCV 정찰을 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송병구가 시작부터 개스 견제에 힘을 쓰자 이영호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챕니다. 팩토리를 올린 뒤 남는 미네랄로 입구 지역에 벙커를 지었고 곧바로 엔지니어링베이를 건설합니다. 입구와 본진 지역에 터렛을 지으면서 다크 템플러나 셔틀을 활용한 리버 드롭을 염두에 둔 플레이라고 분석됩니다.



◇중앙 지역에 워프된 파일런과 게이트웨이 세 동.

그렇지만 송병구는 이영호의 예상을 완벽히 깨뜨렸습니다. 경기 시작 후 4분13초 정도 지난 시점에 중앙 지역에 파일런을 지었고 완성되자 게이트웨이를 3개 더 건설합니다. 드라군을 한꺼번에 모아 이영호의 입구를 뚫어내겠다는 판단을 한 거죠.

이영호는 일찌감치 아카데미를 짓고 스캔을 확보했기에 송병구의 앞마당 지역에 한 차례 뿌려봅니다. 넥서스는? 당연히 없죠. 송병구는 이미 게이트웨이를 3개나 중앙 지역에 완성시켰고 드라군을 뽑고 있었으니까요. 이영호는 속으로 다크 템플러 드롭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터렛 공사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무너진 이영호의 벙커 방어선.

불과 1분이 지난 뒤 이영호의 앞마당 지역에 질럿 한 기와 드라룬 7기가 도달했습니다. 질럿을 선두로 밀어 넣은 송병구의 타깃은 벙커였죠. 드라군의 화력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모인 드라군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두 번의 일점사를 통해 벙커를 파괴했고 SCV는 수리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벙커가 깨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래도 이영호의 반응은 정말 빨랐습니다. 바로 뒤쪽에 벙커를 지었고 탱크와 함께 막아보려 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송병구의 드라군은 기세 좋게 또 한 번 벙커를 일점사했고 SCV의 수리 여부와 상관 없이 파괴했습니다. 이영호는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 경기에는 매우 복합적인 심리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스 러시를 통해 프로토스가 개스 유닛을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고 이영호가 SCV로 정찰을 시도하는 것을 드라군으로 사전에 차단하면서 시야를 제공하지 않았지요. 또 스캔으로 정찰이 가능한 앞마당이나 본진이 아니라 맵의 중앙 지역에 게이트웨이를 건설하면서 이영호의 정찰에서 벗어난 것이나 유닛 이동의 동선을 줄인 것 등 완벽했습니다.

송병구가 테란전을 치를 때 중후반전만 좋아하는 선수가 아니라 다양한 전략을 갖고 있음을 증명한 한 판이었습니다.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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