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2-카트-서든-던파 선수와 해설자가 말하는 한계
◇온상민 해설 위원, 카트 대표 박인재, 던파 대표 박진혁, 서든 대표 강건, 정준 해설, 스포2 대표 이호우(왼쪽부터)
KT 롤스터 이지훈 감독이 말했듯 데일리e스포츠는 항상 스타크래프트를 제외한 국산 게임 종목 육성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데일리e스포츠는 스페셜포스2(스포2) 프로리그, 카트라이더(이하 카트) 리그, 서든어택(이하 서든) 리그,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리그, 카오스온라인 배틀 등 수많은 국산 게임 종목을 취재하고 있으며 향후 시작될 리그오브레전드 등 더 다양한 종목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스타크래프트 전문 사이트가 아닌 다양한 종목을 아우를 수 있는 진정한 e스포츠 전문 사이트로 거듭나기 위해 데일리e스포츠는 창간3주년을 맞아 국산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들과 해설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과 해설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산 게임 종목이 처한 현실을 되돌아 보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번 좌담회에는 서든을 대표하는 e스포츠 유나이티드(이하 ESU) 저격수 강건, 스포 프로리그부터 스포2 프로리그까지 다양한 세리모니로 팬들에게 어필했던 웅진 스타즈 이호우, 국산 게임 종목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카트 대표 박인재 그리고 최근 던파리그 최초로 후원을 받는 팀제닉스 박진혁이 참가했으며 카트리그, 던파리그 해설을 맡고 있는 정준 해설 위원과 국내 FPS 리그 전문 온상민 해설 위원이 참여해서 자리를 빛주셨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강건과 이호우의 경우 같은 ESU 소속이었기 때문에 친분이 있었지만 다른 종목 선수들은 전혀 친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만나자 마자 서로를 반갑게 맞아 줬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금방 편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고 좀더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최고의 선수들과 최고의 해설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민과 어려움 그리고 그들의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좌담회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국산 종목 리그는 홈쇼핑?
DES=우선 데일리e스포츠 창간3주년 기획 인터뷰에 참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워낙 많은 분들에게 참석 요청을 드렸기에 모두 모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온게임넷 온상민 해설 위원
온상민=저희가 더 감사하죠. 이렇게 국산 종목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거기에 저 같은 변두리 해설자를 끼워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웃음).
정준=저도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카트리그가 끝나고 던파리그도 오래 쉬면서 아쉬움이 컸는데 이렇게 인터뷰할 기회가 생겨 영광이네요.
이호우=제가 대표로 선정돼 이렇게 이야기를 하게 되니 감개무량하네요(웃음). 기쁩니다(웃음). 저 역시 철새 신세였다가 얼마 전 웅진에 정착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스포2 대표로 인터뷰할 수 있게 돼 기분 좋습니다.
박인재=원래는 (문)호준이가 있는데 제가 대표로 나와 조금 민망하긴 합니다. 나이가 많아 대표로 뽑혔다 생각하고요(웃음). 많은 고민을 하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카트 선수들을 대표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박진혁=우선 데일리e스포츠 창간 3주년을 축하 드립니다. 데일리e스포츠 덕분에 후원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늦었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국산 게임 종목에 많은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DES=한번 쭉 인사를 듣는데도 꽤 시간이 걸리네요(웃음).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빨리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현재 국산 종목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온상민 해설=우스갯소리를 하나 하자면 사실 정준 해설자가 오기 전 카트와 던파 모두 제가 해설했거든요. 이렇게 (정)준이를 보니 무척 반갑네요(웃음). 어떻게 보면 진짜 국산 게임 전문가는 제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웃음).
본론으로 들어가면 최근 제가 홈쇼핑 쇼호스트가 돼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즉 우리나라 게임 방송 구조가 홈쇼핑화 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계진은 쇼호스트로서, 선수들은 모델로서 더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하지만 다 팔리면 상품을 내려버리는 느낌이 강합니다. 중계진 입장에서는 앞으로 10년은 더해야 하는데 말이죠.
