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마무리가 됐지만 양측이 보인 대립 양상으로 인해 e스포츠 업계 전반에 또 하나의 상처가 남은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협회와 연맹의 대립은 사전에 예고됐다. 지난 5월에 열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한국e스포츠협회, 온게임넷, 그래텍의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를 통한 e스포츠 비전 선포식 때부터 불화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개 주체는 스타2를 통해 e스포츠의 중흥을 꾀하자고 모였지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협회는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에 스타2 종목을 도입함으로써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과의 병행을 시도하겠다고 밝혔고 온게임넷 또한 스타2로 진행되는 스타리그를 개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블리자드는 배틀넷 월드 챔피언십을 개최함으로써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를 열겠다고 했다. 그래텍은 특별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고 GSL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사건의 발단은 여기에서 잉태됐다. 그래텍과 협회, 온게임넷 간의 역할 분담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협회 소속 선수들이 그래텍이 주관하는 대회에 출전하느냐에 대한 확실한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상호간에 협력하자는 내용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협력이 이뤄지는지, 어떤 모양새를 갖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협회와 그래텍의 의사 소통 부재
한국e스포츠협회가 2차 발단을 제공했다. 협회는 지난 주에 열린 전략 위원회를 열었고 그래텍이 주관하는 GSL에 대한 불참을 결정했다. 협회가 주관하는 프로리그가 포스트 시즌에 돌입한 상황이고 각 팀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 GSL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텍은 협회의 불참 결정에 유감을 표했고 GSL에 참가하고 있는 e스포츠연맹은 소속 선수들을 스타리그 16강에 내보내지 않겠다며 초강수를 던졌다.
협회의 GSL 불참 결정과 그래텍의 유감 표명 사이에는 의사 소통 부재라는 양측 모두의 실책이 존재한다. e스포츠 비전 선포식 이후 그래텍은 협회 측에 두 차례 GSL 참가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참가 요청은 협회 소속 선수들이 스타2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온 것이라 참가하기 어렵기에 무산됐고 2차 요청은 최근에 진행됐지만 이후 상호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GSL 예선에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협회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파국 양상이 빚어졌지만 그래텍 또한 적극적으로 참가 요청을 하지 않으면서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비전 선포식 이후 상호 협력을 약속했지만 각자의 리그에만 신경 쓰다 보니 의사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해가 확대됐다.
◆연맹의 당연하면서도 과격한 대응
협회의 GSL 불참 의사가 전해지면서 실질적인 대응에 나선 쪽은 GSL을 주관하는 그래텍이 아니라 e스포츠연맹이었다. e스포츠연맹은 협회가 GSL 불참 의사를 밝힌 바로 다음날인 24일 성명서를 통해 소속 선수들의 스타리그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연맹 소속 선수들이 지금까지 성장하는 바탕이 된 GSL의 유지, 존속을 위해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힌 것.
연맹의 판단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협회 선수들이 스타1에 집중하는 동안 스타2로 대회를 진행한 쪽은 그래텍이기 때문이다. 연맹 소속 선수들의 가치를 높여준 대회에 협회 소속 선수들이 나서지 않으면 대회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지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방식에 있어서 과격하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할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리그 불참 카드를 꺼내든 것은 e스포츠 업계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득과 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득을 본 쪽은 그래텍과 GSL이다. 지리한 조율 과정을 겪을 수도 있었지만 충격 요법을 통해 협회가 당장 선수들을 파견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리그 흥행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e스포츠연맹 또한 힘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협회나 다른 주체들과의 의사 조율 과정에서 한 장의 카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협회의 행정 능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았다. 협회 소속 게임단을 대변하고 있지만 다른 협단체들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또한 팬들까지도 협회의 조율 능력 부족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협회는 더욱 큰 상처만을 남겼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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