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그라피] 국본, 정라덴, 그리고 최후의 콩라인…정명훈(2)](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9200955180066886dgame_1.jpg&nmt=27)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개
엄마가 부를 때는 꿀돼지
아빠가 부를 때는 두꺼비
어떤 게 진짜인지 몰라 몰라 몰라'
동요 '내 동생 곱슬머리'입니다. 한 사람을 놓고 부르는 사람의 취향이나 특성에 따라 다른 별명을 부른다는 노래인데요. 한 인물을 어떤 시선을 갖고 바라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국본 정명훈의 경우에도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SK텔레콤 T1에서 붙인 별명은 '국본'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별명이 무슨 뜻인지 몰라 국어 사전을 찾기까지 했는데요(제 역사 상식에 대한 기초가 부실하긴 합니다). 왕세자를 뜻하는 말이랍니다. 임금의 자리를 이을 아들이라는 말이지요. SK텔레콤이 배출한 걸출한 테란인 임요환과 최연성의 뒤를 이을 대권 주자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임요환이 황제라고 불렸던 것에 착안한 별명이죠.
정명훈은 국본이 될 수 있었습니다. 2007년 프로게이머 자격을 얻은 뒤 프로리그 무대를 통해 서서히 경기 감각을 익힌 정명훈은 2008년 하반기에 열린 인크루트 스타리그 본선에 진출하면서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습니다. 36강으로 진행된 대회에서 정명훈은 박종수와 이윤열을 꺾고 16강 본선에 올랐습니다. 16강에서는 송병구에게 패하긴 했지만 염보성, 손찬웅을 제압했고 8강에서 박성균을 맞아 2대1로 승리하면서 4강 티켓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 4강전이 정명훈이라는 이름을 팬들에게 강하게 각인시키는 발판이 됩니다. 정명훈의 상대는 김준영이었습니다. '대인배'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김준영은 다음 스타리그 2007에서 테란 변형태를 상대로 리버스 스윕을 달성하면서 테란 킬러로 인정받은 선수였습니다.
정명훈은 그 때만 하더라도 저그전을 정말 못하는 선수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죠. 2008년 정명훈의 저그전 성적은 7승9패입니다. 김준영과의 경기에서 3대1로 승리한 기록을 포함한 것이니 실제로는 4승8패인 것이지요. 테란이 저그를 상대로 승률이 40%대라는 사실은 '저그전 막장(팬들은 줄여서 저막이라 부릅니다)'이라고 해도 맞받아칠 논리가 없지요.
아무튼 김준영을 상대한 정명훈은 특이한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메카닉 테란'이라 불리는 전략인데요. 머린과 메딕을 중심으로 병력을 구성하는 바이오닉 테란이 아닌 기계화 유닛들-벌처, 탱크, 골리앗, 레이스 등-을 생산해서 경기를 운영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 때만하더라도 메카닉 유닛으로 저그를 제압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메카닉 유닛이 럴커 타이밍 러시나 뮤탈리스크 공격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명훈은 최연성 코치와의 치밀한 작전 준비를 통해 저그의 다양한 전략을 80% 정도는 방어할 수 있는 전략을 들고 나왔고 실제로 승리했습니다. 바이오닉 전략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단점을 메카닉 유닛의 강력한 체력으로 극복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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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덴
정명훈이 인크루트 스타리그 결승전에 올라가자 '리그 브레이커'라는 좋지 않은 별명이 생겼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선수가 개인리그 결승에 진출하면 의레 붙는 별명이었죠. 반짝 성적을 낸 뒤 묻히는 선수들이 몇 명 나올 때라서 정명훈도 '리그 브레이커'로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명훈의 별명은 그 중에서 다소 특별했습니다. 단순히 리그의 흥행을 떨어뜨린다는 뜻에서 벗어나 '테러리스트'라고 불렸고 이 별명이 진화하면서 '정라덴'까지 발전했습니다. 아랍 지역의 테러리스트로 당시 유명했던 오사마 빈 라덴-미국을 흔들어 놓은 9.11 테러를 시도한 인물이지요-의 이름에 정명훈의 성을 붙여 '정라덴'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정라덴'이라는 별명으로 진화한 이유는 정명훈의 경기 스타일이 다른 테란들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임요환의 경우 극단적인 전략과 컨트롤 싸움을 선호합니다. 두뇌 플레이를 주로 하면서도 소규모 전투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이지요. 최연성은 확장을 중시하면서 생산 기반 시설을 늘린 뒤 한꺼번에 병력을 쏟아내는 플레이를 주로 합니다. 정명훈은 임요환과 최연성의 스타일이 적절하게 접목된 경기 양상을 보여줍니다. 특히 메카닉 전략을 운용하는 과정을 보면 최연성처럼 확장 기지를 늘리면서 자원을 풍부하게 가져가고 생산을 꾸준히 해주면서도 임요환의 마이크로 컨트롤을 수행합니다.
