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그라피] 군대에서도 정석이었던 박정석(3)](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4101313330059093dgame_1.jpg&nmt=27)
*(2)편에서 계속
오영종, 한동욱 등 스타리그 우승자들과 함께 입대하면서 박정석에 대한 기대는 매우 컸습니다. 임요환이 30대에도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12월 제대를 앞둔 상황에서 박정석이 공군을 이끌고 가야 하는 중차대한 짐을 떠맡았기 때문이죠. 실제로 박정석은 바로 위 선임인 이주영, 박대만 등과 10개월 가량 차이가 났기 때문에 상병만 달아도 팀의 최고참이 되는, 말 그대로 풀린 군번이었습니다.
군에 다녀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풀린 군번은 장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선임이 없기에 일찌감치 부서나 내무반에서 최고참이 되어 잡다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군생활이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시점에 최고참이 된다는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고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됩니다. 박정석은 이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군에서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게이머그라피] 군대에서도 정석이었던 박정석(3)](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4101313330059093dgame_2.jpg&nmt=27)
◇2008년 11월 24일, 공군 입대 후 첫 공식 경기를 앞둔 박정석
◆군대의 정석
박정석이 군에 간다고 했을 때 관계자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모범적으로 군생활을 해서 '말뚝 박으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겼습니다. 고등학교 때 프로게이머를 시작했고 숱한 기간 동안 다양한 성격을 가진 선배들을 두루 만나면서 어떻게 단체 생활을 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박정석이었기 때문입니다.
KTF 매직엔스 시절 강민, 홍진호, 조용호 등 서로 다른 팀에서 활동하다가 한 팀이 된 초창기 윤활유 역할을 했던 선수는 박정석이었습니다. 강민이 GO, 홍진호가 투나 SG, 조용호가 SouL, 박정석이 한빛에서 이적해왔죠. KTF가 선발하고 육성한 선수들보다는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이 더 많았기에 융화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각자 뛰었던 팀의 문화가 다르고 선수들이 갖고 있는 특성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게이머그라피] 군대에서도 정석이었던 박정석(3)](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4101313330059093_3.jpg&nmt=27)
◇몸짱으로 알려진 박정석은 영웅이라는 별명 말고도 '등짝'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부러운 몸매죠.
이들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만드는 역할을 박정석이 했지요. 선배도 있고 후배도 있었지만 중간에서 교각 역할을 했죠. 쉽게 표현하면 모래알을 뭉치게 하는 진흙이나 찰흙이었다고 할까요? 박정석이 자주 쓰는 말 중에 '좋은 게 좋은 거죠'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 하나로 스타 군단 KTF를 이끌어 갔습니다.
게임단에 있을 때 윤활유 역할을 했던 경험은 군에서도 박정석을 모범적인 군인으로 만드는 요소가 됐습니다. 함께 입대한 오영종이나 한동욱은 이전 소속 팀에서 리더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죠. 성적으로는 톱 클래스였습니다만 팀을 이끈 경험은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공군 에이스의 선참이 됐을 때 박정석이 리더가 되어 팀을 끌어 갔습니다.
박정석은 꾸짖어야 할 때와 다독여야 할 때를 아는 선배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영종, 한동욱이 후임들과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기에 위엄을 세우려 하면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안 박정석은 스스로 악역을 자처합니다. 무섭게 다스려야 할 때와 위로가 필요할 때를 오랜 단체 생활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악역도 멋졌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군요. 또 선임병이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했을 때 후임병들이 선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깨달은 박정석은 스스로 모범을 보이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결과가 공군에 있을 때 달성한 프로리그 첫 100승 기록입니다.
이름처럼 군에서도 정석이었네요.
![[게이머그라피] 군대에서도 정석이었던 박정석(3)](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4101313330059093_4.jpg&nmt=27)
◇4대천왕 가운데 한 명인 이윤열과 대결하는 듯한 포즈를 취한 박정석. 이윤열과는 프로리그 100승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펼친 바 있습니다.
◆프로리그 100승 경합
공군 시절 박정석이 달성한 가장 큰 기록은 프로리그 100승입니다. 박정석은 프로리그에서 아무도 달성하지 못했던 타이틀인 정규 시즌 통산 100승이라는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이윤열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90승을 먼저 도달한 선수는 이윤열이었지만 박정석은 아홉수를 극복하면서 밸런스를 맞췄죠.
박정석이 공군에 입대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점은 신병 교육 훈련을 받는 동안 이윤열이 많은 승수를 쌓으면서 100승에 무혈 입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윤열은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시즌 초반 6승을 따내며 박정석보다 빠른 행보를 보였고 격차를 서서히 벌려 나갔죠.
