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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의 메딕 데이트] '폭군' 이제동 이야기 1부

[서지수의 메딕 데이트] '폭군' 이제동 이야기 1부
안녕하세요. STX 소울 프로게이머 서지수입니다.

인터뷰로 팬들과 만나게 돼 정말 반갑습니다. 새해부터는 팬들과 더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기 위해 인터뷰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기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경기로든 다른 모습으로든 많은 소식 전해드릴 테니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앞으로 세 달 동안 팬 여러분들께 '서지수가 만난 사람들'이라는 코너를 통해 프로게이머 및 e스포츠 관계자들의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선수들뿐만 아니라 숨은 곳에서 e스포츠를 위해 애써 주시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네요.

제가 만난 첫 번째 사람은 8게임단 이제동입니다. 얼마 전 사상 최초 공식전 400승을 달성해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이제동 선수. 워낙 인기도 많고 낯을 많이 가린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만나기 전부터 긴장이 됐는데요. 그래도 첫 만남에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끔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이제동 선수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죠.


◆서지수와 이제동의 인연
서지수=안녕하세요. 그동안 기회가 없어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인터뷰로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이제동=저도 누나를 만나게 돼 영광입니다. e스포츠 여신을 이렇게 직접 보는 것이 처음인 것 같아요(웃음). 누나가 인터뷰 하러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수많은 남성 팬들의 질타를 받을 수도 있잖아요(웃음).

서지수=제 이름을 걸고 하는 코너인데 처음으로 어떤 선수를 만날지 고민이 많았어요. 팬들에게 인기 많은 선수 중 혹시 나와 인연이 조금이나마 있었던 선수는 누가 있을지 생각하다가 아예 인연이 없는 선수를 찾게 돼 이제동 선수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8게임단에서 어떻게 지내는 지도 궁금하고요.

이제동=친해질 기회가 없어 아쉬웠는데 저도 기분이 좋네요. 8게임단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원래 선수들은 환경과 상관 없이 게임을 할 수만 있다면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잖아요. 아주 열심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그런데 나름 누나와 저는 인연이 있어요. 제가 데뷔도 하기 전인 연습생 시절 게임을 한 적이 있는데 기억 안 나세요?

서지수=당연히 기억나죠. 이제동 선수가 기억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웃음).

이제동=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때 상대가 (서)지수누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 긴장해서 경기했거든요. 생각보다 너무나 잘하셔서 이를 악 물고 게임을 했기 때문에 아직도 머리 속에 생생히 기억나요(웃음). 게임이 끝난 뒤 주변 사람들이 '목숨 걸고 하는 것 같다'며 놀렸어요(웃음).

서지수=지금은 최고의 선수였던 '택뱅리쌍'과 연습생 시절 모두 경기를 해봤어요. 성공할 선수는 처음부터 뭐가 달라도 다르더라고요. 진짜 잘하던데요? 저그가 어쩌면 이렇게 잘할 수 있을까 감탄했던 적이 있어요. 연습 후 감독님께 '이 선수 데려오면 안 되냐'고 말했었죠. 그만큼 가능성이 높은 선수였던 기억이 나네요.

이제동=그렇게 말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웃음). 사실 그때는 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제 실력의 120%가 발휘됐던 것 같습니다(웃음).


◇e스포츠 대상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이제동과 김구현. 어색한 말투와 진행으로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서지수=얼마 전 e스포츠 대상이 있었는데 그때 이제동 선수와 김구현 선수의 유창한(?) 진행 실력이 화제가 됐었죠. 그때 현장에 저도 있었는데 무척 재미있었어요(웃음).

이제동=그 일은 잊어주시면 안될까요(웃음)? (김)구현이가 군대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딱딱한 말투를 쓰다 보니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어색했던 것도 있고(웃음).

서지수=그 마음은 조금 이해가 되요. 저도 예전에 시상자로 나선 적이 있는데 손발이 오그라 들더라고요. 대본을 미리 읽어 보는데 '내가 이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니 아찔했어요. 이제동 선수도 그랬을 것 같은데(웃음).

