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경기하는 선수들의 손동작은 작았지만 이들의 명령에 따라 동작하는 캐릭터들은 상대의 빈틈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연속기를 작렬시키면서 용산을 찾은 관중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그렇지만 윈디소프트, 반다이남코, 온게임넷은 철권 리그에 대한 팬들의 열정을 잊지 않았다. 철권 리그를 재개하기 위해 대회 재개를 논의했고 8개월 동안의 물밑 작업 끝에 철권 리그가 다시 열렸다. 밤 9시에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찾은 관중들은 철권 리그의 재개를 반겼다.
한국의 e스포츠 문화는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와 같은 PC패키지 게임과 온라인 게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1990년대 후반 붐을 이룬 PC방의 확산은 게임이 새로운 놀이 문화로서 대성할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이 게임들은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한 주류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유난히 격투 게임기 주변에는 관객들이 많았다. 동네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게이머간의 일기토가 벌어질 때면 숨 죽이고 지켜보곤 했다. 체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필살기 콤보가 작렬해서 역전승이라도 거두면 '와'하는 함성과 함께 오락실이 들썩였다. 승자는 영웅이 됐고 패자는 아쉬움에 100원 짜리 동전을 손에 쥔 채 대기자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야 했다.
철권 리그는 20년 전의 추억과 맥이 닿아 있다. 개인 전적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카드가 나오고 가격이 300~500원으로 오르는 등 이전과는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물가도 올랐지만 오락실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직관적으로 승패를 알 수 있는 대전격투게임이라는 특성은 변하지 않았고 때려 눕히려는 자와 막아내려는 자의 두뇌 싸움은 변하지 않았다.
오락실은 첨단이라는 시대의 도도한 흐름에 밀려 뒤안길로 사라지는 추세다. 그렇지만 철권이라는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들의 열정은 여전하다. 수원에서 열린 예선장을 찾은 53개 팀과 150여 명의 철권 리그 참가자를 봐도 그렇고 밤 늦은 시간에 철권 리그 개막전 현장을 방문해 11시가 넘도록 자리를 지켜준 관중들의 열정도 더하면 더했지 떨어지지 않았다.
철권 리그에 대한 팬들의 갈증은 이제 막 해소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팬들은 개막 자체에 만족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는 더 나은 경기력, 탄성을 지를 만한 역전극을 원할 것이고 윈디소프트와 반다이남코, 온게임넷에게는 팬들의 행복감을 극대화시켜주길 원할 것이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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