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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 다크 아콘의 아버지…박용욱(3)

[게이머그라피] 다크 아콘의 아버지…박용욱(3)
박용욱의 게이머그라피를 두 편으로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개인리그 우승 경력이 한 번 뿐이었고 프로리그에서도 팀플레이에 치중하면서 박용욱은 e스포츠계에 큰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박용욱의 명경기는 진정한 명경기라 불릴 정도로 큰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프로토스 선수들은 전략과 힘싸움이라는 두 가지 패턴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프로토스의 획을 긋기 시작한 시발점인 김동수와 저그전에 있어 운영이라는 묘를 남긴 강민, 커세어라는 새로운 유닛을 활용한 전략을 만들어낸 김택용은 전략가로 꼽힙니다. 임요환을 상대로 10여 개의 게이트웨이에서 생산된 병력으로 휘몰아치던 박정석, 자원이 허용하는대로 병력을 뽑던 박지호와 오영종, 게이트웨이에서 병력 생산이 마무리되는 타이밍을 온몸으로 느끼는 도재욱 등은 양산형 프로토스의 계보를 만들어냈습니다.
박용욱은 어디에 속할까요? 전략형이라고 하기에는 2% 모자라고 양산형이라고 분류하기에는 10% 정도 부족합니다. 저는 박용욱이야말로 중간에 낀 교집합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교집합이긴 하지만 순발력이 좋고 임기응변에 능한 선수였다고 봅니다.

◆경락 마사지를 경락시키다
박경락이라는 저그 플레이어가 있었습니다. 한빛 스타즈 소속의 저그였는데요. 2002년과 2003년 2년 동안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새로운 재미를 불어 넣은 선수였습니다. 저그전 능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테란과 프로토스는 박경락을 만나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습니다.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드롭 공격 때문이었죠. 일단 드롭을 당하기 시작하면 연타로 이어지기 때문에 박경락의 별명은 이름처럼 '경락 마사지'였습니다. 동시에 세 군데 공격을 당해본 선수들은 막기가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죠.

박용욱이 우승한 유일한 개인리그인 마이큐브 스타리그 4강에서 박용욱은 박경락을 상대합니다. 당시 박경락은 프로토스전 승률이 80%를 상회할 정도로 강세를 보였습니다. 박용욱의 저그전에 대한 물음표가 항상 따라다녔기에 박경락의 결승 진출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박용욱은 저그를 상대로 필살기를 준비합니다. 과거 김동수가 봉준구와의 결승전에서 사용했던 2게이트웨이 전략을 최적화 시킨 전진 2게이트웨이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1세트 '기요틴' 맵의 중앙 지역에 2개의 게이트웨이를 지은 박용욱은 질럿으로 박경락을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프로브로 3분 이상 정찰시키면서 '악마의 프로브'라 불렸던 특기를 살린 박용욱은 질럿과 프로브로 드론, 저글링을 침착하게 잡아내며 승리합니다. 2세트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항복을 받아낸 박용욱은 3세트에서 테란으로 플레이한 박경락을 맞아 셔틀 드롭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었습니다.

박용욱에게 0대3으로 완패한 박경락은 이후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은퇴까지 하게 되죠. 박용욱의 전략적인 플레이가 박경락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변은종을 극복한 다크 아콘
박용욱이 남긴 또 하나의 명경기는 변은종과의 당신은 골프왕 MSL 패자조 4강 '루나' 맵에서 펼쳐진 대결입니다. 2004년에 열린 대회였는데요. 이 때만 해도 프로토스는 저그를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그가 럴커를 택할지, 뮤탈리스크를 택할지, 히드라리스크로 몰아붙일지 알아내기가 어려웠고 저그가 계속 공격을 퍼부으면 프로토스는 막아야 했습니다. 박용욱과 박경락의 경기처럼 초반에 전진 게이트웨이를 하지 않는다면 공격권은 저그에게 계속 주어졌죠.

변은종과의 경기에서 박용욱은 수비적인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가져간 뒤 병력이 조합될 때까지 변은종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죠. 질럿과 드라군, 아콘, 하이템플러를 조합한 뒤 중앙을 장악한 박용욱은 12시와 3시 지역에 확장 기지를 가져가면서 숨통의 트인 듯했습니다.

