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뒤로 이들의 사이는 서먹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장건웅은 프로스트, 정윤성은 LG-IM에 속해 선수 생활을 했지만 그동안 경기에서 만난 것은 지난 윈터 시즌에서 딱 한 번이었습니다. 팬들이 인과응보에 정윤성과 장건웅의 아이디를 대입해 '링과웅보'를 기대하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죠.
그리고 그 둘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정윤성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갔던 카페"라며 회상에 젖기도 했는데요. 아직은 서로 어색하지만 정윤성 특유의 친화력과 장건웅의 포용력이라면 이들이 금방 가까워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장건웅과 정윤성의 어색하면서도 훈훈한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장건웅=제가 잘못했죠. 그 땐 어렸고 인격적으로도 많이 부족했어요. 제가 사람다워진 것은 프로 생활을 하고 나서죠.
정윤성=당시 스토리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게 맞아요. 사실 그 사건이 있을 때 전 자고 있었어요(웃음). 근데 LOL 갤러리와 IRC에서 다 저를 찾더라고요. 뭐 소통의 단절이었다고 말할 수 있죠. 그 때 이후로 서먹해졌어요. 아니, 그 이상으로 심한 사이가 됐다고 할까요.
당시 그 사건만 없었다면 정윤성 선수가 MiG 프로스트 소속이 됐을 수도 있겠어요.
장건웅=그랬을 수도 있겠죠.
정윤성=역사에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이 시간 이 자리에 (장)건웅이형과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죠.
장건웅 코치가 얼마 전 페이스북에 정윤성 선수에 대한 사과글을 올리면서 화제가 됐어요.
장건웅=이런 문제는 최대한 빨리 해결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인간관계니까요. 그동안 제가 공식적으로 팀에 소속되어 있는 입장이었잖아요. 그래서 언행을 함부로 할 수가 없었어요. 팀에서 나온 뒤 곧바로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팀에서 사과를 막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어서 시간을 좀 뒀어요.
정윤성 선수는 그 글을 보고 어땠어요?
정윤성=저는 (장)건웅이형과 페이스북 친구가 아니어서 그 때 그걸 못봤어요(웃음). 물론 지금은 친구가 됐죠.
중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잖아요. 그 때 정윤성 선수의 명언이 나왔었죠(웃음).
정윤성=잘 기억은 안나지만 당시에는 사과라기보다는 이해해 달라는 식으로 얘기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마음의 상처가 사과 한 번으로 아물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시간도 많이 흘렀고 시원하게 넘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사과를 하셨으니 받아야죠.
장건웅=그 땐 저도 말을 잘 못했어요. 지금이라도 사과를 받아줘서 고맙죠.
사과를 하기도, 받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정말 훈훈하네요.

정윤성=지난주 용산 경기장에서 만난 게 컸어요. 경기 관람을 하러 왔는데 마침 (장)건웅이형도 오셨더라고요. 만약 그 때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같이 있을 수도 없었겠죠? 근데 그 때 같이 오신 분은 여자친구세요?
장건웅=여자친구는 아니에요.
정윤성 선수는 연애 안해요(웃음)?
정윤성=저야 뭐..
장건웅=풍호는 외로운 법이죠(웃음).
그렇죠(웃음). 선수 시절 때 한 번 만난적이 있죠? 그 때 팬들이 '링과웅보'를 많이 기대했고 실제로도 일어나면서 화제가 됐어요.
장건웅=딱 한 번 만났는데 하필 그 경기에서 제가 퍼스트 블러드를 내줬어요.
정윤성=하하, 그 때 제가 잡아냈죠. 전설의 명장면이 아닐까 싶네요(웃음). 솔직히 경기를 앞두고 별 생각은 없었어요. 말로만 하단 라인을 찌르겠다고 해놓고 다른 라인을 많이 갔어요. 수비적으로 하셔서 각이 안나오더라고요.
장건웅 코치가 팀을 만들었는데 정윤성 선수가 도움을 줄 의향이 있나요?
정윤성=제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정글이라도 돌까요(웃음)?
장건웅=사실 사람들이 많이 원하긴 하더라고요(웃음). 솔직히 지금 이렇게 같이 얘기를 하고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네요. 만약 제가 은퇴를 하지 않고 계속 선수 생활을 했다면 이런 자리는 상상도 할 수 없었겠죠. 선수 생활을 포기하면 잃는 것도 많지만 반대로 얻는 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도 그런 것 중 하나겠죠.
정윤성 선수는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근황은 좀 어때요?
정윤성=그동안 선수 생활을 하느라 못 만났던 사람들도 만나고 개인 방송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요즘은 페이스북 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어요. (장)건웅이형은 요즘 좀 어때요?
장건웅=너무 힘들어요. 완전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하는 거라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네요.
정윤성=팀은 왜 나온거에요?
장건웅=MiG 시절 어려웠을 때의 마인드가 전부 퇴색된 느낌을 받았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항상 끈끈한 의리로 지탱해왔는데 어느 순간 동료들에게 헝그리 정신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성적과 상금을 더 중시하는 것을 보고 회의를 느꼈어요. 물론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거지만 저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더라고요.
정윤성=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그래도 돈보다 이상을 택하다니, 멋지십니다.
장건웅=되게 안타까워요. 그런 부분들이 심해지다보니 질리게 되더라고요.
근데 장건웅 코치가 형이잖아요. 계속 말을 높이네요(웃음).
정윤성=시간나면 놓으시겠죠 뭐(웃음).
장건웅 코치는 MiG를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어요?
장건웅=굶주린 선수들이 좋아요. 만약 나중에 상금을 받게 돼도 어려웠을 때를 항상 기억하라고 주문할 거에요. MiG 멤버 중 '치미니' 김치민 선수는 집에 컴퓨터가 없어요. 그래서 PC방에서 단기 알바를 하면서 힘들게 연습을 해요. 직접 만나보니 소문으로 들은 것 보다 훨씬 더 성실하더라고요. 정말 간절함이 느껴졌어요. 그 마인드를 쭉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그런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윤성=MiG는 정말 좋은 코치님을 두셨군요.

정윤성 선수는 다시 프로로 복귀할 마음이 없나요?
정윤성=마음이야 굴뚝같죠. 하지만 크게 동기부여가 안되는 것 같아요. 불안감도 있고요. 그동안 딱히 거둔 성적이 없잖아요.
장건웅=선수 이미지가 깨끗해야 다른 곳에서 연락이 올텐데 그런 부분에서는 참 안타까워요. 강동훈 감독님도 무단 이탈이라고 하지 않고 좋게 헤어졌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을텐데 말이죠.
정윤성=다 지나간 일이죠. 어쨌든 다시 LOL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두려움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빨리 LOL 챔피언스 리그에서 두 분을 함께 보고 싶네요(웃음). 끝으로 서로에게 덕담 한 마디씩 하고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장건웅=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었을텐데 아쉬운 마음은 이해할 수 있어요. 앞으로 좋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 기회를 잡아 비상하길 바랍니다. 우리 둘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정윤성=(장)건웅이형이 코치로 새롭게 시작하시는데 어떤 것보다 팀이 잘되는 것을 바라야겠죠. 항상 발전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웅이형, 행복하시길.
글=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