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그라피] 테란.. 그놈…홍진호(2)](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6070857530061478dgame_1.jpg&nmt=27)
홍진호의 프로게이머 시절을 노래로 표현한다면 바비킴의 '사랑.. 그놈'이라는 곡과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사랑에 대한 아픔과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또 다시 사랑을 갈구하는 내용을 담은 바비킴의 노래는 홍진호에게는 '테란.. 그놈'이라 바꾸면 딱 들어 맞습니다. 테란전을 잘하는 저그로 명성을 얻었지만 테란으로 인해 '2인자'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홍진호와 테란의 애증 관계를 들여다 보겠습니다.
홍진호와 테란의 악연을 짚어내려면 일단 이적사를 알아야 합니다. 테란전을 잘하게 된 이유와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가 이적사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1편에서도 언급했지만 홍진호는 송호창 감독이 키워낸 선수입니다. 그러나 홍진호의 전성기를 함께한 감독은 KTF 매직엔스(현 KT 롤스터)의 정수영 감독인데요. 왜 그랬을까요?
2002년 IS 프로게임단이 해체되고 김양중 감독이 야인으로 물러나면서 임요환은 주훈 감독과 손을 잡았고 조정웅 감독은 IS라는 이름을 계승하면서 팀을 운영했습니다. 송호창 감독도 휘하에 데리고 있던 선수들로 새 팀을 꾸릴 계획을 세웠습니다.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송 감독은 홍진호와 이윤열을 KTF 매직엔스로 보냈습니다. 완전한 이적은 아니었고 임대 형식의 1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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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차에 홍진호는 2004년 4월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서 송호창 감독이 이끄는 투나SG(위메이드 폭스의 전신)로 원대복귀합니다. 이윤열과 함께 투나SG로 돌아간 홍진호에게 닥친 무대는 네오위즈 피망 프로리그 결승전. 7전4선승제로 진행된 결승전에서 슈마GO(현 CJ 엔투스)를 만난 홍진호는 1, 2세트에 연속해서 출전했지만 모두 패하면서 투나SG의 패배 원흉이라 불렸습니다. 평생 받아야할 비난을 그날 다 들었을 것입니다. 함께 원대복귀했던 이윤열이 3세트를 승리했기에 홍진호는 팬들로부터 더 많은 원망이 쏟아졌죠.
홍진호는 임대 계약이 완료됐지만 송호창 감독에게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KTF를 선택한 것이지요. 임대 선수가 아닌 완벽한 이적을 택한 홍진호는 'KTF 맨'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테란전으로 뜨다
홍진호는 테란에 의해서 유명해졌습니다. 데뷔 초창기인 2001년 홍진호의 공식전 테란 상대 성적은 13승8패로 62%의 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당해년도 홍진호의 총승률인 57%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2002년에도 테란전 26승13패로 67%라는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2001년과 2002년 홍진호의 테란전은 스타크래프트계를 뒤엎을 만큼의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드론을 충분히 확보해야만 생산력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는 저그의 이론을 뒤집는 파격적인 플레이를 자주 선보였기 때문인데요. 홍진호가 테란을 상대할 때의 특징은 일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적화된 라바 활용을 통해 타이밍을 앞당겼다는 것입니다.
특히 테란을 상대로 스피드 업그레이드 저글링을 모은 뒤 럴커와 함께 정면돌파하는 플레이는 일품이었습니다. 그 결과 홍진호에게는 '폭풍'이라는 별명이 붙었죠. 테란이 저그의 확장 기지가 늘어나는 것을 방해하고 여차하면 정면 돌파를 노릴 때 홍진호는 저글링과 럴커를 활용해 방어하거나 오히려 테란의 병력을 포위공격해서 잡아낸 뒤 압박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테란을 요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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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호가 만들어낸 병력 중심적인 플레이 스타일은 테란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테란이 병력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홍진호는 적당한 숫자의 방어 타워를 건설하며 드론을 보충하고, 테란이 확장을 선택하면 날카롭게 파고드는 스타일을 도저히 당해 낼 수 없었던 것이죠.
