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리그에 참여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후원에 눈을 뜬 선수가 있었다. 다들 생업에 종사하다 리그가 있을 때만 프로게이머로 돌아왔을 때 그 선수는 ‘우리는 왜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처럼 프로게이머를 직업으로 삼을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시작했다. 게임에 대한 열정과 리그에 대한 애정은 스타크래프트 선수들 못지않은데 유독 홀대 받고 있는 것이 답답했다.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을 먼저 해 결국 던파리그 사상 최초의 후원팀을 만들어 낸 박진혁이 그 주인공이다. 박진혁은 최초의 던파 후원팀을 만들기 위해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부모님께 용돈 타서 쓰는 철없는 아들이 아니라 당당히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 받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거쳤다."처음부터 일이 잘 풀렸던 것은 아니에요. 후원 받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처음 팀 후원을 받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비웃었어요. 과연 해주겠냐는 이유에서였죠. 게임을 하는 우리조차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속상하더라고요.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던파가 얼마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게임인지 그리고 그것을 플레이하는 우리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증명하고 싶었죠."처음 방문했던 회사에서 거절당하고 나서도 박진혁이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믿음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이렇게 빠져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게임이 가지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고 그것을 알아봐줄 회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던파리그에 참가하기 시작하면서 선수들뿐만 아니라 던파리그를 키워가려는 PD님과 기자님들의 의지를 봤어요.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는 한 던파리그는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게다가 선수들 역시 던파리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크고요. 믿음이 쌓여가면서 그것을 알아봐 줄 기업이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라는 자신감도 강하게 들었어요."결국 박진혁은 제닉스를 만나게 됐고 삼고초려 끝에 후원을 받아냈다. 두 번째 도전 만에 후원을 받아냈다는 결과만으로 생각보다 쉬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간 박진혁이 들였던 노력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같이 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그렇게 쉬우면 나도 후원 받을래’라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화나요(웃음). 사실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후원을 받아낼 때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고 권리를 취득함과 동시에 의무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해요. 아무런 준비 없이 그저 후원만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아무리 해도 후원을 받아내지 못할 겁니다."실제로 박진혁은 제닉스와 후원 계약을 체결한 뒤 회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개발 과정부터 참여해 피드백을 주기도 하며 신제품이 출시됐을 때는 홍보를 위해 아프리카 방송에서 상품을 걸고 던파리그를 진행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자신의 팀을 후원해 주는 팀을 위해 박진혁 혼자 생각해 낸 아이디어다.◇제닉스 본사에서 키보드 테스트를 하고 있는 박진혁"후원을 한번 받았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잖아요. 계속 후원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선수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최초의 후원팀이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다른 팀들의 후원도 무난하게 진행되지 않을까요? 먼저 길을 개척한 사람은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많이 뛰어야죠."박진혁은 악마군단이 ㈜아이락스의 후원을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신의 팀이 후원 받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팀 후원에까지 힘을 쏟는 이유는 던파리그의 활성화를 위해서다. 자신이 속한 리그가 크는 것이 스스로가 크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의 생각이 던파리그를 조금씩 성장시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저 혼자만 노력해서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던파리그를 위해 애써 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앞으로 이런 성과를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끔 하려면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힘 닿는 데까지 뛸 생각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던파리그에서 후원 받는 팀이 계속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더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인터뷰를 마친 뒤 또 하나의 후원 기업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박진혁. 올해 겨우 20세인 박진혁이 게임에 대한 열정 하나로 30대도 하기 힘든 일을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며 말로만 국산 게임 육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는 사람들보다 백 배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박진혁 같이 열정이 넘치는 선수를 지원하기 위해 e스포츠 업계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관련 기사 던전앤파이터 팀 후원 봇물 던파 팀 후원 기업 증가, 왜?*T store와 함께 더 스마트한 생활(www.tsto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