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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스타리그 도전기] 3분 광탈의 아픔을 누가 알리오

[마이 스타리그 도전기] 3분 광탈의 아픔을 누가 알리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여기는 광주 광역시입니다. 왜 왔냐고요? 마이 스타리그 참가를 위해서지요. 전국민 스타 프로젝트 마이 스타리그의 현장 분위기를 직접 느끼기 위해 서울에서 광주까지 내려왔습니다. 조선대학교 경상대학 5층에 위치한 전산실에서 마이 스타리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도 물론 참가했지요. 결과는? 한숨만 나옵니다.
◆이틀 동안 감각 찾기
지난 주 후배인 허준 기자가 마이 스타리그 부산 예선 참가기를 올렸죠. 회사에서는 비웃었습니다. 1차 부전승, 2차 탈락 소식을 들은 저희들은 내심 저에게 기대를 했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안에서 상당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던 저였기 때문이지요. 회사에서 지령을 내렸습니다. "광주를 점령하고 와라!"

부담은 느꼈지만 내심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2000년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즐겨왔고 산개되어 있는 배틀넷 아이디의 승패를 모두 합치면 10000승 4000패 정도가 되는 나름대로 실력자라고 자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리그 일정이 빠듯하고 집에 있는 PC가 고장이 났기 때문에 1년 정도 스타크래프트를 쉬긴 했지만 10년의 경험과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속보로 전하고 '이글아이'와 '핀포인트'를 꾸준히 연재하고 있기에 실제 플레이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출전하겠다고 온게임넷에 알린 뒤 이틀 동안 특훈에 들어갔습니다. 회사에서 특별히 배려한 덕에 하루 내내 연습을 할 수 있었고 금요일에는 프로게임단에 가서 좋은 빌드 오더를 듣고 실제로 실현하면서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배틀넷에서 경기했을 때 전 종족 상대로 5할 이상의 성적이 나왔죠. 테란전이 약간 부족했고 저그전과 프로토스전은 기대 이상으로 좋은 빌드 오더로 준비를 마쳤습니다.

◆설레는 마음에 빛고을로
오전 10시55분 광주 송정역으로 가는 KTX를 용산에서 타고 내려갔습니다. 연습이 잘 되어 있던 덕에 심장이 두근두근하더라고요. 누구를 만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빌드 오더가 머리 속에 자꾸 떠올라서 잠이 잘 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새벽까지 준비하다 왔기에 피곤함이 밀려왔지만 설레는 마음 덕에 광주로 내려오는 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사실 개인장비까지 모두 챙겨올 정도로 이번 대회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집에 있는 PC에 붙어 있던 키보드와 마우스를 모두 들고 오면서 제대로 한 번 해보겠다며 출전한 대회였기에 잠이 올리가 없죠.

송정역에서 내려 조선대학교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고서도 계속 게임 생각만했고 조선대학교로 들어오는 택시를 잡고 나니 두근두근 거려 '안정제라도 먹어야 하나'라며 약국을 찾기도 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약국은 찾지 못했죠.

[마이 스타리그 도전기] 3분 광탈의 아픔을 누가 알리오

◆실전에 들어가보니
5층까지 올라와서 선수 등록을 하고 조 편성을 확인했습니다. G조에 속했고 첫 대진은 저그 종족이었습니다. 백운용이라는 선수였는데요.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진정으로 와닿았습니다.

대기실에 있으면서 개인장비를 꺼내 스태프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는데 비보가 날아들어왔습니다. 개인장비는 32강부터 쓸 수 있다고 하네요. 공지가 되어 있다는데 제가 제대로 읽지 않은 거지요. 실망감에 휩싸여 있는 사이 스태프가 제 이름을 호명했습니다. "남윤성씨", "네"하며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는 자리로 향했습니다.

경기장으로 쓰고 있는 전산실에 들어가 자리를 배정받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챙겨봤더니 마음에 들었습니다. 후배 사진 기자를 시켜 마우스 패드까지 깔고 나니 필승의 감각에 젖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또 한 번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자리 배치를 다시 한다는 것이었죠. 세팅을 모두 마친 상황이었고 마음에도 들었는데 다른 자리로 가라고 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새로 배정받은 자리는 마우스 속도가 너무나도 느렸습니다. 제어판에서 세팅을 하는데 이번에는 너무 빨라서 문제였죠. 중간 단계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라며 경기에 들어갔습니다.

[마이 스타리그 도전기] 3분 광탈의 아픔을 누가 알리오

◆아프리카 BJ 출신과 대결
제 상대로 정해져 있는 백원용이라는 선수의 이름이 적힌 방에 들어갔습니다. 5분 정도 시간이 있다고 해서 채팅을 했는데 처음에는 둘다 소심하게 '살살해주세요'라고 엄살을 피웠습니다. 연습할 때 성적이 좋았던 저그전이었기에 속으로는 자신을 갖고 있었는데 채팅 한 줄에 기대가 꺾였습니다.

