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와 CJ 엔투스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본 한 감독이 있다. 중국 상하이 세기 광장에서 열리는 프로리그 결승전 자동 진출권을 손에 넣은 SK텔레콤 T1 박용운 감독이다.
박용운 감독은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KT가 꺼낸 4명의 저그라는 카드에 CJ가 심리적으로 휘둘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운을 뗐다. KT가 만들어낸 4저그가 특이한 체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낸 포장인데 CJ가 특유의 색깔을 살리지 못하고 저그에게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것.
CJ가 2차전에서 이영호를 제압하고도 패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분위기가 넘어가 있는 상태였다"고 파악했다. 신상문이 분전했지만 이전 세트에서 에이스들이 제 몫을 못한 탓에 2대3으로 뒤진 상황에서 6세트로 바통을 넘겼고 신예 한두열이 이를 극복하지 못하며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박 감독은 KT와의 결승전에서 "이영호와 김대엽을 잡아내는데 주력하겠다"고 선포했다. 4명의 저그에게 시선을 빼앗기기 보다는 이영호, 김대엽을 잡아내고 저그에게 5할 승부를 유도하는 것이 우승 공식이라는 생각이다.
박 감독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은 프로토스들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김택용, 도재욱, 정윤종 등 3명의 주전 프로토스 보유한 SK텔레콤은 CJ와 비슷한 색깔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기량 면에서 CJ보다 한 수 위라고 자부하고 있다. 김택용의 저그전은 이미 명품의 반열에 올랐고 도재욱이나 정윤종도 KT의 저그들을 상대해서 이길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이 박 감독의 설명이다.
KT 안에서 위협이 될 만한 선수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박 감독은 김대엽을 택했다. 정규 시즌에서 SK텔레콤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뒀던 김대엽은 위너스리그에서 올킬승도 가져간 바 있다. 09-10 시즌 광안리 결승에서는 김택용을 꺾으며 기선 제압에 성공하기도 했다. STX와의 포스트 시즌에서 3패를 당했지만 웅진과 CJ와의 경기에서 5연승을 이어가면서 기세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SK텔레콤으로서는 불안 요소다.
박 감독은 "굳이 저그전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목표는 이영호와 김대엽을 상대하는 것이고 이들을 제압하는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테란 정명훈이나 저그 어윤수, 이승석으로 KT의 저그를 상대해도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위너스리그에서 KT의 저그를 맞아 이승석만으로 승부를 낸 바 있다. 이승석이 선봉으로 출전, 김성대와 임정현을 연파했고 김대엽까지 잡아낸 이후 김택용으로 이영호를 꺾으면서 4대1로 우승을 차지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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