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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선택한 유망주] 삼성전자 김준엽 "자신감만 갖추면…"

"김준엽에게 딱 하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자신감이죠. 방송에서 자신의 실력을 100% 구현할 수 있는 자신감만 있다면 아마 김기현, 박대호 못지 않은 훌륭한 신예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선수에요."

삼성전자 김가을 감독은 차기 시즌 유망주로 김준엽을 선택했다. 다분히 의도적이고 계산적인 선택이었다. 실력은 좋지만 유독 방송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터뷰로 미디어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 보였다.

"사실 의도된 지명이었습니다(웃음). 소위 말하는 '멘탈이 약한 선수'거든요. 쉽게 좌절하지만 또 잘할 때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요. 기복이 있죠.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를 알리고 조금씩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적응시킨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입니다."

김가을 감독은 삼성전자 테란 선수들의 실력에 대해 딱 잘라 이야기했다. 누구 한 명 잘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란다. 우리가 듣기에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지난 시즌 김기현과 박대호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고 그들의 실력이 김준엽, 조기석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력에 있어서는 누가 더 뛰어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단지 방송에 나가면 유독 잘하는 선수가 있고 그렇지 못한 선수가 있는데 그 차이가 있을 뿐이죠. 김준엽의 경우 내부평가전에서 ‘벨트웨이’ 같은 경우 16승1패를 기록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해요. 얼마 전 STX컵에 내보냈다가 말도 안 되는 경기력을 보여 솔직히 당황한 적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일이잖아요. 잘 극복한다면 삼성전자에 큰 보탬이 되는 테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가을 감독의 이야기에 김준엽은 얼굴이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도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막상 다른 사람이 있는 데서 자신의 단점에 대해 직접 듣고 나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네요(웃음). 감독님 말이 모두 사실이니까요. 연습할 때는 정말 자신 있었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방송 경기를 해보니 제 속에 누군가가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어요(웃음). 그 경기는 언급하기도 싫을 만큼 우울합니다. 아직 VOD를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다시는 그런 경기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요."

김준엽은 STX컵 경기에서 스스로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프로게이머를 하고 난 뒤 몇 번이나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며칠이 지나면 사라질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동안 코칭스태프에게 지적을 받았지만 뼈저리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방송 경기를 한번 하고 나니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역시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사람은 성장하지 못하나 봐요. 예전에 감독님이나 코치님 그리고 선배들이 매번 해주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었는데 스스로 문제점을 경험하고 피부로 느끼고 나니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치고 올라오더라고요(웃음). 지금이요? 아직 멀었지만 어느 정도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준엽은 스스로 부족한 점을 세 가지로 꼽았다. 연습량과 긍정적인 마인드 그리고 욕심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김준엽은 그동안 갖지 않았던 목표 설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목표가 없는 선수는 이루는 것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장 목표는 아쉽게 빼앗긴 신인왕 타이틀을 가져오는 거에요. 지난 시즌 (김)기현이가 아쉽게 신인왕 타이틀을 놓쳤잖아요. 이번 시즌에 삼성전자에서 신인왕을 타는 선수가 나타날 겁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김준엽이 될 거고요."

프로게이머가 되고 난 뒤 처음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김준엽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욕심을 부릴 생각이다. 연습량도 늘리고 연습 때 지더라도 좌절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다시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누가 다그쳐서가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 자신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스스로를 위해 달라질 것이고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은 노력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매번 작심 삼일로 끝나는 다짐이었지만 이번에는 작심 삼일로 끝나면 삼일 후 또 계획을 잡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할게요. 그저 그런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프로게이머로 명예를 얻고 싶다는 김준엽. 돈도 성적도 아닌 명예를 갖고 싶다는 소망은 어떻게 보면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일 수 있다. 성적만 좋다고 해서 명예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명예로운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김준엽은 이번 시즌부터 독하게 모든 일에 달라들 생각이다.

"순진하고 그저 웃기만 했던 김준엽을 벗어 던지고 이제는 목표를 향해 뛰어가는 김준엽의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음 시즌 최소 15승, 최대 20승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이 정도면 신인왕도 가능하겠죠? 삼성전자에게 오랜만에 개인 타이틀 하나 선물하고 싶네요(웃음). 다음 시즌 김준엽이라는 이름 기억해 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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