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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이재균-이지훈 감독이 말하는 형제팀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강원도 태백에서 진행된 KT 롤스터와 웅진 스타즈의 합동 워크숍은 프로게임단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진행된 두 팀의 단합대회였다. 이전까지 화승 오즈와 위메이드 폭스, SK텔레콤 T1과 MBC게임 히어로 등 친분이 많은 팀들이 서로의 연습을 도와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아예 두 개의 게임단이 한 곳에서 2박3일 동안 머물면서 합동 워크숍을 지낸 경우는 없었다.

KT와 웅진은 베스트 프렌드 팀이라 불릴 정도로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다. KT가 09-10 시즌 프로리그 결승전을 준비하면서 웅진의 도움을 받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10-11 시즌 포스트 시즌을 치르면서 두 팀은 4강전이라 할 수 있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치면서 라이벌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우정과 경쟁 사이에서 두 팀은 힘을 합칠 때는 다른 누구보다도 끈끈함을 보여줬고 경쟁할 때에는 치열한 싸움을 진행했다.

KT와 웅진의 단합대회에서 만난 KT 이지훈 감독과 웅진 이재균 감독은 서로의 장점을 더욱 키운다면 11-12 시즌 두 팀간의 결승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멋진 꿈을 꾸고 있었다.

◆10년된 인연
웅진 이재균 감독은 스타크래프트계에서 연차로 따지면 1, 2위에 드는 감독이다. 초창기 한빛소프트와 함께 스타즈 팀을 운영하면서 명문 프로게임단의 반열에 올랐고 김동수, 강도경, 박정석, 변길섭, 김준영 등 최고의 프로게이머를 육성하며 '지장'으로 인정을 받았다.

KT 이지훈 감독도 e스포츠계에서 알아주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스타크래프트 종목의 선수는 아니었지만 피파 종목에서 WCG 우승을 비롯해 20개에 가까운 대회를 석권하면서 이지훈 시대를 열었다. 과거 KTF의 유니폼에 달려 있던 3개의 별(별 하나가 10개 대회의 우승을 상징한다) 가운데 2개가 선수 시절 이지훈의 따온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피파계의 이영호 정도의 위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균이 감독직을 맡고 있던 시절, 선수 이지훈은 어땠을까. "최고의 피파 프로게이머였습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이외에도 여러 종목이 케이블 채널을 통해 중계됐는데 그 때마다 결승전에는 이지훈이 올라가 있었죠. 스타크래프트에서 임요환이 독보적인 존재로 활동했다면 당시 피파는 이지훈이 꽉 잡고 있었습니다."

선수 이지훈은 이재균 감독을 진정 선수를 위할 줄 아는 감독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선수들에게 연봉을 제대로 주는 팀이 많지 않았어요. 우승한 선수들은 몸값을 올려 달라고 할 때였고 이재균 감독님은 선수들의 요구를 들을 때마다 고민한 끝에 이적을 시켰죠. 신인으로 발굴해서 우승시킬 때까지 적지 않은 애정을 쏟았지만 선수들이 원하는 팀으로 옮겨줬어요. 에이스들은 대우를 받아야 하고, 자신은 또 다시 신인을 키우면 된다는 것이 이 감독님의 지론이었죠."

이재균 감독과 선수 이지훈의 연은 이지훈이 KTF 매직엔스(현 KT 롤스터)의 수석 코치로 돌아오면서 다시 이어졌다. 피파 선수였기에 스타크래프트를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지훈은 김철 감독의 뒤를 받치며 선수단 운영 능력을 검증받았고 2008년 감독직을 맡으면서 이재균 감독과 동등한 지위에 올랐다.

"감독이라는 것을 처음 해봤잖아요. 1세대 감독이라 할 수 있는 쟁쟁한 분들이 잔뜩 계셨고 다가가기가 어렵더라고요. 노하우를 여쭤봐야 하는데 무서웠어요. 그 때 이재균 감독님과 몇 번 만나면서 팀 운영 방식이나 선수 관리법 등을 배웠죠." 이지훈 감독의 말이다.


"이지훈 감독과의 인연은 강도경, 박정석이라는 매개체가 있었기에 이어질 수 있었다고 봐요. 공군에서 플레잉 코치로 뛰던 강도경이 제대 이후 KTF의 코치직을 맡았고 그 때 박정석도 한 팀에 있었죠. 내 새끼들을 맡아주는 감독인데 제가 잘 보여야 했죠." 이재균 감독의 회상이다.

두 이 씨 감독은 선수들이 연습을 마친 이후 자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돈독한 관계를 쌓아갔다. 초보 감독이었던 이지훈은 이재균의 노련미에 반했고 이재균은 모든 면에서 선수들과 함께 하려는 이지훈의 친화력에 매료됐다.

◆베스트 프렌드 팀
사적인 만남을 통해 교감하던 두 팀은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이지훈 감독의 데뷔 시즌이었던 08-09 시즌 프로리그에서 KT가 7위를 기록하며 아쉽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이재균 감독이 웅진이라는 그룹을 만나 제2의 감독 생활을 시작하며 8위에 랭크됐다. 6위까지 주어지는 포스트 시즌이 좌절된 이후 두 감독은 09-10 시즌에는 누가 올라가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기로 의기투합했다.

