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스타즈 임정현이 KT 롤스터로 유니폼을 갈아입는 것이 확정된 날짜는 지난 20일 이전이다. 20일 KT 이지훈 감독은 트위터를 통해 깜짝 소식이 있음을 예고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웅진과 KT 사무국은 임정현의 이적을 합의했고 임정현에게도 이 내용이 통보됐다.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웅진 스타즈와 KT 롤스터 관계자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임정현을 보내야만 하는 웅진 선수단은 "이렇게 좋은 실력을 가진 선수가 이적이 확정된 이후에 실력 발휘를 하다니 아쉽다"는 눈치였다. 사실 임정현은 이재균 감독이 발굴한 차세대 저그 유망주. 09-10 시즌부터 꾸준히 기회를 줬고 이번 시즌 들어 저그전에 눈을 뜨면서 언젠가는 대형 사고를 터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임정현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적이 내정된 뒤 올킬을 달성하며 너무나도 늦은 시점에 존재의 이유를 증명했다.
KT 롤스터가 임정현을 영입하려고 한 이유는 간단하다. 저그 선수가 턱 없이 부족했기 때문. 김성대와 고강민, 최용주로 1군 엔트리를 꾸리고 있지만 다른 팀에 비해 전력이 약하다. 또 선수 숫자에서도 저그가 가장 적게 포진되어 있기에 테란과 프로토스의 연습 상대가 되어 주기에도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T 코칭 스태프는 어떤 저그라도 당장 쓸 수만 있는 선수라면 영입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그러던 차에 임정현이 눈에 들어온 것. 지난 09-10 시즌 광안리 결승전을 앞두고 KT는 웅진과 주로 연습했다. 이 과정에서 이영호의 파트너로 임정현과 김민철이 선택됐고 두 선수 모두 이영호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고. 저그가 부족한 KT는 지난 시즌부터 웅진에게 임정현이나 김민철을 달라고 요청했고 6개월이 지나서야 임정현으로 답을 얻었다.
임정현의 이적이 확정된 뒤 이지훈 감독은 21일 MBC게임 히어로와의 경기에서 임정현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웅진이 0대2로 밀리자 임정현이 출격했고 유심히 경기를 지켜봤다. 저그전에 워낙 강해 고석현을 꺾는 것을 보면서 당연하다고 여겼고 박수범과 김재훈을 꺾을 때에는 프로토스전이라 그러려니 했다. 언제나 문제였던 테란과의 경기에서 임정현이 메카닉 전략에 대한 완벽 해법을 선보이자 이지훈 감독은 영입을 잘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정현의 올킬이 확정되자 이 감독의 휴대전화는 축하의 문자 메시지로 터져 나갈 뻔했다. 임정현의 합류 소식을 알고 있던 주위 사람들이 대어를 영입했다며 축하하는 내용의 글을 보냈기 때문. 이 감독은 "아직 합류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속내를 감췄지만 "존재 가치를 보여준 임정현 덕에 뿌듯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웅진은 기뻐해야 할 지, 슬퍼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임정현이 뒤늦게 잠재력을 터뜨린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이 있는 한 편, 떠나가는 임정현의 올킬이 이적 이전 마지막 선물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 웅진 이재균 감독은 "임정현이 조금만 일찍 존재감을 줬다면 이적 대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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