제가 '35세 프로게이머 지망생입니다'라고 채팅을 했더니 상대가 '저 잘 못해요. 프로게이머를 지망할까 고민하고 있어요'라고 답을 하더라고요.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데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것 같아서 '프로게이머들 경기를 자주 보고 기자 경력이 오래되어서 수만판 정도 봤을거에요. 그런데 제 실력은 별로에요'라고 또 엄살을 피웠습니다. 상대방이 강한 멘트 하나를 던지더군요. '전 아프리카에서 BJ로 활동하고 있는데 수천판밖에 플레이하지 않았어요'라는 거죠. 가끔 아프리카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직접 하면서 개인방송을 하는 분들을 보면서 '중계도 하면서 플레이도 할 수 있구나'라며 감탄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BJ를 만나니까 심장 박동수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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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의 악몽
운영진의 경기 시작 사인이 들어오고 5, 4, 3, 2, 1하며 숫자가 줄어 갔습니다. 큰 숨을 한 번 쉬고 마우스를 움직였죠. 프로브 4기를 가르고 넥서스에 P를 입력하면서 뜻대로 경기가 풀렸습니다.

1차전은 '파이썬'이었는데요. 제가 짜온 전략은 앞마당 지역에 포지를 건설하고 상대 체제에 맞춰서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것이었죠. 8시로 정찰을 보냈는데 상대 진영이 위치해 있었습니다. 저그였고 생각보다 일찌감치 스포닝풀을 올리더라고요. 프로브를 김택용처럼 살려보려고 했는데 저글링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다가 객사했습니다.

'저글링으로 공격을 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앞마당 지어지고 있던 2개의 캐논 가운데 하나를 취소했습니다. 대신 프로브 3기를 앞마당 쪽으로 빼놓으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습니다. 넥서스를 지었고 게이트웨이까지 올리면서 질럿을 생산했는데 갑자기 미니맵에 빨간색 무리가 앞마당 쪽으로 뛰어오더라고요.

아뿔싸! 저글링 한 부대가 앞마당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캐논 주위에서 프로브를 비비면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이미 저글링은 캐논을 감쌌고 삽시간에 파괴됐습니다. 본진에 있던 프로브까지 대동해서 한 차례 막긴 했지만 넥서스까지 깨졌고 간신히 게이트웨이에서 생산되던 질럿은 구했습니다.

2차 공격이 올 것이라 예상해서 본진에 캐논을 짓고 있는데 오버로드가 이를 다 보고 있더군요. 저글링 한 부대가 또 들어왔고 상대는 이미 이겼다는 생각에 치고 빠지는 현란한 컨트롤을 선보이더라고요. 꾸역꾸역 한 번 더 막았는데 남은 프로브는 불과 5기. 엔터를 쳤고 'g'자에 손을 올려 두 번 두드렸습니다. 'gg'가 아니라 'ㅎㅎ'라고 처졌길래 다시 백스페이스를 눌러 gg로 수정하고 경기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마이 스타리그 도전기] 3분 광탈의 아픔을 누가 알리오

◆'1차찍'의 아픔
8년 가까이 프로게이머들의 리그를 취재하면서 수많은 예선을 취재했습니다. 1차전에서 떨어지는 선수들에게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는데 첫 단계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말해왔죠. 그런데 제가 1차전에서 탈락하고 나니까 당시의 기억이 스쳐가면서 프로게이머들이게 미안해졌습니다. 방송 카메라가 제 얼굴을 찍으면서 "어떠셨나요"라고 묻는데 "1차전에서 떨어진 프로게이머들에게 그동안 못할 말을 많이 했는데 그 심정을 알겠네요"라고 답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얼굴이 붉어지는데... 정말 그 부끄러움이란...

[마이 스타리그 도전기] 3분 광탈의 아픔을 누가 알리오

관계자들이 모인 장소로 돌아왔는데 김정민 해설 위원이 경기를 마치고 담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다가가서 "혹시..."라고 물었더니 "남 기자님도 혹시..."라고 하더라고요. 동병상련인가요. 서로 손을 꼭 잡고 붉은 얼굴을 식히고 있는데 엄재경 해설 위원이 "이 소식을 트위터로 올려도 되지?"라며 기름을 붓더라고요. 김 해설 위원과 한숨을 쉬고 나서 이 기사를 씁니다.

누군가가 "마이 스타리그 어땠어요?"라고 묻는다면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나가봐도 될 것 같다"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참가하겠지만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고 열심히 했던 저도 나가서 즐겁게(?) 참가했잖아요.

나이, 성별, 종족, 경력 불문하고 누구나 나설 수 있는 열린 무대인 마이 스타리그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기록을 무려 두개나 세웠네요. 35세의 나이에 참가하면서 광주 지역 예선 최고령자 기록을 세웠고 최단시간 경기 기록까지도 달성(?)했습니다.

3분만에 떨어졌지만 굴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습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광주까지 내려오는 길이 설렜습니다. 경기 내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네요.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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