09-10 시즌이 시작되자 두 팀의 분위기는 엇갈렸다. KT가 이영호를 앞세워 승승장구했고 위너스리그에서도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당당히 결승전에 올랐다. 이 때부터 웅진의 도우미 역할이 시작됐다.


"이영호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배경에는 웅진 선수들의 도움이 있었어요. 저그 자원이 부족한 저희로서는 김명운이라는 좋은 카드를 보유한 웅진에게 도움을 요청했죠. 이재균 감독님도 흔쾌히 오케이해주셨고 KT가 단체전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죠."

과거 팀리그부터 프로리그를 거치면서 KT는 한 번도 정상에 선 적이 없었다. 09-10 시즌 위너스리그를 통해 우승을 경험한 KT는 이후에도 선전하며 정규 시즌 1위까지 올라선다. 그리고 이동통신사 라이벌인 SK텔레콤 T1을 만나 광안리 결승전 무대에 오른다.

"광안리 결승전에서는 이재균 감독님으로부터 제가 도움을 받았어요. 선수 시절에는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었지만 감독으로서 큰 무대는 처음이었죠. 1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광안리 결승전에 섰을 때에 대비한 마인드 잡기가 어려웠거든요. 2004년 광안리에서 처음으로 프로리그 결승전을 할 때 SK텔레콤을 잡아본 이재균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이후 이재균 감독이 이끄는 웅진은 프로리그 무대 뿐만 아니라 개인리그에서도 KT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영호가 화승 이제동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자주 결승전 무대에서 대결을 펼쳤고 그 때마다 김명운, 김민철, 임정현 등 웅진의 저그 라인이 총동원되면서 우승을 만들어냈다.

10-11 시즌에도 웅진은 KT를 살리는 원동력이 됐다. 4라운드까지 치르면서 KT는 저그 자원의 빈약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위너스리그에서는 이영호와 김대엽을 통해 성적을 냈짐만 저그를 충원하지 않을 경우 5, 6라운드에서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닥치자 KT는 웅진에 도움을 청했다. 저그전이 강한 임정현을 트레이드시켜 달라는 요구였다.

"임정현이 막 두각을 나타내려는 시점이었어요. 4라운드 막판 올킬을 성공하면서 잠재력을 인정받았거든요. 창단 3년만에 포스트 시즌에 올라가려는 웅진으로서는 없어서는 안될 선수였죠. 고민이 많았지만 KT의 요청이었기에 보내줬어요." 이재균 감독의 말이다.

임정현의 영입 이후 KT는 저그 라인이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 고강민, 최용주 등 반쪽 짜리 선수라고 치부되던 선수들이 임정현의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상승 곡선을 만들어낸 것. 그 덕에 KT는 포스트 시즌에서 김성대까지 포함해 4명의 저그를 주전으로 출전시키는 파격적인 엔트리를 구사할 수 있었다.

웅진도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임정현이 떠나갔지만 이재호를 받아들이면서 엔트리에 여유를 가졌고 종족별로 균형을 맞추는 등 이득을 챙겼다.

◆무엇을 배웠을까
11-12 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합동 워크숍에서 이재균 감독과 이지훈 감독은 서로의 장점을 찾았고 하루라도 빨리 접목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웅진이라는 이름을 달고 난 뒤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이재균 감독은 KT 선수들의 자신감이 부러웠다고 했다. KT 선수들이 2박3일 동안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승팀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선수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있어요. 그리고 할 때는 '빡세게' 하고 놀 때는 '제대로' 노는 모습을 보면서 팀 전체적으로 자기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지훈 감독은 웅진 선수들을 보면서 무엇을 얻었을까. 개인들이 융화하는 방식이 KT와 다르다는 것이 차이였다고 했다. 1대1 경기인 스타크래프트에서 개인의 실력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주눅들지 않는 자신감은 강한 개성에서 드러난다. 윤용태, 김명운, 이재호 등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모였고 알콩달콩 다투기도 하지만 자신의 영역을 지키면서도 융화하는 모습은 KT 선수들에게 없는 양상이다.

"웅진은 종족을 이끄는 포스트가 확실해요. 프로토스는 윤용태, 테란은 이재호, 저그는 김명운이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죠. 그러면서 후배들을 한두 명씩 끌어줘요. 대를 이을 적자를 찾는 시스템이 잘 꾸려져 있다고 할까요."

합동 워크숍을 마친 이후 웅진 이재균 감독과 KT 이지훈 감독은 "11-12 시즌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우리끼리 결승전을 치르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양 팀의 장점을 받아들여 녹여낸다면 무리한 꿈은 아닌 것 같다. 도우미 역할만 했던 웅진이 프로리그의 주인공이 될 지, 왕좌를 지키고 있는 KT가 또 다시 웅진의 자양분을 빨아들일지, 개막을 1개월 앞둔 프로리그에서 또 하나의 관심사가 될 것임은 틀림 없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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