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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사망유희(4)] 7년차 옵저버 "욕 먹는 만큼 보람도 크다"

[창간기획 사망유희(4)] 7년차 옵저버 "욕 먹는 만큼 보람도 크다"
하나의 e스포츠 리그가 만들어지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일단 게임이 완성되어야 하고 마케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안을 짜야 합니다. 선수들, 게임단과의 협의도 되어야 합니다. 방송 대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방송국을 섭외하고 진행 요원도 필요합니다. 팬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매체도 있어야 합니다.

데일리e스포츠는 창간 4주년을 맞아 e스포츠를 만들어가는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매일 밤 늦게 퇴근해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e스포츠 현장 담당자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 보시지요.
사망유희라는 제목은 이소룡의 마지막 작품인 '死亡遊戱(영어 제목 Game of Death)'에서 따왔습니다. 죽음으로 이끄는 게임이라는 원래의 뜻은 아니고요. '일이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뜻의 '事望遊戱'입니다. <편집자주>

"오늘도 늦게 올거지?"

출근 전 아내가 볼멘소리를 합니다. 결혼하고 나서 곧바로 LOL 결승전이 열린 바람에 신혼여행도 미룬 탓이라 아내에게 더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내가 가끔 "사기당했다"고 웃으며 얘기할 때마다 꼬옥 안아줍니다.
게임방송국에서 게임 연출을 맡고 있습니다. 게임 연출가라는 거창한 이름보다는 다들 옵저버라고 부릅니다. 남들 쉬는 시간을 채워주는 것이 방송이다보니 정작 연출을 하는 저는 개인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한다는 점이 크게 다가옵니다. 퇴근 후 아내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함께 TV를 보는, 일반인들의 소소한 즐거움은 제겐 없습니다. 주말에 나들이를 가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죠.

그러고보니 옵저버 생활도 어느덧 7년차에 접어들었네요. 한 때는 정말 많은 종목을 연출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부터 겟엠프드, 컴온베이비까지 웬만한 종목은 다 옵저버를 했습니다. FPS 종목도 연출한 적이 있지요. 지금은 LOL과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LOL은 경기가 끝나면 자정을 넘기는 경우가 많고 프로리그는 주말에 있다보니 저만의 시간을 갖거나 아내와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죠.

옵저버를 하다보면 아찔한 순간도 찾아옵니다. PC나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화면이 옵저버의 마음과는 다르게 움직일 때는 식은땀이 흐릅니다. 그럴 때는 경력도 아무 소용 없습니다. 또 중요한 장면을 놓쳤을 때는 자책감이 듭니다. 제가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프로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력을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건데 그걸 놓쳤기 때문이죠. 이런 일이 발생하고 나면 게시판에는 옵저버의 능력에 대한 엄청난 비난이 쏟아집니다. '내가 해도 당신보다는 잘하겠다'라는 식의 댓글에 무심해질 때도 됐지만 팬들의 질타이기에 달게 받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일을 지금껏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재미와 보람을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FPS를 예로 들어보죠. 선수의 1인칭 화면이 주가 됩니다. FPS는 5대5 대전에다 빠르게 전투가 전개되다보니 10명 중 누구의 화면을 잡느냐가 관건인데요. 화면을 잡을 때마다 해당 선수가 킬을 기록하면 정말 짜릿합니다. LOL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화면을 잘 잡아내면 현장 분위기도 좋아지죠. 이어지는 팬들의 환호는 제게 큰 에너지가 됩니다.

옵저버는 비록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음지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명받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가 비추는 화면으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스타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관중이나 시청자들에게도 더 큰 즐거움을 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시청자들이 즐겁게 경기를 볼 수 있을지 고민과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어느 직업이나 고충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재미와 보람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e스포츠를 만들어가는 여러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도 저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시청자들에게 인정받고 동시에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옵저버가 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고 달려갈 생각입니다.

e스포츠 팬 여러분들의 환호와 함성이 e스포츠를 만들어가는 관계자들에게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는 것, 잊지 말아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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