이제동=다른 선수 칭찬도 하고 서로 말을 주고 받아야 하는 등 대사들이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어요. 게다가 저는 후보로 있었잖아요. e스포츠 대상을 주최하는 분들께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이 후보에 있는 선수를 시상자로 무대에 세우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솔직히 많이 불편하고 힘들었습니다. 다음에는 배려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8게임단에서의 새로운 시작
서지수=얼마 전 화승이 해체하면서 8게임단에 합류했는데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같은 프로게이머로서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이제동=프로게이머는 어떤 환경에서건 열심히 연습해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은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게임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해 연습하는 것뿐이에요.

서지수=정말 어른스럽네요. 그래도 팀 해체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땠나요?


이제동=프로게이머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꼽으라면 그때를 떠올릴 것 같아요. 그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함께 울고 웃던 선수들과 헤어지고 그 중에서 게임을 그만둬야 하는 선수도 생기는 등 모두들 힘들어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울컥하더라고요. 8월은 저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예전 SK텔레콤과 광안리 결승전에서 3패 했을 때도 정말 힘들었는데 지난 8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서지수=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이제동=그들이 게임단에 들어와 청춘을 바쳐가며 열심히 게임을 했던 이유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인데 그 꿈을 펼치기도 전에 힘든 일부터 겪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만 편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어요.

서지수=그래도 지금 8게임단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네요.

이제동=잘 지내고 있습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항상 기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요. 지금은 행복합니다.

서지수=8게임단에서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른 선수를 꼽아보자면 누구일까요?

이제동=아마 저희 게임단 모든 사람들이 이제동이라고 말할 것 같아요(웃음). 그 말에 저도 동의합니다(웃음). 원래 낯도 많이 가리고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 방송에서 무뚝뚝하고 친해지기 힘든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친해지고 나면 사투리 섞어가며 말도 많이 하고 욕도 해요(웃음). 처음에는 날카로운 이제동을 기대했던 선수들이 지금은 옆집 동네 형 대하듯 합니다(웃음). 최근 스스로 여유를 갖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고요.


◆최고의 위치에 있는 선수의 고뇌
서지수=몇 년 간 최고의 위치에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비법이 있을까요?

이제동=얼마 전에 최고의 자리를 빼앗겼잖아요(웃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할 자격이 안되는 것 같은데(웃음).

서지수=그래도 아직까지 최고의 저그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이제동이라 답할걸요.

이제동=그저 남들과 똑같이 연습하고 생활한 것뿐이에요. 비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예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연습에 더 집중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죠. 체력이 중요하다 생각해 운동과 건강에 좋은 음식 섭취를 꾸준히 했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노력을 꾸준히 했어요. 어느 순간 중단한 것이 아니라 정말 꾸준히 했던 것 같아요.

서지수=정말 대단한 것이라 생각해요. 사람이라는 것이 원래 최고의 자리에 있다 보면 방심도 하고 자만하기 마련인데 이제동 선수는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제동=그렇게 말하는 것은 조금 민망해요. 왜냐면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초심을 잃었거든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연습에만 집중하고 게임 하는 것이 즐거웠던 시기와 지금은 확실히 달라요.

하지만 초심을 잃었을 뿐 그것을 잊지는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나 초심을 몇 년간 유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초심을 잊지 않고 그 마음을 지켜가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

서지수=개인적으로는 이제동 선수가 가장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습생 시절부터 가자 먼저 연습하고 가장 나중에 연습실에서 나갔다고 들었거든요. 최고의 위치에 올라간 지금도 그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후배들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적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최고의 선수인 것 같아요.

이제동=제가 앞에 있다고 이렇게 말해주는 것은 아니죠(웃음)? 그렇게 평가해 주시니 정말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평가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서)지수누나를 실망 시키면 안될 것 같아요(웃음).

서지수=지금까지도 그래왔듯 후배 프로게이머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된다면 e스포츠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제동=좋은 선수, 올바른 선수 그리고 최고의 선수로 기억되기 위해 저 역시도 더 열심히 해야죠.

*2부에서 계속 됩니다.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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