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이영호 아버지가 본 늦둥이 아들

이영호 아버지가 본 늦둥이 아들
재활치료 함께하며 동고동락
어렸을 때부터 승부욕 남달라
게이머 결정 이후 전폭적 지원
남들의 인정 받는 사람 됐으면


최연소 스타리그 진출, 최연소 프로리그 다승왕, 최연소 양대 개인리그 3회 우승, 실내 아시아 경기 대회 금메달 등 프로게이머로서 이영호가 달성한 기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이영호가 지금까지 얻은 업적이나 상금 수입으로 보면 20대가 이루기에는 큰 일들이다. 이영호의 성공 시대의 배경에는 부모님의 지원과 격려가 바탕이 됐다.

데일리e스포츠는 지난 19일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휘닉스파크에서 재활 훈련을 받고 있는 이영호를 만났다. 이영호의 부모님은 아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 숙식을 함께하며 지냈다. 재활을 담당한 JDI 센터에서 숙식을 모두 제공하고 있지만 그래도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이 심적으로 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했다.

재활 훈련을 받고 있는 이영호를 취재하다 아버지 이강춘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스무살의 나이에는 이루기 어려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기까지 어떤 고충을 겪었는지 궁금했다.

◆날 때부터 승부욕 대단했다
이영호는 승부욕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한 번 진 선수에게는 두 번 다시 지기 싫어하는 모습은 이미 각종 인터뷰를 통해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재활 훈련장에서도 축구나 농구 등 몸을 쓰는 종목의 선수들과도 경쟁하며 승부욕을 불태운다는 기사까지 났을까.

이영호의 아버지 이강춘 씨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승부욕을 발현했다고 기억한다. 태어난 지 7개월이 되던 어느날 이영호의 부모님은 '기기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영호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른 아기들보다 발육 속도가 빨랐고 일찍 기어다녔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부모님은 이영호를 데리고 대회에 출전했다. 경쟁자들은 돌 전후의 11~13개월 사이였다. 당연히 이영호가 꼴찌를 할 것이라 생각됐지만 이영호는 그 대회에서 2등을 했다.

"다른 아기들이 얼마나 크던지 처음에는 포기하려 했었지. 몇 개월 되지 않았는데 괜히 데리고 나왔다는 생각도 했어. 그래도 참가에 의의를 두고 한 번 뛰어 보자고 영호 엄마가 그러길래 출발선에 뒀어. 처음에는 잘 기지도 못하고 형들에게 뒤처졌는데 엄마 목소리를 듣더니 열심히 기더라고. 그러더니 다 제치고 2등했어. 5~6개월 먼저 태어난 형들을 머쓱하게 만들었지."

이영호 아버지가 본 늦둥이 아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영호는 운동에 발군의 실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체육대회를 할 때면 달리기로는 반에서 1등을 계속 지켰고 학교 대표로 대전, 충남 지역 초등학교 육상 대회에서도 상위에 입상했다.

"순발력은 조금 떨어질 지 몰라도 지구력은 두세살 위의 형들이랑 맞먹었어. 도에서 열린 구간별 마라톤 대회에 나갔는데 1등을 했지. 영호 뛰는 모습을 보려고 차로 따라가고 있었는데 부담된다며 결승선에 가 있으라더라고. 기다리고 있는데 제일 먼저 영호가 들어왔지. 누가 보지 않아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했어."

◆말리고 싶었던 스타크래프트와의 인연
초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모범생이었던 이영호를 보면 이강춘 씨는 공부를 시킬 생각이 컸다. 승부욕도 남달랐고 관심을 공부에 뒀다면 큰 인물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의 뜻대로 아이가 크는 것은 아닌가 보다.

이영호가 스타크래프트와 인연을 맺은 이유를 아버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날인가 형으로부터 "영호가 게임에 재능이 있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버지는 아차 싶었단다.

"영호 형이 영호랑 띠 동갑 이상 나이 차이가 나거든. 영호가 초등학교 고학년이었을 때 대학생이었으니까. 어느날 형이 게임하고 있는데 영호가 어깨 너머로 보고 있었대. 그래서 대강 알려줬는데 잘하더라는거야."

이강춘 씨는 형의 제보를 듣자마자 PC를 철수했다. 한창 공부에 뜻을 둬야 하는 늦둥이 막내 아들이 게임에 빠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막지는 못했어. 학교 끝나고 한두 시간씩 PC방에 갔는데 사장님이 영호의 재능을 알아보고 게임방비를 받지 않으면서 연습을 시켰다고 하더라고. 그러더니 서울에서 열린 대회에서 상금을 받아 왔어. 그 때 느꼈지. 게이머가 되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밀어줘야겠다고."

