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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우정호를 추억하며

[기자석] 우정호를 추억하며
"음료수 뭐 드시겠어요?"

KT 롤스터에 인터뷰가 있어 숙소를 찾았을 때 일입니다. 한 선수가 다가오더니 "더운데 음료수를 드리겠다"며 좋아하는 음료를 물어보더군요. 게임단 연습실에서 처음 겪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선수가 음료를 권한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당황한 저를 보더니 그 선수는 ‘씨익’ 웃으면서 "여성분이니 건강음료가 좋겠네요"라며 콩으로 만든 음료를 건네줬습니다.

그렇게 우정호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지만 기자도 사람인지라 전무후무하게 연습실에서 손수 음료수를 꺼내주던 그 선수를 잊기 어려웠고 이름 석 자를 뚜렷하게 외우게 됐습니다. 이후에도 우정호는 현장에서 누구보다 반갑게 인사했고 그런 그를 e스포츠 관계자들은 모두 좋아했습니다.

우정호가 얼마나 배려심이 깊은지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KT가 프로리그에서 우승하고 난 뒤 세부로 포상휴가를 떠났을 때 저도 함께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당시 일행 가운데 가이드를 제외하고는 여자가 저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런 저를 위해 우정호는 계속 옆에 와 말을 걸었고 바닷물을 흠뻑 뒤집어 써 옷이 모두 젖자 자신의 수건을 내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갑작스럽게 환경이 바뀌어 몸이 좋지 않았을 때도 물 때문인 것 같다며 생수를 사서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그저 경기장에서 만나는 기자에게도 이렇게 배려심이 깊었는데 같이 생활하는 선수들에게는 오죽했을까 싶습니다. 얼마 전 김성대와 인터뷰에서 우정호의 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는데요. 무뚝뚝해 절대로 자신의 감정이나 애정표현을 잘 하지 않던 김성대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우)정호형이 제일 좋다"며 "자신이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정말 고마워 하고 있고 보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물론 김성대는 "이건 절대 기사에 내보내면 안 된다"며 부끄러워했지만 말입니다.

배려심뿐만 아니라 우정호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청년이기도 했습니다. 같은 팀 동료들은 상식적으로 벗어나는 행동을 할 때 우정호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고 전하더군요. 한때는 그의 잔소리가 무서워 몰래 나쁜(?)짓을 하기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한 선수는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누구 하나 우정호를 싫어하지 않았다"며 "그가 우리를 너무나 아끼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정호는 사소한 것도 기억해 잘 챙겨주는 따뜻한 성품을 지녔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의 결혼이나 임신 소식을 접한 우정호는 쪽지로 항상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세상을 떠난 그가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우정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나눠주고 베풀어 줬는지 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백혈병 소식이 전해지기 얼마 전 우정호는 진지하게 "여드름이 너무 심해 고민"이라고 말하더군요. 저 역시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처법을 알려줬고 "바이러스성일지도 모르니 병원에 한번 가봐라"라고 충고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는 한달 후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아직도 우정호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그의 미소와 성품을 기억하는 팬들이나 e스포츠 관계자들이라면 모두 마찬가지일겁니다. 금방이라도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것만 같습니다.

그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그를 사랑하고 아꼈던 모든 사람들은 우정호를 영원히 기억할겁니다. 그가 e스포츠에 나눠준 따뜻한 사랑만큼이나 그도 하늘나라에서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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