기동성이 좋은 벌처를 사용할 때 정명훈의 능력이 발휘되는데요. 프로토스가 확장 기지의 입구를 막고 있을 때에도 비집고 들어가서 프로브를 몰살시키는 능력이 발군입니다. 저그를 상대로도 메카닉 전략을 구사할 때면 벌처로 상대 기지를 휘두르면서 일꾼을 잡아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흔들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명훈이 '테러리스트'의 대명사인 오사마 빈 라덴에 비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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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라인
발군의 벌처 컨트롤을 선보이던 정명훈이지만 개인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2008년 처음으로 올라간 스타리그인 인크루트 스타리그 2008에서 정명훈은 삼성전자의 프로토스 에이스 송병구와 결승전에서 대결을 펼쳤습니다. 송병구의 테란전이 워낙 뛰어나다고 소문이 났기에 정명훈의 완패를 예상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실제로 1, 2세트를 송병구가 가져가면서 정명훈이 0대3으로 질 것처럼 보였고 '리그 브레이커'로 명예가 실추될 위기를 맞았죠. 그러나 정명훈은 뒷심을 발휘하면서 2대2까지 만들었고 흥미진진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아쉽게 5세트에서 패하면서 2위에 머물렀지만 정명훈은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인크루트 스타리그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정명훈은 바로 다음 시즌에도 선전했습니다. 바투 스타리그에서 16강 재경기 끝에 8강에 올라간 정명훈은 박찬수를 2대0으로 격파했고 4강에서 팀 동료 김택용을 3대0으로 무너뜨렸습니다. 1패만을 당하면서 결승까지 오르면서 파죽지세를 이어갔죠.
정명훈의 결승 상대는 오랜만에 스타리그에 복귀한 이제동이었습니다. EVER 스타리그 2007에서 우승한 이후 이제동은 스타리그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지만 2년만에 복귀해서 상승세를 탔습니다. 정명훈은 결승전에서 이제동의 기세에 눌리지 않았습니다. 메카닉과 바이오닉을 적절히 조합하면서 1, 2세트를 따냈고 첫 우승을 눈 앞에 뒀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동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지요. 맹공을 퍼붓기 시작한 이제동의 페이스에 휘둘리기 시작한 정명훈은 기가 죽었고 내리 세 세트를 내주면서 무너졌습니다. 송병구와의 결승전 이후 또 다시 2대3으로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이 때부터 정명훈은 '콩라인'이라고 불리기 시작합니다. 홍진호의 별명이 '콩'인 것은 전에 언급한 바 있습니다. 홍진호를 비난하지 말라는 말로 쓰이는 '콩까지마'도 대부분의 팬들은 알고 있지요.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2위를 자주 하는 선수들을 '콩라인'이라고 부르는데요. 정명훈도 이 라인에 편입됐습니다.
2010년 박카스 스타리그에서 삼성전자 송병구를 상대로 3대0 완승을 거두면서 첫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한 정명훈은 명예롭게 '콩라인' 탈퇴를 준비했습니다. 2회 우승자에게는 만년 2인자, 영원한 준우승자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이머그라피] 국본, 정라덴, 그리고 최후의 콩라인…정명훈(2)](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9200955180066886_4.jpg&nmt=27)
콩라인 졸업을 노리던 정명훈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2011년 진에어 스타리그에서 정명훈은 2연속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4강에서 신동원에게 한 세트만 내줬을 뿐 승승장구했죠. 상대인 허영무는 16강에서 1승2패를 당하면서 재경기 끝에 8강에 올랐고 이영호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치는 등 험난한 코스를 걸었기에 정명훈이 압도할 것이라 예상됐습니다.
이 결승은 '콩라인'간의 대결이어서 유독 화제가 됐습니다. 스타리그에서 두 번의 준우승에 머물렀던 정명훈과 MSL에서 두 번의 준우승을 기록한 허영무의 대결이었기 때문인데요. 당시 결승전에 홍진호까지 출현하면서 엄청난 이슈를 모았습니다.
승리는 허영무에게 돌아갔죠. 정명훈은 또다시 최종전까지 끌고 가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허영무의 캐리어에 무너지면서 '가을의 전설'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정명훈은 허영무와 함께 또 다시 결승전 무대에 올랐습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로 치러진 마지막 스타리그인 티빙 스타리그 2011 결승전에서 정명훈은 허영무를 맞아 명예 회복을 노렸습니다만 1대3으로 패하면서 '콩라인', '2인자'라는 타이틀을 떼어 내지 못했습니다.
*3편에서 계속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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