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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만·사] KT 응원 단장 'MC휘' "8번째 선수로 뛰겠소"

"하나, 둘, 셋! KT 롤스터 파이팅!"

매번 KT 롤스터의 결승전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이 말을 외쳐대는 사람이 있다. KT 팬들이라면 그를 모르면 간첩이다. KT 선수와 개인리그 결승전을 해봤거나 KT와 프로리그 결승전을 해본 상대팀 팬들은 그의 얼굴을 보면서 몸서리를 친다. 응원으로 상대팀 기를 눌러 버리는 그의 존재는 이제 KT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됐다.

목이 터져라 응원하면서 선수들에게 온 에너지를 쏟아 부어주는 장용휘(이하 MC휘) 응원 단장. KT 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MC휘'로 널리 알려진 그는 e스포츠의 새로운 응원 문화를 이끌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최초의 게임단 전속 응원 단장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한 장용휘 응원 단장. e스포츠를 진정한 스포츠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 성숙한 응원 문화가 필수라며 목소리 높이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은 역시 착하게 살아야죠"
'MC휘'가 KT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특별했다. 'MC휘'는 사람은 언제 어떻게 누군가와 만날 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진실임을 KT를 만나면서 깨닫게 됐다고 한다. 과연 그는 어떻게 KT 응원 단장으로 뛸 수 있었을까.

"이래봬도 지방에서는 잘나가는 MC였어요(웃음). 지방에서 웬만한 행사는 모두 진행해 봤을 정도에요(웃음). 대학교 때부터 시작했던 진행 일이 어쩌다 보니 천직이 돼버린 케이스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서울에서도 유명해 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는 사람도 없이 무작정 서울로 왔습니다."

서울에 연고가 없던 그에게 MC 일이 들어오기 만무했다. 그는 놀 수만은 없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행사에 참여, 무료로 MC를 보면서 경험을 키워갔다. 착한 일을 한다면 복이 온다고 했던가. 수입 없이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던 찰나 KT 게임단을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한 행사장을 찾았죠. 그런데 마침 그 행사가 KT 선수들이 홍보대사로 있던 단체에서 주관한 행사였어요. 그때 인연을 맺었던 분들과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네요.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니까요(웃음)."

벌써 5년째 KT 롤스터의 모든 행사를 도맡아 하고 있는 'MC휘'. 착한 일을 하다 만난 KT와 인연은 질기게도 오래 이어졌다. 그동안 코칭 스태프도 바뀌고 사무국도 바뀌었지만 그는 아직까지 KT에 남아 선수단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는 존재가 됐다.

◆사랑하는 이영호
'MC휘'에게 가장 고맙고 특별한 선수는 누구일까. 두 말할 것도 없이 '최종병기' 이영호다. 이유는 단 하나다. 자신에게 돈을 벌 기회를 주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웃음). 제가 KT 정직원은 아니다 보니 결승전에 가거나 야외 행사가 있을 때만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일을 많이 하게 해주는 단연 일등 공신은 바로 이영호 선수입니다. 작년 한해 이영호 선수가 개인리그와 프로리그 등에서 맹활약하면서 제 생계를 책임져 줬습니다(웃음)."


◇얼마 전 펼쳐진 ABC마트 MSL 결승전에서 이영호를 응원하고 있는 'MC휘' 응원 단장(왼쪽)

이영호는 작년부터 개인리그 결승만 무려 7번 진출했다. 게다가 이영호의 활약 덕에 KT는 위너스리그 결승, 광안리 결승 등에 모두 올라갔다. 또한 이영호가 유명해지면서 이벤트가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MC휘'의 일거리는 늘어만 갔다.

"이영호 선수에게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웃음). 정말로, 진심으로 사랑합니다(웃음).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한다고 이 자리를 빌어 전하고 싶습니다(웃음). 나중에 진짜 선물 하나 줘야 할 것 같아요."