◆팬택과 KT의 기로에서
본격적으로 게이머의 길을 걷는 아들을 위해 이강춘 씨는 한 발 먼저 뛰었다. 연습 환경을 알아보고 게임단에 길을 열어주는 일을 했다. 팬택앤큐리텔에서 이영호를 연습생을 뽑겠다고 했을 때에도 게임단 환경을 알아보고 전학을 시키면서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다가 팬택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갈등했다. 주위에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기업 환경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코칭 스태프에서는 별 일 아니라고 답을 했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불안했다. 아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얻었고 게임단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다른 팀을 만났다.

"팬택에서 영호가 고생을 했더라고. 나이가 어린데다 연습생이라 처우가 좋지 않았지. 프로게이머 자격을 얻지도 못했는데 팀이 없어지면 얼마나 마음 고생이 크겠어. 다른 팀을 알아보던 차에 KT(당시 KTF)가 영호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있더라고."

때 마침 2007년 상반기 드래프트가 열렸고 이영호의 아버지는 아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아들이 연습할 수 있도록 팀을 옮기겠다고 결정했다. 절차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고 팬택 측에서 이적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도 했지만 아버지의 눈에는 아들이 최우선이었다.

"영호를 훌륭한 선수로 키워줄 수 있는 곳이 KT라고 생각했고 나머지 문제는 내가 다 알아서 처리했지."

이영호 아버지가 본 늦둥이 아들

◆상승세와 부상
이영호의 KT 입단과 관련해 시끌시끌할 일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믿음은 확고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질테니 아들에게는 게임만 열심히 하라고 했다. 드래프트되자마자 다음 스타리그에 올라간 이영호는 승승장구했고 최연소 개인리그 4강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이영호가 걷는 길은 최연소라는 수식어로 가득찼다. 2008년 박카스 스타리그에서 우승한 이후 프로리그 3년 연속 다승왕을 차지했고 스타리그 3회, MSL 3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초고속으로 타이틀을 꿰찼다.

이영호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부모님은 물심양면으로 신경을 썼다. 몸에 좋다는 보약을 지어 올려 보냈고 비타민, 영양제 등 건강 보조 식품도 백방으로 구해 보내면서 막내 아들의 건강 유지에 주력했다.

아무리 부모가 신경을 썼다고 해도 모든 것을 챙길 수는 없었던 것일까. 이영호는 올 초 부모님에게 오른팔이 아프다고 털어 놓았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밖에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데뷔 2년차 때부터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던 이영호였기에 팔을 무리하게 썼고 부상이 닥쳤다. KT 사무국, 재활 센터, 병원과 수시로 전화하며 정보를 얻은 이강춘 씨는 수술을 결정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더 할 수 있다는 말에 과감히 메스를 대기로 한 것이다.

"영호가 게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다음날 시합이 있고 연습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남들이 다 자는 시간에도 남아서 하는 걸 보면 말리고 싶지가 않아.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부상을 빨리 낫게 하고 원하는 대로, 마음껏 연습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했지."

진찰을 받을 때나 결승전 때, 수술 날짜를 받을 때, 수술 이후, 재활 치료를 할 때 모두 이영호가 연습실이 아닌 다른 행사를 뛸 때에는 부모님이 동참했다.

"내 새끼이기도 하지만 KT 롤스터의 에이스이고, 한국의 e스포츠를 짊어지고 나갈 자원이라고 생각해. 보살피고 간수해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더 많은 팬들을 만들고 훌륭한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

이영호 아버지가 본 늦둥이 아들

◆자랑스런 막내 아들
늦둥이라서 그럴까. 이영호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각별했다. 한 시간 가량 인터뷰를 했지만 청산유수로 자랑이 계속됐다. 더 듣고 있다 보면 이영호의 재활 과정에 대한 취재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강춘 씨는 이영호 뿐만 아니라 부모님에게까지 입에 담지 못할 글을 올렸던 누리꾼에 대해 이영호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했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를 떠올렸다.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앞으로 커뮤니티 글은 보지 말라고 하더라.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설명하기 복잡하니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만 하더라. 사람이 안 볼 수가 있나. 들어가서 봤더니 내용이 좋지 않더라고. 부모된 입장에서는 아들이 먼저 생각났지. 전화했어. '아버지와 어머니는 괜찮으니 네가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알았다고 하더라고. 그러고 나서는 기사에 용서했다고 나오더라고. 우리 막내가 참 많이 컸구나라는 생각에 대견했어."

이강춘 씨는 한 마디만 더 보태야겠다고 했다. 앞으로 이영호가 이런 아들이 됐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바람이었다.

"돈? 명예? 그런 것보다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았으면 좋겠어. e스포츠하면 이영호가 떠오를 정도의 인물이 됐으면 하지. 성적이 좋은 것보다 올바른 길을 걸으면서, 남들을 리드해가면서 팀을 이끌고 업계를 이끌었으면 좋겠어. 영호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사람들로 부터 인정을 받는다면 그게 최고지. 부모가 더 바랄 게 뭐가 있겠어?"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T store와 함께 더 스마트한 생활(www.tstore.co.kr)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