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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걸이 간다] 도재욱 "빨리 아빠가 되고 싶어요"

[스타걸이 간다] 도재욱 "빨리 아빠가 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스타걸 서연지입니다.

지난 주에는 방송에서 항상 독특한 발언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매번 웃는 모습으로 사람을 대하는 '밝은 청년' SK텔레콤 T1 도재욱 선수를 만나봤습니다. 예전에 기억하는 도재욱 선수는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약간은 가벼운(?) 이미지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무척 재미있는 인터뷰가 될 것이라 기대했었죠.

그러나 지난 주에 만난 도재욱 선수는 진지청년으로 거듭난 모습이었습니다. 도재욱은 24살답게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 놓기 시작했는데요. 사실 예전과 너무나 다른 모습에 놀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은 저였습니다.

항상 밝게 웃고 있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약간은 가벼운 캐릭터를 가진 도재욱이었지만 그 모든 것이 도재욱 선수를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더군요. 때로는 진지하게 인생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모습에서 방송 이미지는 결국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자신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여줬던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이같이 양면성을 지니고 있겠죠. 너무나 밝기만 한 사람도, 매사 진지하기만 한 사람도 이세상에는 없을 것입니다. 다들 이런 면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단지 한 면이 더 세상 밖으로 강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그 사람의 성격이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재욱 선수의 고민을 들으면서 문득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도재욱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24살이 되면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24살인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앞으로 24살이 될 프로게이머들까지 많은 고민들이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난 주에는 진지한 도재욱 선수를 만나봤다면 이번 주에는 유쾌한 도재욱 선수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민이 머리 속에 있지만 그래도 즐겁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라며 도재욱은 여전히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어중간한 선수가 되고 싶지 않아요.”

서연지=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에서 그래도 성적이 나쁘지 않잖아요. 은퇴를 고민하거나 힘들어 할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도재욱=물론 남들만큼만 하는 것이 목표라면 만족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보기와는 달리 제가 욕심이 많아요(웃음). 안 그래 보이죠? 처음부터 그저 그런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생각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최고가 되고 싶어서 프로게이머가 됐고 그것이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이건 스타2이건 마찬가지에요. 물론 스타1에서도 제가 원하는 만큼의 위치로 올라가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었는데 스타2에서까지 아쉬운 채로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아요.

서연지=스타1에서는 결승전까지 진출했고 프로리그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줬잖아요.

도재욱=겨우 결승전에 진출한 것이잖아요.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도 아니고요. 프로게이머 가운데 우승을 한 번 이상한 프로게이머가 아마 30명 정도 될 것 같아요. 그 30명 안에도 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뭔가를 이뤄냈다고 말하기에는 아쉬움이 크죠. 프로리그 역시 제가 팀 내 최다승 기록을 세운 적은 없잖아요. 프로리그에서도 어쨌건 최고였던 적은 없죠.

[스타걸이 간다] 도재욱 "빨리 아빠가 되고 싶어요"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다고 해서 그 부분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면 절대 만족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요. 스타1에서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는데 스타2에서도 이렇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면 평생 계속 아쉬움만 느끼며 살아야 하잖아요. 그건 정말 끔찍할 것 같아요.

그래서 스타2는 꼭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스타2에서는 개인적으로 최초의 우승자가 되거나 팀 최다승도 기록하는 등 최고의 위치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연지=그래도 협회 소속 선수 가운데 8명만 출전할 수 있는 스타리그에 당당히 진출했는데도 스타2에서 아직까지 그렇고 그런 상태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도재욱=운이 좋았죠. 솔직히 이번 스타리그에서는 운이 정말 좋았습니다. 스타리그에 진출했다고 해서 협회 소속 선수 가운데 8등 안에 드는 것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제 실력은 아직까지 스타리그에 진출할만한 실력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스타리그는 욕심을 내지 않았습니다. 그저 즐기자는 생각이었어요. 조지명식에서 도발을 하긴 했지만 선수가 방송에 나왔을 때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게 하기 위해 도발을 했던 것이지 제 실력이 그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은 아니었어요.

스타리그에 탈락하고 나서도 크게 좌절하지 않았던 것은 스스로 스타2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만약 내 실력도 좋고 정말 열심히 노력도 했는데 탈락했다면 지금쯤 심하게 좌절하고 있어서 아무 것도 못했겠죠.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보니 욕심이 없었죠.

서연지=이번 스타리그에서는 방송경기 경험을 넓히는데 만족했다는 이야기네요.

도재욱=프로게이머들끼리 하는 말이 있어요. 연습실 100경기보다 실전 한 경기가 실력을 늘리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말이죠. 사실이 그래요. 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연습실에서 백 번 경기하는 것보다 방송 경기에서 좋은 실력을 가진 선수들과 직접 부딪히고 깨지고 배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방송 경기 경험이 쌓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스타리그는 저에게 큰 도움이 됐어요.

서연지=지금은 어떤 점이 가장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나요.

도재욱=스타1의 경우에는 상대가 이렇게 나왔을 때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답이 있잖아요. 스타2에는 아직 그런 부분을 잘 모르고 부족해요. 상대가 어떤 빌드를 쓰고 그것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기 힘들어요.

방송 경기 경험을 쌓다 보면 차근차근 알아가겠지만 아직까지 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문제만 풀다 보니 답답한 마음이 커요. 답이 분명 있을 텐데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고 나만 모르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고요.

서연지=언제쯤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나요?

도재욱=솔직히 언제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언젠가는 알겠죠(웃음)? 그것이 언제가 되느냐에 따라 제가 최고가 되는 시기가 당겨질지 아니면 더 늘어나게 될지 결정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저 그런 시간들이 빨리 단축되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스타걸이 간다] 도재욱 "빨리 아빠가 되고 싶어요"

서연지=같은 팀에 정윤종 선수가 협회 소속 선수 가운데 스타2를 가장 잘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잖아요. 어떤 점이 다른 선수와 다른 것 같아요?