◆폭풍이 탄생한 배경
홍진호가 테란전에 강해진 이유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훌륭한 테란 동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IS에 들어가기 전 송호창 감독 휘하에 있을 때 홍진호는 이윤열과 한 팀에 속했습니다. 학생 신분이긴 했지만 이윤열은 스타크래프트계를 발칵 뒤집을 정도로 대단한 선수였죠. 끊임 없이 쏟아지는 병력과 한 번에 치고 나오는 묵직한 힘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도록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IS에 입단한 이후 홍진호는 임요환과 한 팀이 되면서 테란의 정교한 플레이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일꾼 한 기, 머린 한 기에 의해 승부가 엇갈릴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임요환은 다종다양한 전략을 만들어냈고 여러가지 타이밍 러시를 선보이면서 저그를 괴롭혔던 선수였죠.
전략의 임요환, 생산력이 이윤열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홍진호는 살아 남기 위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었고 그 결과 '폭풍' 저그라는 공격지향적인 트렌드를 창시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홍진호는 2004년 KTF로 자리를 굳히면서 방향을 잃었습니다. 임요환, 이윤열 등 테란의 흐름을 만들어내던 선수들과 교류하지 못하게 되면서 테란전 감각을 잃었다고 볼 수 있겠죠. KTF에도 김정민과 변길섭 등 개성이 강한 테란이 존재했지만 김정민은 수비지향적이었고 그 때에는 이미 팀플레이 전담 테란으로 전향한 상황이었고 변길섭은 불꽃 테란 전략이 간파당한 이후 하향세를 겪고 있었습니다.
트렌드 리더들과 함께했을 때 동반 성장했던 홍진호는 서서히 테란을 벽처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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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적 '테란'
홍진호와 쌍벽을 이루고 있던 임요환은 공격 지향적인 저그의 스타일을 깨뜨리기 위해 벙커링이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전략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면서 '3연벙', '임요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바로 그 대회, 바로 그 전략입니다.
2004년 11월12일 EVER 스타리그 2004 4강전은 임요환과 홍진호의 대결로 이슈를 모았죠. 임요환은 프로토스를 넘지 못해 연이어 준우승을 차지했고 홍진호는 테란을 넘지 못해 2인자 소리를 들어야 했던 동병상련의 처지였습니다. 결승에 올라갈 기회를 잡은 두 선수는 와신상담했고 권토중래를 노렸습니다. 라이벌의 대결이었기에 팬들의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임진록'이라는 말도 나왔죠.
그러나 예상과 달리 승부는 쉽게 끝나 버렸습니다. 임요환이 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꾼과 머린을 대동해 홍진호의 앞마당에 지어진 해처리 주변에 벙커를 짓고 공격하는 초반 전략을 세 차례나 성공시키면서 완승을 거둔 것입니다. 스타리그에서 열린 5전3선승제 경기 사상 최단 시간 기록을 세운 이 경기는 홍진호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후 홍진호는 1년이 지나 또 한 번 쇼크를 맞게 됩니다. WCG 2005 한국 대표 선발전 예선전에서 여성 프로게이머인 서지수에게 0대2로 완패한 것이지요. KTF는 부랴부랴 홍진호가 음식을 잘못 먹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지만 이 패배는 영원히 홍진호에게 따라붙는 좋지 않은 꼬리표가 되어 버렸습니다.
공식 대회에서 5번의 준우승을 기록한 홍진호는 모두 테란에게 패했다는 놀라운 성적표를 갖고 있습니다. 2001년 코카콜라 스타리그에서 임요환에게 패했고 2년 뒤 올림푸스 스타리그에서는 서지훈에게 지면서 테란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죠. MSL에서는 2002년 임요환과 이윤열에게 결승에서 두 번 고배를 마셨고 2003년에는 '임요환의 제자'로 명성을 얻은 최연성에게 패하면서 5번 모두 테란에게 우승컵을 내주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홍진호가 "테란.. 그놈"이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겠죠?
*(3)편에서 계속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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