그렇지만 박정석도 가만히 넋놓고 있지 않았습니다. 신병 교육 훈련을 마치고 08-09 시즌 2라운드 막판 복귀전을 치른 박정석은 생각보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고 공군에서 출전 기회를 자주 얻으면서 이윤열을 따라 잡았습니다. 때마침 이윤열이 3라운드부터 프로리그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박정석은 2월18일 위메이드와의 3라운드 경기에서 전태양을 꺾으면서 97승을 기록, 이윤열을 제치고 다승 선두로 치고 나갔습니다.
박정석은 웅진 김남기와 하이트 조재걸을 꺾으며 이윤열보다 먼저 99승 고지에 올랐죠. 1승만 추가하면 프로리그 사상 첫 100승에 등극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박정석은 지긋지긋한 아홉수를 맞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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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프로리그 100승을 달성한 박정석.
아이러니하게도 아홉수를 풀어준 팀은 전 소속팀인 KTF 매직엔스(현 KT 롤스터)였습니다. 화승으로부터 영입한 박지수와 2009년 4월21일 경기를 펼친 박정석은 리버를 적극적으로 쓰면서 승리했고 이윤열을 제치고 가장 먼저 프로리그 정규 시즌 통산 100승 고지를 가장 먼저 점령했습니다.
◆처절했던 연패와의 전쟁
박정석은 프로리그 사상 최다 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프로리그라는 타이틀로 처음 열린 2003년 KTF EVER 프로리그에서 팀플레이와 개인전을 오가며 15연승을 세운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박정석이 프로리그에서 가장 오랜 연패 기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박정석은 2007년 4월18일 삼성전자 송병구에게 패한 뒤 2008년 12월16일 MBC게임 서경종전까지 무려 13경기 연속으로 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팀플레이 부문에 출전해 승리하긴 했지만 프로리그 개인전만 따지면 가장 오랜 연패 기록이죠. STX 김동건과 웅진 박대만, SK텔레콤 최호선이 12연패까지 이어가며 박정석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기 직전까지 온 적이 있지만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광(?)을 누리진 못했습니다.
![[게이머그라피] 군대에서도 정석이었던 박정석(3)](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4101313330059093_6.jpg&nmt=27)
◇동료들의 플레이를 보고 있는 박정석의 모습.
박정석에게 가슴 깊이 새겨진 연패 기록은 또 있습니다. 공군 에이스가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 시즌 2라운드에서 3라운드 중반까지 18연패를 당하는 과정에서 박정석은 오영종, 한동욱 등과 최고참으로 팀을 이끌었기에 마음이 좋을 수 없었습니다.
공군 e스포츠병 가운데 가장 높은 계급을 갖고 있던 선임병이었던 박정석은 책임을 통감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공군이 못한다, 못한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연패할 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공군은 3월1일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 시즌 3라운드 화승과의 경기에서 삭발하고 등장한 뒤 연패를 끊었고 박정석은 화승의 투톱인 구성훈을 꺾으면서 연패 탈출에 일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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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시즌 결승전에서 우승한 이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박정석의 준우승 징크스가 끝난 날이죠.
◆e스포츠 떠나 새로운 출발
박정석은 2010년 공군에서 전역한 이후 원 소속팀인 KT 롤스터로 복귀했습니다. 09-10 시즌 공군의 유니폼을 입고 있던 시절 KT 롤스터가 광안리 결승전에서 SK텔레콤 T1을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관전해야 했던 그는 10-11 시즌 팀으로 복귀했고 후배들이 맹활약한 덕에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KT 롤스터의 유니폼을 입은 채 지켜봤습니다. 비록 10-11 정규 시즌에서 1승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박정석은 "이렇게 멋진 후배들과 함께라면 30대에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계속할 수 있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러나 박정석의 꿈은 한 시즌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에 들어오면서 에이스 결정전이 사라진 5전3선승제가 도입됐고 박정석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1년 단위로 진행되던 리그 방식도 4개월짜리 두 시즌으로 나뉘면서 각 팀들의 경쟁은 더욱 가열됐고 3연속 우승을 노리던 KT 또한 박정석을 기용할 시점을 잡지 못한 채 정규 시즌을 마무리지었습니다.
박정석은 더 이상 팀에 남아 있으면 후배들의 설 자리를 빼앗는 것이라 생각하고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KT가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삼성전자와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마친 뒤 박정석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실내체육관에서 열린 SK텔레콤 T1과의 결승전에서 후배들이 3대4로 아쉽게 패한 모습을 바라본 것이 KT 롤스터의 영웅 박정석의 마지막 공식전이었습니다.
박정석은 "후회되는 장면은 많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은 추억이 더 많다"며 "12년 동안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팬들로부터 너무나 큰, 다 갚지 못할,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프로게임단의 코치나 사무국, 게임 방송국의 해설자가 아닌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겠다고 밝히면서 e스포츠인들로부터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정석의 앞날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