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피플] 웅진 김명운 "스타1 아쉬움 털고 군심에 올인"

[피플] 웅진 김명운 "스타1 아쉬움 털고 군심에 올인"
어느 스포츠나 비운의 스타 플레이어가 있다.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 삭스는 밤비노의 저주에 걸려 80여 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고 NBA 최고의 스타 가운데 한 명이었던 찰스 바클리는 우승자 반지를 손에 끼워 보지 못하고 은퇴했다.

e스포츠계에도 비운의 스타가 존재한다. 만년 2위였던 홍진호가 대표적이지만 최근에 한 명을 더 넣어야 할 것 같다. 웅진 스타즈 김명운이 주인공이다.

김명운은 기량이 만개할 때 쯤이면 해당 대회가 없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MBC게임이 주최한 스타리그의 결승전에 올랐던 김명운은 그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차기 시즌 자동 진출권을 얻었다. 그렇지만 ABC마트 MSL은 MSL의 마지막 대회였다.

또 티빙 스타리그에서도 김명운은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갔고 4강까지 진출했다. 허영무와의 4강전에서 2대1로 앞서고 있던 김명운은 상대 앞마당 넥서스까지 파괴하고도 역전패를 당하면서 2대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마지막 스타1 스타리그의 결승전에 올라갈 수 있었지만 김명운은 희대의 역전패를 당한 희생자로 이름을 남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로 진행된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서 김명운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한국 나이로 25세나 됐고 스타2에 적응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에이스라는 자리도 후배 김민철에게 넘겨주고 나니 김명운에게는 은퇴만이 남은 듯했다.

그렇지만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12-13 시즌에서 김명운은 부활의 기치를 들어 올렸다. 14승8패를 기록하면서 웅진 스타즈 안에서 다승 2위, 전체 다승 9위에 올랐다. 상위 다승 10걸 가운데 승률로 따지면 김유진, 정윤종에 이어 3위에 랭크될 정도로 김명운의 상승세는 두드러졌다.

자유의 날개를 통해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룬 김명운을 만나 군단의 심장에 임하는 각오를 들었다.

◆회춘
김명운은 12-13 시즌 프로리그를 통해 다시 살아났다. 스타1에서 웅진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입지를 다졌던 김명운은 12-13 시즌 프로리그를 3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14승8패로 선전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성적이다.

"주위에서 회춘했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우리 나이로 25세인데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나아지다 보니까 그런 평가를 하시는 것 같아요. 솔직히 스타2는 인터페이스가 간단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서 스타1보다는 병력을 생산하기가 쉽습니다."

스타1의 막바지에 정점을 찍었던 김명운은 한계에 부딪혔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자원이 남고 병력 생산이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련미와 운영의 묘를 살려 승승장구했지만 벽을 느꼈다.

그러던 차에 맞이한 스타2는 김명운에게 행운이었다. 스타1처럼 경기 중반 자원이 네 자리나 남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지만 여왕의 펌핑을 통해 애벌레를 만들어 놓기만 하면 금세 병력으로 환원할 수 있기에 자연스레 단점이 커버됐던 것. 스타2 초창기에 시스템과 유닛 상성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한 시즌 동안 극복하면서 12-13 시즌 김명운은 되살아났다.

[피플] 웅진 김명운 "스타1 아쉬움 털고 군심에 올인"

◆군단의 심장에 도전
웅진은 프로리그에 집중하느라 선수들에게 군단의 심장 연습을 시키지 않았다. 프로리그가 한창일 때 군단의 심장이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고 다른 팀 선수들의 경우 틈 날 때마다 연습을 하면서 적응에 돌입했지만 웅진에게는 자유의 날개로 진행되는 프로리그에서 1승을 더 거두는 것이 목표였다. 김명운도 예외는 아니었다.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다른 팀 선수들은 군단의 심장 연습을 했더라고요. 저희 팀이 가장 늦게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베타 테스트 기간에 저는 15 경기 가량 했어요. 새로 추가된 유닛들이 많아 적응하기 어려웠죠."

지난 12일 군단의 심장이 정식 발매되고 나서 김명운은 집중적으로 게임을 파들어갔다. 저그의 유닛은 군단숙주와 살모사가 추가된 것이 전부이지만 테란과 프로토스는 새로운 유닛들이 많아졌기에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짧은 연습 기간이었지만 1주일 동안 연구, 분석하면서 김명운은 적응을 마쳤다. 일단 상위 랭커 200명에게 주어지는 그랜드 마스터 레벨에 올라갔고 내부 평가전에서도 상위 입상했다.

