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는 지난 23일 공문을 통해 그래텍이 주관하는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이하 GSL)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프로리그가 포스트 시즌을 치러야 하고 GSL과의 일정이 조율되지 않았기에 이번 시즌에는 참가할 수 없다는 게임단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래텍은 협회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고 그동안 GSL에 참가해 온 e스포츠연맹 소속 팀들이 협회 팀들의 GSL 참가가 결정될 때까지 스타리그 불참이라는 강수를 던지면서 일파만파로 사태가 확대됐다.
◆의사 전달도 안되는 조직력
협회가 GSL에 나가지 않기로 결정한 배경은 두 가지다. 프로리그가 포스트 시즌에 돌입하기 때문에 팀들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표면적인 이유와 새로운 파트너와의 단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포스트 시즌 일정으로 인한 GSL 불출전은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다. 의사 결정이 이뤄지던 시점에서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의 정규 시즌은 여느 시즌보다 치열했다. 공군을 제외한 7개 팀이 모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던 상황이었기에 각 팀들에게는 9월5~6일로 예정됐던 GSL 예선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부담될 수 있었다.
협회의 의사 결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전략 위원회는 각 팀의 사무국장들의 모임이기에 자기 팀이 포스트 시즌에 올라가는 상황을 상정해 놓고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GSL에서 적극적으로 협회 소속 팀들의 참가를 권하지 않으면서 전략 위원회는 GSL에 출전하지 않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전략 위원회를 통해 GSL에 나가지 않기로 결정됐으면 게임단까지 곧바로 의사가 전달되어야 했지만 이 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 게임단들은 GSL에 출전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일부 선수들은 인터뷰를 통해 "GSL 예선이 기대된다"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협회는 단일한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면서 선수들에게 GSL 불출전을 강제한다는 이미지로 팬들에게 비춰지면서 공분을 샀다.
◇지난 5월에 열린 스타2 비전 선포식 장면.
◆모호한 대회 출전 기준
그래텍과 연맹이 반발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왜 하필 GSL이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협회는 블리자드가 주최하는 배틀넷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와 월드사이버게임즈가 주최하는 월드 사이버 게임즈 한국 대표 선발전에는 출전했다. 프로리그 정규 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기간에 열린 두 대회에는 나서면서 정규 시즌이 끝난 뒤에 열리는 GSL 시즌4에는 왜 나서지 못하느냐는 항의였다.
협회는 이에 대해 "WCS와 WCG 모두 주최측의 요청이 있었고 블리자드나 월드사이버게임즈 모두 일정 조율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상황이었기에 팀들의 동의를 얻어 출전했다"고 답했지만 공신력을 얻기에는 부족했다.
협회 소속 팀들이 GSL에 나가지 않기 결정한 이유를 구원(舊怨)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협회는 2006년 곰TV 클래식 참가와 관련 공식 대회와 공인 대회를 구별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공식 대회는 협회 소속 게임단 전체가 참가하는 대회이며 공인 대회는 팀들의 뜻에 따라 참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협회의 GSL 참가 여부를 놓고 이론이 발생한 부분도 이 때문이다. 그래텍이 공인 대회 신청을 했느냐, GSL이 공인됐느냐라는 기준을 갖고 협회가 접근했다면 절차 적합성으로 인한 합리성이라도 얻을 수 있었지만 처음에는 불참하기로 했다가 번복함으로서 절차마저도 무너졌다.
◆연맹 불신 부추긴 MLG와의 협조
e스포츠연맹이 24일 발표한 성명서에는 '협회가 GSL에 나오지 않을 경우 GSL은 존폐의 위기에 놓일 것이고 GSL에 지속적으로 출전해 온 연맹 소속 선수들 또한 어려움에 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연맹이 제기한 위협 요소 가운데 하나는 협회와 메이저리그게이밍(이하 MLG)간의 교류전이다. 협회는 지난 5월 MLG와 MOU를 체결했고 최근 들어 함께 할 수 있는 국제 교류전을 준비하고 있다. 프로리그 포스트 시즌이 끝나면 돌입하는 이 그리는 연맹 소속 선수를 배제하고 진행될 계획이다. 북미, 유럽 선수들과 협회 소속 선수들이 온라인상으로 리그전을 치르고 상위 랭커들이 MLG에 참가하는 구조다.
협회가 GSL에 불참하면서 MLG와의 온라인 교류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맹 쪽이 위기 의식을 느꼈고 협회와 연맹 소속 선수들이 함께하는 스타리그를 나가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
GSL이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이긴 하지만 해외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협회 선수들과 해외 선수들의 MLG를 통한 대회가 비슷한 방식으로 서비스될 경우 GSL의 수익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발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협회가 MLG와 공조해서 개최하는 리그를 열린 구조로 만들고 연맹, GSL까지 아우르는 거대 리그로 만들었다면 GSL에 나가지 않더라도 당위성을 얻었을 수도 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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