유쾌한 인터뷰 가운데 그는 "사실 결승 보다는 4강에서 더 열심히 응원하는 편"이라고 고백하며 크게 웃었다. 일단 결승만 가면 그에게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이 마음이 진심은 아니다. 누구보다 KT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크다는 것은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KT 선수들과의 추억
5년이 넘게 KT 선수들을 본 'MC휘'만큼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선수들과 재미있는 추억을 하나 둘씩 꺼내 놓으며 그는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 추억에 잠겼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에요. 선수들과 얼마나 재미있게 지냈는지 몰라요. 갑자기 제 손을 스쳐 지나간 선수들이 떠오르네요(웃음). 지금은 팀에 없는 선수들도 모두 보고 싶네요. 잘 지내는지 모르겠어요."

팬들에게 알려진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가장 다른 선수는 누구일까. 그의 입에서 나온 선수의 이름은 놀랍게도 "박정석"이었다.

"가끔 방송에서 (이)영호가 억울해 하면서 '(박)정석이형이 진짜 사악하다니까요'라고 외치는 것 100% 공감합니다(웃음). 팬들은 (박)정석이를 바른 생활 사나이로만 알고 있는데 물론 그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바른 생활을 한다고 해서 장난기가 없지는 않거든요(웃음). KT 선수 가운데 가장 장난을 많이 치는 선수에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니까요."

하지만 재미있게도 'MC휘'가 최고로 꼽는 선수 역시 박정석이다. 장난이 많은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박정석은 선을 지킬 줄 아는 선수란다. 장난을 치다가도 예의를 지키는 법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장난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그리울 정도라고 한다.

"이미지가 또 다른 선수가 한 명 있는데 (김)대엽이에요. 조용하게 차분히 할말 다하는 선수라고나 할까요(웃음). 굉장히 하이 개그를 구사하는데 (김)대엽이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나중에야 웃음이 터지곤 해요.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던 신예 때는 마우스 하나를 바꿀 때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던 (김)대엽이가 이제는 당당하게 '마우스 바꿔주세요'라고 어깨 펴고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여워요(웃음)."

◆"8번째 선수로 뛰겠소"
KT 이영호가 지난 ABC마트 MSL 결승전이 끝나고 난 뒤 인터뷰에서 "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이겨 있었다. 응원전에서 이미 1승을 보태줬기 때문에 결승전 내내 마음이 편했다"고 고백했다. 사전에 펼쳐지는 응원전은 선수에게 기를 불어넣어 주고 상대 선수의 기를 죽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MC휘'가 주도하는 응원전으로 KT는 이미 승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단 한번도 제가 단순히 응원 단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선수나 팀이 결승전에 올라가게 되면 사무국과 매일 의논을 해요. 어떻게 응원할지 어떤 세리머니를 펼칠지 밤새 토의를 하곤 하죠. 응원은 단순히 팬들과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하는 선수에게 기를 불어 넣어 주고 에너지를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을 "KT 8번째 선수"라고 불러 달라며 활짝 웃었다.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만큼 응원을 열심히 준비하고 경기석에서 경기하는 선수들만큼 관객석에서 온 힘과 열정을 다해 응원을 펼치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들만큼 힘들지는 않겠지만 결승전만큼은 KT 8번째 선수처럼 뛰고 싶어요. 결승전이 끝난 뒤 선수들이 기운이 빠지고 힘들어 하듯 저 역시도 결승전이 끝난 뒤에는 한동안 일을 하지 못할 정도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KT 8번째 선수로 뛰겠습니다."

◆"행복 바이러스 전파하는 것이 꿈"
'MC휘'의 꿈은 무엇일까? 거창하거나 구체적인 꿈은 아니지만 그는 10년 후, 20년 후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를 짓는다. 무엇이 된다는 것보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는 꿈을 꾼다. 그리고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지금 제가 하는 일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잖아요. 훗날 구멍가게의 주인이 되든, 회사 사장이 되든 계속 MC일을 하면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습니다."

인터뷰 말미에서 그는 KT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지방에서 올라온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최초의 게임단 전속 응원단장이라는 타이틀을 부과해 준 KT에게 평생 은혜를 갚으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제가 만약 MC를 그만두게 된다 해도 KT 게임단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체력이 닿는 데까지 전속 응원 단장 일을 하고 싶어요. 제 삶을 바꿔놓은 KT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앞으로 저를 현장에서 보시게 되면 'KT 파이팅'을 꼭 외쳐주세요(웃음)."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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