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그라피] e스포츠 최초의 선수 출신 사무국…서지훈(3)](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11091127480069047dgame_1.jpg&nmt=27)
서지훈은 CJ 엔투스라는 프로게임단이 만들어지는 중추를 담당했습니다. 그리 많은 우승을 하지는 않았지만 서지훈이 없었더라면 GO라는 팀을 꾸리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사령탑으로는 조규남 감독, 선수로는 서지훈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GO는 이재훈, 이주영, 변형태, 마재윤 등 S급 선수들의 계보를 만들었고 CJ를 만나 창단, 엔투스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팀을 꾸리고 있습니다.
◆CJ의 특별한 제안
서지훈은 e스포츠 특기병으로 공군 에이스로 입대했습니다. GO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태민과 같은 날 입대하려 했지만 스키를 타다가 다치는 바람에 치료를 받아야 했고 한 달 뒤에 군에 들어갔습니다. 동기가 되어야 했던 박태민은 한 달 고참이 되면서 군생활이 꼬일 뻔했습니다. 다행히도 e스포츠 병과 안에서는 동기로 인정해준 덕에 상병 이후부터는 편한 사이가 됐지요.
군 입대 당시 서지훈은 현역과 다름 없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습니다. 신병 훈련을 받고 자대 적응 기간을 거쳐야 했던 08-09 시즌에 성적이 나오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치더라도 09-10 시즌에도 2승4패에 머물렀습니다. 33.3%라는 승률보다는 6번밖에 되지 않은 출전 기회를 받았다는 것이 서지훈에게는 큰 타격이었죠.
공군 선수들의 경우 일병부터 상병까지 가장 물 오른 기량을 보여주기 때문에 서지훈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렇지 않았죠.
공군 생활을 하면서 서지훈은 서서히 은퇴를 준비했습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로 인해 프로리그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개인리그에도 집중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았습니다.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마지막 휴가에 서지훈은 CJ를 찾아갔습니다. 원소속 게임단이었기에 복귀 여부와 돌아갔을 때 어떤 보직을 맡을지 논의하기 위함이었죠. 당연히 코치 생활을 할 것이라 생각한 서지훈에게 CJ는 특이한 제안을 했습니다. 사무국(소위 프런트)이 되어 일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이지요.
프로게이머로 생활하다가 코치, 감독 등 후진을 양성하는 지도자로 빠진 케이스는 많았지만 사무국이 된 경우는 이전까지 없었기에 서지훈은 고민을 했습니다. 아주대학교에 적을 두고 있기는 했지만 선수 생활을 하느라 거의 출석하지 못했고 영어나 상식 등 기본적인 소양도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켠으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겠다는 도전 정신도 발동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후배들에게도 또 하나의 진로를 제시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서지훈은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전역한 이후 CJ 엔투스로 복귀한 서지훈의 보직은 플레잉 코치였습니다.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사무국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고 2011년 말에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e스포츠 최초의 선수 출신 사무국이 탄생한 것이지요.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 결승전에서 한 자리에 모인 GO 출신 올드 보이들. 왼쪽부터 CJ 이재훈 코치, 온게임넷 김동준 해설 위원, CJ 사무국 직원이 된 서지훈.
◆사무국 시작부터 대박
서지훈이 CJ 스포츠단의 사무국으로 등장하면서 회사 안팎으로 화제가 됐다고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지요. 일개 직원을 뽑았을 뿐인데 온갖 매체에서-심지어 종이 신문까지도-서지훈에 관한 기사를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이재현 회장보다 더 많은 기사가 나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네요.
서지훈이 게임단 전담 사무국으로 부임하면서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CJ 엔투스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성과를 낸 분야는 스페셜포스2입니다. 새롭게 도입한 종목인 스페셜포스2로 게임단을 꾸린 CJ는 정규 시즌에서 SK텔레콤 T1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결승전에서 SK텔레콤을 3대0으로 완파하면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CJ 엔투스가 하나의 종목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것은 스페셜포스2가 처음인데요. 2009년 프로리그 안의 또 하나의 리그였던 위너스리그 결승전에서 조병세의 역올킬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 단체전 최고 성적이었죠.
5개월 뒤 CJ 엔투스 스타크래프트팀이 또 하나의 낭보를 전해왔습니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에서 정규 시즌 1위 팀인 삼성전자 칸을 4대1로 제압하고 최종 우승을 달성한 것이지요. 정규 시즌에서 2위에 머무르면서 포스트 시즌에 대한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던 CJ는 플레이오프에서 SK텔레콤을 제압한 이후 삼성전자와의 결승전에서도 승리하면서 스타크래프트팀 창단 7년만에 최종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서지훈이 전담 사무국으로 부임한 이후 두 종목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기에 내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서지훈은 이 공을 이전부터 게임단을 꾸려 온 선배의 노고로 돌렸지만 아무튼 외부에서 바라보기에는 서지훈 효과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 결승전에서 우승한 CJ 엔투스 프로게임단. 사진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사무국이 되어 선수단을 든든히 지원해주고 있는 서지훈.
◆두렵지만 의미 있는 행보
서지훈이 게임단 사무국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e스포츠 관계자가 많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좋은 스펙을 쌓아서 기업에 들어가고 게임단을 맡은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보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야구나 축구, 농구 등 인기 스포츠가 아닌 e스포츠라는 작디 작은 곳을 맡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프로게이머로 클럽팀 GO를 거쳐 기업팀 CJ가 되고 희로애락을 함께한 서지훈에게 게임단은 작은 분야가 아닙니다. 국내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성장시키고 국제 경쟁력을 갖춰 세계 속으로 뻗어 나가는 e스포츠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사무국이라는 길을 선택한 이후 서지훈은 남 모를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어 등 어학 공부를 시작했고 사무에 필요한 여러 지식들을 습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롭게 e스포츠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공부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CJ 엔투스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강화시킬지 고민에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모든 도전은 두려움에서 시작되지만 하나씩 넘을수록 두려움은 자신감으로 바뀐다고 말하는 서지훈이 내딛는 한 걸음은 모두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그의 행보에 응원을 보냅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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