모델 중에는 몸매만 좋은 사람, 피부만 좋은 사람 등 여러 특색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피부가 좋지 않지만 몸매는 좋은 모델이 화장품 홈쇼핑 모델을 할 수 없듯 선수들 역시 게임이 바뀔 때마다 종목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인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DES=지속 가능한 리그 모델이 부족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네요. 다른 선수들 모두 이에 동의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던파 대표 팀제닉스 박진혁
박진혁=전적으로 동의하죠. 현재 던파리그는 1년 2개월 정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최초로 후원을 받는 팀을 만들었지만 리그가 열리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죠. 우리는 프로게이머가 직업이고 그것으로 생활을 해야 하는데 리그가 열리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현재 핑팡이라는 두 번째 스폰서까지 유치한 상황인데 계속 이렇게 리그가 없으면 계약 파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돼요. 2010년에는 연간리그를 하면서 안정적인 구조가 형성됐고 그래서 후원사팀을 구했던 것인 데 상황이 이렇게 바뀔 줄 몰랐습니다. 정말 난감한 상황입니다.
◇카트 대표 박인재
박인재=카트 리그도 마찬가지에요. 대회가 계획 없이 드문드문 열리면 인생을 설계하고 계획하는 것이 정말 힘들어요. 10차 리그가 끝나고 1년6개월 동안 카트리그가 열리지 않았는데 그 때 많았던 후원사들도 다 떠나고 네임드들도 모두 군대를 갔죠.
현재 열리는 카트리그가 빅3 판도라 재미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리그가 오래 쉬었기 때문입니다. 문호준과 유영혁, 전대웅 등 빅3의 특징은 전원이 학생이라는 거죠. 그들은 딱히 리그가 열리지 않아도 게임을 계속 할 수 있지만 성인들은 리그가 없는 동안 생업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학교를 다녀야 하거든요. 1년 6개월 동안 꾸준히 연습만 한 선수와 다른 일을 병행했던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어떨지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죠.
◇온게임넷 정준 해설 위원(왼쪽)과 카트 대표 박인재(오른쪽)
정준=박인재의 말이 정답이에요. 해설자 입장에서도 1년 이상 리그가 없다 보면 기존 선수들의 이탈이 많아 차기 리그를 들어갈 때 선수 정보 수집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껏 만들어 놓은 라이벌 구도나 선수들 간의 스토리도 모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요. 연속성이 없다 보니 아쉬움이 커요. 저도 지난 대회에 참가했던 선수를 잊어버리는데 시청자들은 오죽하겠어요.
던파리그도 현재 기계식 키보드 회사인 제닉스와 아이락스가 던파팀을 후원하고 있는 만큼 리그가 열린다면 서로 맞붙었을 때 서로의 키보드도 부수는 등 라이벌 구도도 만들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할 수 있죠. 그렇게 되면 다른 업체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고요. 하지만 리그가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합니다. 던파 선수들이 정말 답답할 것 같아요.
DES=서든 강건 선수의 경우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표정인데요. 이런 일을 이미 겪었나요?
강건=다른 게임들보다 FPS 리그가 조금 일찍 시작했고 인기도 많이 끌었잖아요. FPS 선수들이 이미 7년 전에 하던 고민을 다른 종목 선수들은 지금에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속한 ESU 역시 처음 시작할 때는 목숨 걸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리그가 드문 드문 열리면서 점점 게임으로 생계를 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죠.
서든도 초반에는 후원 기업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 없어졌어요. 선수들 역시 다들 생업에 종사하다 리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잠깐 모여서 연습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게임이 획일화 되는 것도 그 때문이죠.
◆구조적인 문제 해결의 중요성
DES=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나요.
온상민=다른 종목 선수들도 결국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안쓰럽네요. 구조적인 문제는 선수들이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해외의 경우 종목사가 대회를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대회 주최권을 다른 곳에 준 뒤 그곳에서 알아서 후원을 받아 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대회 주관사는 상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도 선수들이 뛸 무대를 계속 만들어 주다 보니 오히려 기타 종목은 해외 선수들의 벌이가 더 좋죠.
굳이 게임 대회를 크게 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열리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도 마찬가지지만 국산 게임 종목 선수들도 생계형 게이머들이거든요. 리그를 꾸준히 참가할 수 있는 환경만 주어진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스포2 대표 웅진 스타즈 이호우
이호우=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는 있는 집 자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스페셜포스의 경우 리그가 언제 열릴지 고민해 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방송 리그뿐만 아니라 지역 대회 등 오프라인 대회가 꾸준히 있었어요. 예전 ESU 시절 강건과 같이 산 적이 있는데 우리가 일주일에 세 번씩 리그에 나가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어요. 우리는 서든이 인기가 많아 부러워했는데 나중에는 결국 리그가 많은 것이 더 부러움의 요소가 되더라고요.
