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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서울시 김응표 주무관 "서울 광장 결승전 어떨까요?"

지난 8월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기로 한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시즌 결승전이 태풍 무이파로 인해 무산되고 난 뒤 e스포츠 협회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으로 돌아와 빠른 시일 안에 프로리그 결승전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팬들의 비난이 거센 상황에서 2주를 넘기면 안 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2주 안에 그 많은 팬들을 모을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한국 e스포츠 협회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2주 만에 서울 광진구 능동 숲속의 무대에서 프로리그 결승전이 진행됐고 KT 롤스터는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일궈내며 SK텔레콤 T1을 꺾고 2연패를 일궈냈다. 팬들은 최고의 결승전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렇게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시즌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이 장면을 지켜보던 한 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스포츠 관계자들에게조차 낯선 사람. e스포츠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성공적인 프로리그 결승전 개최를 지켜보며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던 서울특별시 마케팅과 전략기획팀 김응표 주무관이었다.

왜 그는 프로리그 결승전 현장에 와 있었을까? 그리고 e스포츠 관계자들과 함께 프로리그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뻐했을까? 지금부터 궁금증을 함께 풀어보자.

◆미션, 열흘 만에 결승전 장소 구하기
김응표 주무관은 서울특별시 마케팅과 전략기획팀에 소속돼 있다. 서울이라는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는 일을 주로 하는 김 주무관은 평소 e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 평소 게임을 즐겨 하지도 않는 그가 e스포츠를 알고 있었던 것은 순전히 포털 실시간 검색 때문이었다.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자주 등장하는 e스포츠를 지켜보면서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느끼던 찰나 김 주무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한국 e스포츠 협회로부터의 전화였다.

"상하이 결승전 취소 사건은 알고 있었어요. 인터넷에 떠들썩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건(?)의 주인공이 저에게 전화할 줄은 몰랐어요(웃음). 김철학 사무 국장이 2주 만에 서울에서 결승전을 열 장소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만약 e스포츠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 그 전화를 무시했겠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분야였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반갑게 전화를 받았어요."

만 명 이상 모일 야외 장소를 2주 만에 구하기란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김 주무관은 김철학 국장의 요청에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답변했다. 평소 e스포츠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던 김 주무관은 이것이 인연으로 이어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어 장소 섭외에 발 벗고 나서기로 다짐했다.

"장소 섭외가 쉽지만은 않더군요. 몇 백 명 모일 장소야 당장에도 알아볼 수 있지만 최소 만 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고 방송 장비와 중계까지 가능한 장소를 알아보려니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허가가 떨어진 곳도 막상 가보면 의사 결정권자가 거절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죠. 더운 여름이었는데 김철학 국장과 티셔츠가 흠뻑 젓도록 뛰어다녔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처음으로 e스포츠 일에 직접 발 벗고 뛰어다녔던 김응표 주무관. 밖에서 봤을 때보다 경험하고 난 뒤 e스포츠가 훨씬 더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느낀 김 주무관은 그 때부터 서울과 e스포츠가 윈윈할 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한류의 새로운 주자 e스포츠
세계인들이 서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파리는 에펠탑,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이겠지만 한국은 건물이나 유적지가 아닌 문화를 떠올린다고 한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까지 퍼져있는 한류는 서울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요즘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서울의 동대문 시장은 몰라도 ‘붉은 악마’나 ‘K-POP’은 알고 있죠. 요즘 시대에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김응표 주무관은 최근 한류의 종류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비단 김 주무관뿐만 아니라 서울특별시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한류도 드라마와 음악 이외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죠. 저희는 그것을 신 한류라 불러요.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문화를 지켜보던 도중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 문화가 신한류의 새로운 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김 주무관은 이번 프로리그 결승을 보고 e스포츠가 얼마나 매력적인 콘텐츠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겨우 일주일 남짓 홍보한 뒤 주말도 아닌 평일 저녁에 열린 경기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몰릴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처럼 파괴력이 큰 문화 콘텐츠가 서울에 있다는 사실에 행복한 마음까지 들었다.

"결승전 현장에서 느꼈던 짜릿함이 아직도 생생해요.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들도 능동 숲속의 무대가 이처럼 가득 찬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놀라웠고 충분히 세계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서울시와 e스포츠가 서로 윈-윈 할 수 있을 것 같아 결승전이 끝난 뒤 주먹이 불끈 쥐어지더라고요."

◆서울 광장에서 열리는 결승전, 어떨까요?
김응표 주무관은 2002년 월드컵 때 서울 광장에서 남녀노소가 모두 모여 열정적인 응원을 했던 장면을 머리 속에 떠올렸다. 그 장면으로 서울 광장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번 들르고 싶은 성지가 됐고 서울은 그로 인해 젊고 열정적인 도시로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었다.

"e스포츠도 젊고 열정적인 콘텐츠잖아요. 서울 광장과 이미지가 잘 맞는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고요. 내년에는 결승전을 서울 광장에서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더라고요."

김 주무관은 현재 e스포츠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분명히 다시 부흥기를 맞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 야구도 한 때 침체기가 있었지만 다시 살아났듯 e스포츠 역시 분명 ‘10만 관중’의 역사를 되풀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e스포츠가 분위기 반전을 이뤄내는데 저희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실 몇 백억을 들여도 문화 콘텐츠 하나를 창출하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e스포츠는 스스로 서울을 넘어 한국을 대표할 문화 콘텐츠로 성장했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e스포츠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 서울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 서울 광장 결승전을 생각해 봤습니다."

서울 광장에서 프로리그 결승을 하는 것이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김 주무관은 e스포츠 팬들이 서울 광장을 가득 메우고 환호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꼈다. 서울과 e스포츠 궁합이 좋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김 주무관은 활짝 웃었다.

"e스포츠가 또 다시 부흥기를 맞이하게 될 때 그 자리에서 함께 기뻐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금까지 지켜준 e스포츠 관계자들과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e스포츠 파이팅!"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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