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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닭과 달걀 중 무엇이 먼저일까?

올해의 프로토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프로리그에서 미친 활약을 펼치며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우고 개인상 두 부문을 휩쓴 SK텔레콤 김택용과 진에어 스타리그에서 기적적인 역전승을 연출해 3년 만에 '가을의 전설'을 쓴 허영무를 두고 팬들의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두 선수를 지지하는 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 하나의 논쟁으로 귀결된다. 프로리그가 중요하냐, 개인리그가 중요하냐는 질문의 답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프로리그를 잘했던 김택용과 개인리그를 잘했던 허영무 중 누구에게 상이 돌아가느냐의 문제는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한 셈이다.

한 선수가 이런 말을 했다. 일년 내내 잘한 김택용과 3개월 잘한 허영무 중 수치만 놓고 본다면 당연히 김택용이 받아야 한다고. 상 이름도 '3개월 프로토스 상'이 아니라 '올해의 프로토스 상'이듯 1년 단위로 치러지는 프로리그가 올해의 프로토스상에 기준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또 한 프로토스 선수는 "프로리그도 중요하지만 '올해의 프로토스 상'은 다시 말해 '올해에 프로토스를 가장 빛낸 선수'를 뽑는 상이다. 개인리그에서 프로토스가 계속 자존심을 구겼는데 허영무가 프로토스의 자존심을 세우지 않았나. 허영무가 받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했다.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프로리그가 개인리그만큼 인기와 파급력이 있었다면 이런 논란이 존재했을까? 아니다. 아마도 아무런 이견 없이 김택용이 '올해의 프로토스상'을 탔을 것이다. 결국 아직까지 프로리그는 개인리그를 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개인리그가 프로리그에 우선한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한국 e스포츠를 끌어가고 있는 근간은 분명 프로리그이기 때문이다. 개인리그와 프로리그는 누가 더 중요한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시너지를 내야 하는 관계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팀들은 프로리그에 모든 중심을 옮겼고 팬들은 아직까지도 개인리그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 차이가 가져오는 문제점이 '올해의 프로토스상' 논쟁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답은 없다. 프로리그도 중요하고 개인리그도 중요하다.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마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두고 싸우는 것과 별다를 바가 없는 논쟁이다. 둘 다 중요하고 둘 다 e스포츠에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팀들이 프로리그 때문에 선수들이 개인리그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점은 아쉽다. 스타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은 개인리그고 e스포츠가 계속 지속되려면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팀들이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팬들을 외면하는 스포츠는 망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는 개인리그를 배제한 상황에서 프로리그 논의가 진행됐다. 이는 개인리그를 통해 스타 탄생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욕구를 아예 무시하는 행위다.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한국 e스포츠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모든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각 기업들의 입맛대로 프로리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든다고 해도 팬들이 외면하면 그만 아닌가.

의사결정을 하는 각 팀들의 주체들은 '올해의 프로토스 상'을 놓고 펼쳐지는 논란이 그저 팬들의 소모적인 싸움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는 몇 년 동안 억지로 프로리그 몸집을 키우려고 개인리그를 배려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부작용이기도 하다. 프로리그와 개인리그 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의논할 시간에 팬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바란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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