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피플] 고민에 빠진 '청년가장' 김윤중

[피플] 고민에 빠진 '청년가장' 김윤중
나이 들수록 가족 부양에 대한 고민 커져
마음 다잡고 연습에 몰두하기 위해 노력
서지수가 선정한 절친 "영광"


방송 작가와 PD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가 있다. 이 선수가 출연하면 방송이 '빵빵' 터진다. 대본에 없는 이야기들을 늘어 놓으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멍석만 깔아주면 '방언'이 터져 녹화하는 스태프들도 배꼽의 위치를 확인하게 만든다. STX 소울의 주장을 맡고 있는 김윤중에 대한 주위의 평가다.

데뷔 초부터 꾸미지 않은 외모로 '머털도사'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김윤중은 데뷔 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외모를 과시하고 있다. 6년차가 되면 외모에도 신경 쓰게 되기 마련이지만 도통 꾸미기에는 관심이 없다. 아직도 5년 전에 입던 청바지와 외투로 외출한다.

게임 이외에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주변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김윤중이지만 최근 그의 얼굴에는 고민이 가득하다. 시즌 초반 2연패의 늪에 빠지고 난 뒤 김윤중은 수많은 고민들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게임만 생각하던 김윤중은 과연 어떤 고민에 빠진 것일까?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게임 이외의 생각들로 머리 속이 복잡할 나이인 23세가 된 김윤중이 갖고 있는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피플] 고민에 빠진 '청년가장' 김윤중

◆그의 고민은?
프로게이머들에게 23세는 '마의 나이'라고 불린다. 아무것도 모르고 게임만 하던 선수들도 군대 영장이 나오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막연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는 나이가 23세이기 때문이다. 이 고비를 잘 넘기면 장수하는 선수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그저 그런 선수로 남거나 팬들의 기억 속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인지 설 특집 때 그 해 띠를 가진 선수를 찾아 인터뷰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선수들이 태어난 해에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 나이로 25세가 되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23세가 되고 나면 하향세로 접어든다. 그렇기에 자신이 태어난 해까지 최고의 위치를 지키면서 인터뷰 폭탄(?)을 맞은 송병구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김윤중이 많은 고민에 빠진 이유도 다른 프로게이머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게임만 하면서 물량 뽑고 공격하는데 몰두했던 그에게 하나 둘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프로게이머들에게는 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일들이었다.

"세상을 경험하면서 내가 언제까지 프로게이머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됐죠. 프로게이머들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남자들은 23세 때 군대 문제를 가장 많이 고민하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게임 이외에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연습할 때나 경기에 나가 게임을 할 때 거기에만 빠져 있었던 김윤중이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많은 고민들 때문에 연습에 몰두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면서 또다시 자괴감에 빠지다가도 다시 마음을 다잡기를 수십 번. 지금 김윤중은 마음을 다잡지 못한 상황이다.

◆너무나도 소중한 가족들
김윤중은 2년 전 데일리e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버지 혼자 어린 여동생의 생활비를 대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족을 돌보고 있고 그들을 좀더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싶다는 작은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마음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윤중의 마음이 더 복잡하다. 가족들을 위해 살아왔지만 앞으로도 계속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하고, 그렇게 하고 싶기에 지금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더 잘살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예전에도 말했듯 여동생을 보면 딸을 키우는 심정이에요(웃음). 올해로 중학교 1학년이 됐는데 이제 나이 먹었다고 오빠를 어색해 하더라고요(웃음). 아직 어린 동생이지만 앞으로 대학도 보내야 하고 시집도 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죠. 동생에게 지금보다 더 든든하고 멋진 오빠가 되고 싶어요.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죠."

동생에게 애틋한 마음이 들면 들수록 김윤중의 책임감은 가중된다. 가족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하고 싶지만 지금 생각하는 자신의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미래의 고민은 미래에 하고 지금은 게임에 몰두하자는 생각을 백 번 넘게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피플] 고민에 빠진 '청년가장' 김윤중

"성적을 더 올려서 연봉을 많이 받고 미래를 위해 저축하자는 생각을 하루에 백 번도 넘게 해요(웃음). 그런데 자꾸만 그렇지 않은 현실이 눈 앞에 다가오니 혼란러울 수밖에요. 아무 생각 없이 게임만 했던 예전이 그립습니다."

초심을 잃은 것 같다며 자책하던 김윤중은 자꾸만 드는 쓸 데 없는 생각들을 빨리 접어두고 예전처럼 게임에 미쳐 게임만 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초심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기세였다.

"한창 고민하던 시점에 방송 경기에서 두 번 지고 나니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졌어요. 자꾸만 최악의 상황만 머리 속에 떠오르고요. 지금이요? 마음을 많이 진정시킨 상황입니다. 그동안 절 지켜왔던 것이 자신감인데 이것마저 동이 나면 안 되죠(웃음).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럴 자신도 있고요."

아직까지 모든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김윤중은 초심을 찾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초심을 되찾게 되는 순간 더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며 부활을 꿈꾸고 있다.

◆서지수와의 인연
얼마 전 김윤중의 팀 동료 서지수가 이영호와 인터뷰에서 "연락하는 선수가 김윤중 뿐이다"라는 이야기를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e스포츠 여신 서지수와 연락하는 유일한 남자 프로게이머가 된 김윤중의 기분은 어떨까?

"저는 친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서)지수 누나가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하면 어쩌죠(웃음)? (서)지수 누나 이미지가 차갑고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다들 오해를 많이 해요. 그래서 되려 친해지지 못하는 것이죠. (서)지수 누나는 먼저 다가오는 사람들을 절대로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아요. 잘해줘요. 단지 먼저 다가가지 못할 뿐입니다."

김윤중은 먼저 서지수에게 다가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 예전부터 친해지고 싶었던 마음이 있기도 했지만 주장 입장에서 서지수도 자신이 챙겨야 할 STX 소울 소속 프로게이머였기 때문이다.

[피플] 고민에 빠진 '청년가장' 김윤중

"동생들이 (서)지수 누나에게 친근하게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동생들은 워낙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대선배인데다 예쁜 여자다 보니 말도 못 걸더라고요(웃음). 솔직히 저는 예쁜 누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먼저 말을 걸었는데 요즘 애들은 그런 용기도 없는 것 같아요(웃음)."

정이 많고 다정다감한 성격을 지녔기에 서지수와 문자를 주고 받는 유일한 프로게이머가 될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자신감 회복이 관건
김윤중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 회복이다. 어떻게든 자신감만 회복한다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 지금의 모든 고민을 접어두고 현실에 충실하자는 결론을 내린 그에게 지금 남은 일은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뿐이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꾸준히 프로리그 승수가 올랐거든요. 절대로 퇴보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처럼 팀에 많은 승수를 챙겨준 선수가 돼야죠."

아직까지 많은 고민들이 사라진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김윤중은 우선 앞에 놓인 연습에 최선을 다해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컸다. 다시 마우스를 잡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김윤중의 마음은 결연했다.

"지금은 잘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습니다. 다시 출전 기회를 잡아 부활하는 모습 가족들,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아직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계속 지켜봐 주세요."
[피플] 고민에 빠진 '청년가장' 김윤중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