"처음 군단의 심장을 접했을 때에는 저그가 가장 열세에 놓인 것 같았어요. 특히 테란전에서 돌파구를 찾기가 어려웠지요. 그러다가 얼마전에 열린 메이저리그게이밍 대회에서 스타테일 이승현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한참 어린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영감을 얻고 배우는 김명운의 자세는 그가 롱런하는 이유를 대변해준다. 스타1 시절 후배인 김민철과 아웅다웅하면서도 게임 안에서 김민철의 장점을 흡수하고 단점을 보완해주는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김명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군단의 심장을 완벽하게 마스터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제 1주일이 지났을 뿐이니까요. 그렇지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충만합니다. 훌륭한 동료들이 있고 자유의 날개를 통해 얻어진 저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요."

◆후회는 이제 그만
김명운에게 가장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스타1으로 진행됐던 각종 개인리그에서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이유를 물었다. 김명운은 덤덤하게 답했다. "제가 못해서 그렇지요."

ABC마트 MSL에서 결승에 올랐을 때 김명운은 내심 기대감이 컸다. 이영호와의 결승전에서 승리한다면 웅진 스타즈가 게임단을 만든 이후 첫 개인리그 우승자에 등극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 김명운이 웅진의 에이스로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0대3 패배였다.

경험이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1년 뒤 마지막 스타1 스타리그인 티빙 스타리그에서 김명운은 또 다시 4강까지 진출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우승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그리고 결승 티켓이 눈 앞에 다가왔다. 손가락만 움켜 쥐면 티켓이 손에 들어올 것 같았다. 그렇지만 또 한 번 좌절했다. 너무 일찍 마신 김칫국이었다. 허영무에게 다 이긴 4세트를 역전당했고 5세트에서는 주위 환경까지 따라주지 않으면서 결승에 올라가지 못했다. 차기 스타리그 시드 또한 날아갔다.

"4세트에서 너무나 서둘렀어요. 다 이겼다고 생각하니까 빨리 마무리짓고 싶었고 경기석에서 뛰어나가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죠. 그러다 보니 역전패를 당했더라고요."

5세트를 패한 이유도 밝혔다. "4세트를 그렇게 패하고 나서 제가 흥분했나봐요. 경기석이 달궈지더니 제 안경에 김이 서리기 시작했어요. 경기석 온도를 낮춰 달라고 중단 요청을 하려 했는데 '혹시나 명령어를 잘못 입력해서 몰수패를 당하면 어쩌나'라는 생각에 그냥 게임을 했어요. 모니터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패했더라고요."

후회가 들만하다. 마지막 스타리그에서 우승자가 되고 싶은 것은 모든 게이머들의 꿈이다. 그 자리를 허무하게 놓친 마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모두 제 탓이라고 생각해요. 4세트에서 지지 않았다면, 5세트에서 중단 선언을 하고 환경을 추스리고 나서 경기했다면 등등의 가정은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피플] 웅진 김명운 "스타1 아쉬움 털고 군심에 올인"

◆신노열 보며 부활 꿈꾼다
스타2 시대에 들어오면서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선수들 가운데 개인리그에서 우승한 선수는 두 명이다. SK텔레콤 T1 정윤종과 삼성전자 칸 신노열이 주인공이다.

김명운은 정윤종보다는 신노열의 부활이 인상 깊었다. 스타1에서 강호를 만날 때마다 허무하게 패하면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신노열이지만 스타2에서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군단의 심장이라는 새로운 타잍틀로 리그를 진행하는 이 시점에서 김명운은 신노열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스타2에서 보여주는 신노열의 플레이에는 자신감이 서려 있습니다. 스타1에서 2% 모자랐던 점을 자유의 날개에서는 반복하지 않았어요. 저 또한 마찬가지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스타1과 자유의 날개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점을 군단의 심장을 통해 선보이고 싶어요."

군단의 심장 시대를 맞이하는 김명운의 1차 목표는 웅진의 프로리그 우승이다. 현재 16승5패로 8개 게임단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웅진을 결승에 직행시키고 우승까지 이끌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리고 자유의 날개에서 무게를 두지 않았던 개인리그 우승에 대한 꿈을 이루는 것이 두 번째 목표다. 온게임넷의 스타2 스타리그는 한 번 밖에 열리지 않았고 GSL은 경기장이 너무나 멀고 방식이 복잡했기에 김명운은 프로리그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지만 이제 군단의 심장으로 진행되는 개인리그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군단의 심장에서 저그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노력으로, 자신감으로 극복할 거에요.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처럼 제가 저그 군단의 진정한 심장이 되겠습니다."

글=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데일리랭킹

1젠지 17승 1패 +29(34-5)
2T1 15승 3패 +24(32-8)
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4KT 11승 7패 +8(26-18)
5DK 9승 9패 0(21-21)
6광동 7승 11패 -7(18-25)
7피어엑스 6승 12패 -11(16-27)
8농심 4승 14패 -16(14-30)
9디알엑스 3승 15패 -21(11-32)
10브리온 3승 15패 -25(8-33)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