DES=한국 e스포츠 구조가 스타크래프트 위주로 짜여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네요..
온상민=선수들에게는 상금을 많이 주는 것보다 리그에 계속 참가하는 환경과 시장을 형성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해요. 방송 리그의 문제점은 어차피 1, 2, 3위 상금을 가져가는 팀들은 거의 정해져 있거든요. 7, 8위에게 동기 부여가 될만한 리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준=저는 선수 생활도 해봤던 해설자잖아요. 선수 입장에서는 대회를 뛸 수 있다는 자체가 기쁨입니다. 1년에 한 번 대회가 열리는데 총 상금이 2억원인 것 보다 차라리 그 상금을 나눠서 1년에 4번 리그를 개최하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더 낫습니다. 선수 입장은 그렇지만 종목사나 방송국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박진혁=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죠. 사실 국산 종목 가운데서도 FPS 종목은 그나마 프로게이머 대접을 해주지만 던파나 카트는 무시당하기 십상이에요. 리그가 계속 열려서 우리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무시당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온상민=그런 점에서 드래곤플라이는 선수들에게 최고의 종목사라는 생각이 드네요. 나중에 제가 아이를 낳으면 온드래곤이나 온플라이로 지으려고요(웃음). 다른 게임은 성공한 다음 게임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리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스포2는 게임을 만들자마자 리그를 하잖아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호우=선수들 중에서도 드래곤플라이를 욕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요. 중계진들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드래곤플라이에서 전화가 와 부탁을 하면 다 해줘요(웃음).
지금 스포2가 정말 좋은 것이 CJ는 자사가 서비스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이번 리그에 목숨을 걸었거든요. 어쨌건 한 팀이 목숨을 걸면 다른 팀들도 덩달아 목숨을 걸게 돼 있어요. 성적에 대한 압박이 곧 관심이거든요. 팀이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게 되면 그 종목은 크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정준=그런 의미에서 스포2는 무조건 성공 사례로 남아야 해요. 다른 종목사들도 프로리그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죠. 마케팅 하는 분들에게 e스포츠라는 옵션 선택 사항을 추가시켜야 해요.
◇온게임넷 온상민 해설 위원
온상민=저 역시도 스포2는 다른 의미에서 무조건 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포2 리그를 성공시키기 위해 선수들과 중계진, 방송사 모두 불이 나도록 뛰어야 해요. 매체도 열심히 뛰어 주실거죠(웃음)?
이호우=데일리e스포츠는 국산 게임 종목의 수호천사니까요(웃음).
강건=다른 종목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스포2는 정말 잘 돼야겠네요(웃음).
DES=선수들이 볼 때 국산 게임 종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이호우=개인적으로는 FPS 리그가 가지는 한계를 카트나 던파는 뛰어넘었다고 생각합니다. FPS는 보는 재미가 부족한 반면 카트나 던파는 직관적이고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던파나 카트는 직접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리그를 보는 데 별 문제가 없지만 FPS는 맵과 전략을 자세히 알아야 보는 재미가 생겨요. 그러지 않으면 그냥 누가 누군가를 쏴서 죽이는 게임에 불과하죠. 보는 재미보다는 하는 재미가 더 큰 리그가 돼버려요. 위험한 것이죠.
정준=그 말에 동의해요. 저 역시도 카트와 던파는 해설을 하면서 스스로 몰입도가 상당하거든요. 보는 재미를 주는 것이 e스포츠로서 성공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FPS가 가지는 정통성과 순위를 매기는 방식의 객관성은 무시할 수 없어요. 다른 종목에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거든요.
온상민=리그를 쉬게 되면 선수 층이 얇아지죠. 그렇게 되면 리그를 보는 재미가 덜할 수밖에 없어요. 또다시 구조적인 문제로 돌아가게 되는데 보는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경기 외적인 요소도 많이 키워야 해요. 스페셜포스의 경우 꾸준히 리그가 열리다 보니 라이벌도 생기고 이야기가 만들어 지게 되더라고요. 모든 것이 리그의 영속성과 구조 변화로 귀결되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은 국산 게임 리그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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