도재욱=(정)윤종이는 스타1을 플레이 할 때부터 항상 이해가 빨랐어요. 잔손질이 없이 무척 깔끔한 손놀림을 지녔고요. 스타2로 넘어가면서 아마 그런 점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다른 선수들보다 스타1을 많이 플레이 하지 않아서 그런지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도 빨랐고요. 가끔 (정)윤종이가 부러울 때가 있어요.

서연지=그래도 최고가 되고 싶다는 노력만 있으면 충분히 좋은 모습 보여줄 것이라 생각하는데 본인도 그 부분은 자신 있죠?

도재욱=해봐야 알겠죠(웃음)?

◆”빨리 아빠가 되고 싶어요”

서연지=프로게이머를 그만 두고 싶었을 때가 있었을 것 같아요. 혹시 언제 그런 생각이 들었었나요?

도재욱=09-10 시즌 때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심신이 지쳐 있었어요. 프로게이머들이 게임을 하다 보면 이유 없이 자주 패해 연패의 늪에 빠질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운이 없게도 제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와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시기가 겹쳐 버렸어요.

사람들은 저를 의심했고 다른 팀에서는 아예 제가 승부조작을 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처럼 알고 있더라고요. 물론 팀은 믿어줬지만 어느 정도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있는 느낌도 들었고요. 솔직히 많이 힘들었어요. 나는 아닌데 왜 진실을 알아주지 않을까 생각이 드니 심신이 지칠 수밖에 없더라고요.

서연지=요즘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웃음)?

도재욱=많이 외로워요(웃음). 여자친구가 없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리워요. 쉴 때도 연락할 사람이 점점 없어지고 인맥도 사라지니 외로움이 커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회 생활이 한정돼 있고 생활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점점 친한 친구들이 줄어드는 것 같아 속상해요.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과 이야기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서연지=사람이 정말 그립나 보네요. 친구들과 술도 자주 마시는 편인가요?

도재욱=만나면 마시지만 자주 마시지는 못해요. 친구들 자체를 자주 만나지 못하니 말이죠. 가장 좋아하는 술안주 메뉴가 대창이랑 회인데 다들 그래서인지 소주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사실 좋아하는 술은 맥주에요. 맥주는 맛있어서 먹고 소주는 취하려 먹습니다(웃음).

요즘은 취하고 싶은 생각이 강해서 그런지 소주를 자주 먹게 되긴 해요(웃음). 물론 여기서 자주는 한 달에 한 번도 안 되는 정말 적은 빈도지만 말이에요.

서연지=사람이 그립다면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겠네요.

도재욱=요즘 들어 결혼을 빨리 하고 싶어요(웃음). 결혼해서 부인을 얻고 싶다기 보다는 아이를 키워 보고 싶어요. 아이가 태어나면 정말 잘해줄 것 같아요. 아마 해달라는 것 다해주고 원하는 것은 다 밀어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막노동이라도 해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욕심일까요(웃음)?

[스타걸이 간다] 도재욱 "빨리 아빠가 되고 싶어요"

물론 책임감을 가지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죠. 하지만 내가 책임을 가지고 낳아 키우게 되면 얼마나 즐거울지 상상이 되지 않네요(웃음).

서연지=정말 의외의 답변인데요? 도재욱 선수가 아이를 빨리 키워보고 싶다는 사실이 말이에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에요.

도재욱=다들 그러더라고요(웃음). 아마 가족을 빨리 이뤄 살고 싶은 생각 때문인가 봐요. 사람이 그리워서 그런지 빨리 나만의 가족을 만들어 누군가의 아빠와 남편이 된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따뜻해 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가정을 꾸리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려면 어느 정도 금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잖아요. 열심히 돈 벌어야죠(웃음).

서연지=그런 의미에서 도재욱 선수에게 연봉은 무척 중요한 의미겠네요?

도재욱=저뿐만 아니라 프로게이머에게 모두 중요한 의미일걸요? 게임이 좋다면 그냥 게임을 하면 되지 굳이 프로게이머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프로게이머에게 연봉은 50%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요. 자기가 원하는 만큼 연봉을 받아야 동기 부여도 되고 솔직히 게이머라는 직업은 돈을 벌지 못하면 많이 힘든 직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봉은 큰 의미를 지니죠.

SK텔레콤이라는 회사를 만나게 된 것이 저에게는 큰 행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노력하는 만큼 대가가 따르니까요. 아마 SK텔레콤만큼 지원이 좋은 회사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연지=조만간 휴가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아는데요. 어디 갈 예정이에요?

도재욱=친구들과 대천에 놀러 가 낚시도 하고 초가을 바다 구경도 할 예정이에요. 중학교 때 친구들인데 알아서 일정을 짜놨어요. 저는 몸만 가면 되니 얼마나 편해요. 참 좋은 친구들이에요(웃음).

[스타걸이 간다] 도재욱 "빨리 아빠가 되고 싶어요"

서연지=자연스럽게 꿈에 대해 다 이야기 했네요. 예전부터 호프집 하나 차리고 싶다는 꿈도 여전히 유효한 건가요?

도재욱=그럼요(웃음). 나중에 아르바이트 생들에게 가게 맡긴 뒤 가족들과 시골에서 사는 것도 재미있겠죠(웃음)?

서연지=꼭 그 꿈 이루길 바랄게요. 오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도재욱=오랜만에 제 이야기 하니 기분이 좋네요(웃음). 팬 여러분들도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고 앞으로 계속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기대해 주세요.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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