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 최향남은 한국으로 돌아와 '향운장'이라 불리면서 공격적인 피칭의 대명사로 변신했다. 차 한 잔이 식기 전에 상대 장수를 잡아 오겠다던 '관운장'의 별명을 최향남에게 붙일 정도로 이른 타이밍에 승부를 보는 스타일은 새가슴이라는 별명을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스포츠에서 대표적인 '새가슴' 선수는 STX 소울 이신형이다. 지금은 한국e스포츠협회와 e스포츠연맹 선수를 통틀어 '최고의 테란'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몇 년전만 하더라도 방송 무대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이신형을 위한 방송 무대를 따로 만들어 줘야할 것 같다"며 꽃피지 않는 재능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신형은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첫 상대는 CJ 엔투스 진영화(은퇴)였다. 데뷔전에서 진영화를 상대로 승리한 이신형은 3연승을 이어가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3연패를 당한 이신형은 화승 오즈 오영종(은퇴)와의 6라운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가까스로 4승3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시즌에서 32승21패를 기록하며 STX 소울의 에이스로 부상할 듯했지만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 다음 시즌인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시즌1에서 7승10패의 부진에 빠진 이신형은 다음 시즌에서는 3승9패로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로 치러진 경기에서는 6전 전패를 당했다.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 시절 이신형은 래더 최강이라 불렸다. 협회 소속 선수들이 연맹 선수들보다 뒤늦게 스타2에 발을 들였지만 이신형은 온라인상에서는 역대 최강이었다. 본선에서만 올라오면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 이신형은 에이스급 새가슴이었다.

◇이신형의 프로리그 성적.
◆왜 새가슴이 됐을까
이신형은 10-11 시즌 STX 소울의 트로이카 가운데 한 명이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 STX는 테란 에이스의 부재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소울 시절부터 함께했던 한승엽은 S급이라 불리기에는 기복이 컸고 진영수는 불미스런 일로 인해 영구 제명을 당했다. STX는 신인이었던 이신형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김민기 감독은 이신형의 잠재력이 대단하다고 판단했다. 컨트롤이나 전략 등 부족한 부분이 많은 선수였지만 전황을 읽는 능력이 발군이었다. 생산력은 워낙 좋은 선수였기에 탁월한 맵 리딩 능력(흔히들 매크로라고 하는 운영 능력)이 받쳐주면서 STX 내부에서는 두각을 나타냈다. 김윤환 현 플레잉 코치와 김구현(현 공군 에이스)이 저그와 프로토스의 대표이자 STX의 에이스였지만 이들까지도 이신형의 성장세를 보며 두렵다고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방송 무대는 연습실과는 달랐다. 신인에게 프로리그와 개인리그라는 무대는 부담 그 자체였다. 진영수의 이탈로 인해 테란 라인을 홀로 지탱해야 했던 이신형이었기에 어깨는 두 배 이상으로 무거워졌다. 여기에 김윤환의 하락세와 김구현의 입대는 이신형에게 더욱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3승9패로 최악의 성적을 낸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의 상황은 이신형을 코너로 몰아 넣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와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 김성현이 있긴 하지만 팀에서는 여전히 자신에게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압박, 테란이라는 한계 등은 방송 무대에서 이신형을 제약하는 여러 원인이 됐다.
◆스타2 전념이 가져온 결과
이신형이 심적인 부담감을 벗어던진 계기는 병행 시즌이 끝나면서였다. 스타1과 스타2를 동시에 소화하는 것이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선수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었던 것처럼 이신형 또한 스타2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을 맞자 펄펄 날았다.
소속팀인 STX가 프로리그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이후 시작된 GSL 시즌5에서 이신형은 제대로 실력 발휘를 시작했다. 코드A에서 3연승을 거두면서 시즌5 본선에 오른 이신형은 32강을 2승1패로 통과하며 상승세를 탔다. 16강에서 저그 권태훈(이 대회 최종 우승자다)과 테란 최성훈을 연파한 이신형은 웅진 김민철을 8강에서 꺾으며 4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시즌4에서 SK텔레콤 정윤종이 협회 소속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4강에 올랐고 그 바통을 이신형이 받아낸 것이다.
비록 4강에서 고석현에게 패하면서 협회 소속 첫 GSL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이신형은 스타2에만 매진했을 때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이신형은 달라진 모습으로 각종 리그에 임했다. 12-13 시즌 프로리그가 시작했을 때에는 너무나 큰 기대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해 부진했지만 2라운드부터 감을 잡았고 3라운드 이후에는 프로리그 9연승을 달리면서 최고의 상승세를 구가했다.
군단의 심장으로 치러진 첫 해외 대회인 메이저리그게이밍에서는 4강까지 진출했고 이영호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면서 향후 펼쳐질 '이신형표 아우토반'을 예고했다.
그리고 2일 펼쳐진 WCS 코리아 시즌1 GSL 16강에서 이신형은 마침내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KT 이영호, SK텔레콤 원이삭, 스타테일 이승현이라는 인지도와 실력 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선수들의 틈바구니에서 이신형은 조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영호와의 첫 경기에서 2승1패로 승리했고 이승현과의 승자전에서는 2대0 완승을 거뒀다.
이신형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은 이날 보여준 경기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최강의 테란임을 인정했다.
[데일리e스포츠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관련 기사
매크로만 좋았던 선수에서 완전체로
스타2에서 보여주는 이신형의 강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