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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철권 리그, 추억을 되돌려라

지난 10일 밤 9시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밤 늦은 시간이었지만 무대 중앙에 마련된 자그마한 링 위에는 두 대의 철권 기기가 놓여져 있었고 선수들은 긴장한 듯 레버를 돌리고 버튼을 눌러댔다. 클럽을 연상시키는 시끌벅적한 음악과 분위기에 취한 듯 춤을 추는 버스터즈 걸의 모습은 흥을 돋웠다.

진지하게 경기하는 선수들의 손동작은 작았지만 이들의 명령에 따라 동작하는 캐릭터들은 상대의 빈틈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연속기를 작렬시키면서 용산을 찾은 관중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8개월만에 방송국을 바꿔 진행된 철권 리그 현장은 그동안의 휴식기를 잊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MBC게임이 단독으로 진행한 철권 리그는 MBC게임이 음악 전문 채널로 옷을 갈아 입은 뒤 기억의 저편으로 잊혀지는 듯했다. 온게임넷은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와 스페셜포스2 프로리그 등 기존의 리그를 소화하기만도 벅차 보였고 새롭게 론칭한 리그오브레전드 리그에 심혈을 기울였다. 여기에 카트라이더와 서든어택 등 넥슨과 손잡고 연간으로 진행하는 리그가 빼곡히 일정표를 차지하고 있어 철권 리그는 자리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지만 윈디소프트, 반다이남코, 온게임넷은 철권 리그에 대한 팬들의 열정을 잊지 않았다. 철권 리그를 재개하기 위해 대회 재개를 논의했고 8개월 동안의 물밑 작업 끝에 철권 리그가 다시 열렸다. 밤 9시에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찾은 관중들은 철권 리그의 재개를 반겼다.

한국의 e스포츠 문화는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와 같은 PC패키지 게임과 온라인 게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1990년대 후반 붐을 이룬 PC방의 확산은 게임이 새로운 놀이 문화로서 대성할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이 게임들은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한 주류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1990년대의 기억을 10년 정도 앞당겨 보자. PC방을 중심으로 한 컴퓨터 게임이 대세를 이루기 전 동네 오락실은 청소년들에게 은밀한 쾌감을 줬다. 부모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돈을 모아 100원으로 바꿔들고 게임기 앞에 앉아 레버를 돌리고 버튼을 눌러가며 소리지르던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다.

유난히 격투 게임기 주변에는 관객들이 많았다. 동네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게이머간의 일기토가 벌어질 때면 숨 죽이고 지켜보곤 했다. 체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필살기 콤보가 작렬해서 역전승이라도 거두면 '와'하는 함성과 함께 오락실이 들썩였다. 승자는 영웅이 됐고 패자는 아쉬움에 100원 짜리 동전을 손에 쥔 채 대기자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야 했다.

철권 리그는 20년 전의 추억과 맥이 닿아 있다. 개인 전적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카드가 나오고 가격이 300~500원으로 오르는 등 이전과는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물가도 올랐지만 오락실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직관적으로 승패를 알 수 있는 대전격투게임이라는 특성은 변하지 않았고 때려 눕히려는 자와 막아내려는 자의 두뇌 싸움은 변하지 않았다.

오락실은 첨단이라는 시대의 도도한 흐름에 밀려 뒤안길로 사라지는 추세다. 그렇지만 철권이라는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들의 열정은 여전하다. 수원에서 열린 예선장을 찾은 53개 팀과 150여 명의 철권 리그 참가자를 봐도 그렇고 밤 늦은 시간에 철권 리그 개막전 현장을 방문해 11시가 넘도록 자리를 지켜준 관중들의 열정도 더하면 더했지 떨어지지 않았다.

철권 리그에 대한 팬들의 갈증은 이제 막 해소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팬들은 개막 자체에 만족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는 더 나은 경기력, 탄성을 지를 만한 역전극을 원할 것이고 윈디소프트와 반다이남코, 온게임넷에게는 팬들의 행복감을 극대화시켜주길 원할 것이다.

테켄 버스터즈라는 이름으로 재개된 철권 리그가 20년 전 오락실에서 흥분했던 기억을 21세기인 2012년에도 옮겨주길 기대한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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