그렇지만 변은종의 파상 공세에 박용욱은 확장 기지가 하나씩 파괴되면서 또 다시 위기를 맞습니다. 변은종이 디파일러의 다크 스웜을 확보한 이후 럴커와 저글링으로 3시를 공격했고 다른 쪽 확장 기지는 가디언으로 견제를 시도하면서 패색이 짙었습니다.

박용욱은 다크 아콘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냈습니다. 다크 아콘은 피드백과 마인드 컨트롤, 마엘 스트롬이라는 세 가지 기술을 갖고 있는데요. 피드백은 상대 마법 유닛의 마나를 빼내는 기술이고 마인드 컨트롤은 상대 유닛을 자신의 유닛으로 만드는 기술입니다. 마엘 스트롬은 일정 시간 이상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드는 마법이고요.


3시 지역 확장 기지가 파괴된 이후 박용욱은 재건설하면서 병력 안에 다크 아콘을 넣어 놓았습니다. 변은종이 디파일러를 이끌고 공격을 시도하면 피드백을 쓰기도 하고 마인드 컨트롤로 자신의 유닛으로 역이용했습니다. 저글링과 럴커가 몰아치면 마엘 스트롬으로 발을 묶었고요. 그러면서 본진에서는 캐리어를 모으면서 한 번에 변은종을 무너뜨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장면도 등장했는데요. 박용욱은 맵에 별 뜻 없이 만들어 놓은 카카루라는 동물을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자신의 유닛으로 만들었습니다. 크리처가 박용욱의 유닛이라는 것을 알 리 없는 변은종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박용욱은 이를 통해 상대 병력이 얼마나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를 모두 파악하면서 특이한 재미를 줬습니다.

◆이 캐리어가 네 캐리어냐?
박용욱의 프로게이머 인생에 잊혀지지 않을 역전승에 대해서도 언급해야겠네요. 변은종과 박용욱의 경기는 희대의 역전승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습니다. 박용욱이 유리하던 상황이 몇 번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2006년 5월에 열린 프링글스 MSL 시즌1 16강전 박정석과의 '815.3' 맵에서 펼쳐진 대결은 진정한 역전승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815.3'라는 맵은 본진이 섬이나 다름 없습니다. 입구가 매우 좁아서 기본 유닛 정도만 이 통로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셔틀이나 공중 유닛을 필요로 하는 맵이지요.

박정석과의 대결에서 박용욱은 셔틀을 선택했습니다. 셔틀로 프로브나 유닛을 실어 나르면서 힘싸움을 펼치려 했죠. 박정석의 선택은? 캐리어였습니다. 시작부터 캐리어를 모아가면서 박용욱의 셔틀 견제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경기는 박정석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풀렸습니다. 캐리어를 모은 박정석은 박용욱이 지상에 확보한 자원 기지를 하나씩 파괴했고 본진까지도 밀어버렸습니다. 박용욱은 이동 속도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셔틀에 프로브를 태워 도망다니기 바빴지요.


박정석이 승리를 확신하며 여유를 부린 사이 박용욱은 7시 지역에 몰래 넥서스를 지었고 다크 아콘을 모아 놓았습니다. 지상군과 캐리어를 동반해 7시를 공격하던 박정석은 삽시간에 캐리어 4기를 박용욱에게 내줬습니다.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마법에 의해 잃은 것이지요.

4기의 캐리어를 손에 넣은 박용욱은 박정석의 기지로 역공을 펼쳤고 희대의 역전승을 일궈냈습니다.

◆다크 아콘의 재발견
프로토스의 전략을 만들어낸 선구자로 불렸던 김동수는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그와 테란을 상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로토스가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다크 아콘을 써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죠. 병력을 묶고(마엘 스트롬), 마법 유닛을 무력화시키고(피드백), 자신의 유닛으로 만드는(마인드 컨트롤)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는 다크 아콘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다면 프로토스도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김동수가 말로 했던 제안을 박용욱은 현실로 해냈습니다. 다크 아콘이 매우 비싼 유닛이고 마나가 찰 때까지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에 초반부터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긴 하지만 박용욱은 몇 번의 활용을 통해 명승부를 만들어냈습니다.

박용욱이 '악마의 프로브'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다크 아콘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네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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