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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겸의 카트 따라잡기] 오존게이밍 박현호가 보여준 근성

◇온게임넷 김대겸 해설 위원

안녕하세요. 온게임넷 해설 위원 김대겸입니다.

지난 주에는 '빅3' 문호준, 전대웅과 쌍둥이 형제 이중선-이중대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A, B조 2차 예선 경기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네 선수의 플레이를 기대하면서 경기를 지켜봤는데요. 우리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A조에서는 관심 밖이었던 선수가 맹활약하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지난 주 팀 후원을 받게 된 오존게이밍 박현호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창단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팀이 창단되는 경우에는 그 기세와 힘으로 소속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요. 카트라이더도 예외는 아니었나 봅니다. AN게이밍이 비전텍컴퍼니의 후원을 받아 오존게이밍으로 새롭게 태어났고 그에 소속된 선수들 모두 좋은 성적을 내 창단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데요. 박현호 역시 그 힘을 얻었는지 엄청난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지난 1차 예선에서 8명 가운데 꼴찌를 기록한 박현호. 게다가 포인트는 겨우 4포인트였습니다. 4위까지 패자조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2차 예선이 진행됐을 때는 아무도 박현호를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멋진 플레이를 펼친 오존게이밍 박현호

하지만 창단식 이후 절치부심한 듯 박현호는 미친(?) 레이스를 펼치며 3위를 차지해 패자조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지금까지 1차 예선에서 꼴찌를 했던 선수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다들 박현호의 역주에 박수를 보냈죠. 오존게이밍의 창단 효과 덕분이었는지 박현호는 진정한 스포츠맨십은 포기할 줄 모르는 근성이라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박현호의 플레이가 가장 빛났던 경기는 '문힐시티 숨겨진 지하터널'에서 펼쳐진 6라운드였습니다. 5경기가 끝난 시점에서 문호준과 문명주는 이미 승자조를 확보한 상황이었고 남은 패자조 2개의 티켓을 누가 가져가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 경기였는데요. 이 당시 이중대는 3위였고 4위는 박현호, 김경훈, 장재석 등 세 명이었습니다. 꼴찌였던 박현호가 4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놀라운 저력을 발휘한 것이죠.

6라운드는 4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세 명 중 누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1위인 문호준이 82포인트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3경기 안에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라 6라운드 순위에 따라 최종 패자조 진출자가 가려질 수밖에 없었죠.

박현호는 시작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번 트랙에 좋은 윈드엣지를 선택한 반면 박현호는 전 트랙에서 윈드엣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그 대신 헬로키티 바이크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물론 같은 바이크라면 ‘문힐시티 숨겨진 지하터널’에서 차이가 크지 않지만 직선 구간이 많기 때문에 가속이 좋은 윈드엣지가 조금 더 좋다는 평가가 내려지는 터라 4위권 싸움을 하고 있는 박현호에게는 불리한 상황이었죠.

세 경기 연속 2, 3, 2위를 차지하며 기세를 올리던 박현호는 초반 스타트를 좋게 끊어 1위로 치고 올라갔습니다. 실력이 비슷한 선수들의 경기라면 하위권에서 역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반 이상이 스타트 싸움에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평소 연습량이 뒷받침 되지 않거나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라면 오히려 1위로 치고 나갔을 때 긴장해 중반부나 마지막쯤에 사고가 나며 하위권으로 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현호 역시 이번 시즌 1차 예선 'WKC 브라질 서킷'에서와 같이 1위로 잘 달리다가 막판 실수가 나오는 장면이 몇 차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또한 오존 게이밍 창단 이후 처음으로 출전한 상황에서 1위를 한 적이 없어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끝까지 잘 달릴 수 있을지에 대해 물음표가 그려질 수 있었죠.

1랩이 끝난 시점까지 박현호는 1위를 지켰습니다. 그 뒤를 김경훈, 이중대, 문명주가 따라붙는 중이었습니다. 특히 김경훈과 이중대는 같은 패자조 진출을 놓고 치열한 순위 다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위였던 문명주는 직선구간보다는 헤어핀 지름길 구간에서 끌리는 드립을 사용할 시 더 좋은 라인을 탈 수 있는 헬로키티를 이용해 윈드엣지를 타고 있던 김경훈을 제치고 1위인 박현호까지 노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복합굴절 구간에서 순위를 잘 지키고 있던 박현호가 역시나 집중력이 떨어진 듯 문명주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평소 박현호라면 아마도 역전당한 이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을 텐데요. 그러나 박현호는 창단 이후 확실히 달라진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2위를 잘 지켜낸 박현호는 마지막 승부구간이라 할 수 있는 점프드립 이후 바로 이어지는 헤어핀 구간에서 아웃코스를 공략해 몸싸움을 펼친 끝에 1위를 탈환했습니다.

창단 이후 오존게이밍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라운드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박현호는 결국 3위로 패자조에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노력하는 선수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교훈을 준 정말 멋진 경기였습니다.

온게임넷 김대겸 해설 위원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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