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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SK텔레콤 정윤종 "인간 복사기에서 완성형으로 진화중"

김택용-도재욱 경기 보며 카피에 전념
요즘 들어 전략 만들며 실력 업그레이드
부모님께 자랑스런 아들 되고 싶어


SK텔레콤 T1은 프로토스 종족이 강한 팀으로 정평이 났다. 2008년 김택용이 이적한 이후 도재욱과 시너지를 내면서 서서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10-11 시즌 프로리그에서 정점에 도달했다. 김택용이 63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도재욱, 정윤종, 정경두가 힘을 보태면서 SK텔레콤의 프로토스 라인은 단일 종족 최초로 한 시즌 100승을 넘기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 가운데 17승을 보탠 정윤종은 10-11 시즌 신인왕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깜짝 등장하며 SK텔레콤의 정규 시즌 1위 등극에 힘을 실으며 인생에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까지 차지한 정윤종을 만났다.

◆시작부터 불안했던 출발
정윤종은 SK텔레콤 T1으로 드래프트되지 않았다. 2009년 드래프트될 당시 정윤종은 MBC게임 히어로의 콜을 받았다. 신인 육성에 힘을 쏟던 김혁섭 전 감독의 눈에 든 정윤종은 학교 문제로 인해 숙소에 합류하지 못하고 집과 학교를 오갔다.

그러던 차에 정윤종은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다. 프로게이머가 됐기에 당연히 들어갔어야 할 예선 출전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프로게이머가 된 뒤에 한 차례 예선을 치렀기에 더욱 의아한 상황이었다. 상황을 물어봐도 명확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프로게이머가 됐다고 좋아했는데 예선에 나가지 못하게 되자 풀이 죽었어요. 그래도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인터넷 개인방송을 했어요. 이름을 내걸지도 않았고 방제는 '스타방'이었죠. 대화도 없이 무조건 게임만하는 방송이라 들어오는 사람도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누군가가 제 경기를 보고 있다는 긴장감이 생겼고 방송하는 1개월 동안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어요. 주위의 추천으로 SK텔레콤에서 테스트를 보게 됐죠."

테스트 게임에서 정윤종은 1군을 상대로 4승2패를 했다. 조금만 다듬으면 주전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한 SK텔레콤 코칭 스태프는 MBC게임과의 행정 절차를 마무리했고 정윤종을 영입했다.

"유명한 사람들을 실제로 옆에서 보니까 정말 신기했어요. 역대 우승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팀에서 연습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들떴죠. 2010년 1월1일부터 SK텔레콤에서 생활했다는 것도 신기하네요. 무언가 시작하기 딱 좋은 날짜 아닌가요?"

◆기대주로 급부상
정윤종은 2군 생활을 그리 오래 하지 않았다. 09-10 시즌이 진행중이던 타이밍에 들어왔지만 얼마 되지 않아 1군으로 승격됐다. 시즌 막판 로스터에 포함된 정윤종은 프로리그에서 데뷔전을 치르지 못하고 STX컵에서 방송 경기를 처음으로 치렀다. 지난 시즌 STX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결승전에 선착해 있던 SK텔레콤은 선봉으로 정윤종을 내놓는 파격적인 엔트리를 구사했다.

"내부 평가전에서 성적이 올라오고 있긴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STX컵 결승전에서 저를 1세트에 출전시키시는 거에요. 뒤에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어서 크게 긴장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무대에 서니 느낌이 달랐어요. 세상에 데뷔전을 결승에서 하는 선수는 아마 제가 처음 아닐까요?"

결승전에서 STX 김윤중을 만난 정윤종은 아쉬움을 넘기고 패했다. 그러나 시작이었다. SK텔레콤은 10-11 시즌 1라운드부터 정윤종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도재욱이 주로 맡았던 '중원' 맵에서 정윤종이 이름을 올리더니 다른 팀 프로토스 에이스를 척척 잡아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신예 발굴을 하지 못했던 SK텔레콤이 새로운 인재를 만들어낸 것이다.


◆카피 마스터
SK텔레콤에서 정윤종은 인간 복사기로 불린다.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 뒤 거의 비슷하게 따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김택용이나 도재욱의 경기를 주로 관찰하는 정윤종은 선배들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포인트와 맥락을 짚는 능력을 앞세워 흡사하게 플레이한다. 그 결과 김택용으로부터는 저그전을, 도재욱으로부터는 테란전을 흡수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에 소질이 있었어요. 오락실 게임부터 온라인 게임까지 금세 깨우쳤어요. 만렙을 달성한 게임도 상당히 많았죠."

정윤종은 훌륭한 경기력을 항상 유지하는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1초 안에 상황을 파악하고 동시에 다섯 군데의 컨트롤을 해낸다는 김택용의 멀티 태스킹을 따라하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따라하려고 노력중이고 테란전에 있어 여타 프로토스 플레이어보다 훌륭한 개념을 갖고 있는 도재욱으로부터 운영법을 익히고 있다.

"선배들 덕분이에요. 직접 가르침을 받지는 않지만 옆에서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함께 숨쉬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부쩍 향상되는 느낌을 받는 팀이죠."

요즘 들어 정윤종은 선배들과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선배들로부터 들을 때도 있지만 제안을 주로 하는 편이다. 대부분 말도 안된다는 평을 받지만 실제로 선배들이 경기에서 사용하면서 승리를 따내기도 한다. 인간 복사기에서 탈피해 복사 명령을 선배들에게 내리는 커맨더가 된 셈이다.

"진국과 같은 선배들의 경기력을 모두 빨아 들여서 완성형 프로토스가 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에요. 김택용의 저그전, 도재욱의 테란전에다 자신있는 프로토스전을 합쳐서 최강의 프로토스로 성장하겠습니다."


◆부모님께 자랑스런 아들 되고파
10-11 시즌 맹활약하면서 신인왕까지 차지한 정윤종에게 연봉이 대폭 오를 것 같다고 했더니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별로 돈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이었다. 어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정윤종은 프로게이머가 됐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다. MBC게임에 입단한 뒤 학교 문제로 출퇴근을 해야 할 때가 되어서야 전했다. 부모님은 정윤종이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우려하는 시선을 보냈다고 했다. 부담이 컸던 정윤종은 성적을 내고 나서 부모님의 생각을 바꾸겠다고 했고 프로리그에서 승리한 뒤에 전화를 통해 알렸다.

"부모님이 생업으로 인해 너무나 바쁘셨어요.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지 않았죠. 활달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만 부모님과는 데면데면한 사이에요. 이 분위기를 깨려면 제가 더 유명해지고 자랑할 거리가 많아지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도 바빠서 정윤종의 경기를 챙겨보지 못하는 부모님을 위해 정윤종은 유명해질 시기를 앞당기고 싶다고 했다. 좋은 경기를 자주 보여주며 유명해지면 돈은 따라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모님도 생업보다 아들의 경기를 볼 시간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자랑스런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 부모님이 인정할 만한 아들이 되면 완성형 프로토스도 되어 있지 않을까요. 인간 복사기에서 완성형 프로토스가 되는 그날까지 저의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켜봐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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