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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백척간두 극복한 웅진

[기자석] 백척간두 극복한 웅진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선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불안하기 그지 없다. 언제 넘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 사람은 중심 잡는 일에 정신이 팔려 원래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올 시즌 웅진 스타즈의 상태가 그러했다. 극동건설을 인수한 이후 자금난에 빠지면서 모 기업은 핵심 사업 부문인 웅진 코웨이를 매각하기 위해 나섰지만 수월하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인해 한국의 기업들은 쉽사리 인수에 나서지 않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웅진 코웨이였지만 다른 기업들의 자세는 뜨뜻미지근했다.

그러다보니 웅진 스타즈 프로게임단의 위치는 더욱 불안했다. 게임단은 자구책에 나섰다. 서울 용산의 노른자위 땅에 마련한 연습실과 숙소를 정리했고 경기도 동탄으로 내려갔다. 경기장 이동 시간이 열 배 이상 늘었지만 누구도 불평,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웅진 게임단의 성적은 최악이었다. 2008년 한빛 스타즈를 인수해서 프로게임단을 만들었지만 프로리그 포스트 시즌에 올라간 적은 한 번 뿐이었다. 개인리그 우승자를 배출하지도 못했다. 들러리 신세라는 비판을 하도 많이 들어 이골이 날 정도였다. 심지어 역대 최악의 정규 시즌을 치르기도 했다. 2012년에 열린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에서 가장 많은 세트 득실을 기록하고도 승수에서 다른 팀에게 뒤처지면서 5위에 머물렀다. 포스트 시즌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선 웅진은 배수진을 치고 이번 시즌에 임했다.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야 한다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1라운드에서 KT 롤스터에 이어 2위에 랭크됐고 2라운드에서는 1위로 올라섰다. 이후 웅진은 2위로 한 번도 내려가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웅진은 여세를 이어가기 위해 군단의 심장이 도입된 이후 선수들의 휴일을 줄여가면서 빠듯하게 훈련 일정을 잡았다. 군단의 심장에서도 저그 김민철과 김유진이 개인리그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다른 팀보다 우위를 점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STX 소울을 4대0으로 완파하고 프로리그에서도 정규 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창단 5년만에 처음으로 프로리그 결승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시즌에 보여준 웅진의 파이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 기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다들 흔들리기 마련이다. 웅진도 시즌 초반에는 크게 흔들렸다. 선수들은 동요했고 코칭 스태프 또한 휘둘렸다. 게임단을 운영하는 사무국 또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 지 알지 못했다.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것만이 답이라는 아득한 개념만 갖고 있었다.

현재 웅진 스타즈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와 코칭 스태프는 이런 위기에 익숙하다. 사령탑인 이재균 감독은 한빛 스타즈를 8년이나 이끌다가 웅진 스타즈에 인수되면서 감독 생활을 이어갔다. 주위에서는 생명력이 길다고들 말하지만 이 감독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감독이 불운하기에 선수들도 불운한 것 같다며 자주 자책했다. 까맣게 타버린 속에서도 의지는 새순처럼 돋아났다. 위기를 넘어서고 나면 더 큰 행복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류원 코치 또한 이 감독 못지 않은 아픔이 있다. 스타2 팀인 슬레이어스에서 선수로 생활하다 웅진으로 넘어왔다. 이적 이후 슬레이어스가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웃을 상황은 아니었다. 팀을 옮긴지 1년도 되지 않아 좋지 않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함께 일하던 손승완 코치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시즌 중에 이탈했기에 이 감독과 둘이서 선수들을 지도해애 했다.

웅진의 주전 선수들 중에도 안타까운 사연이 많다. 최고참인 윤용태는 한빛 스타즈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신예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팀을 이끌어야 하는 지주였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 손목 수술까지 받으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던 윤용태는 이번 시즌 2라운드에서 올킬을 기록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MBC게임 히어로에서 이적한 이재호는 팀이 사라지는 모습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이전 팀 동료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당시 이재호는 "MBC게임 동료들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아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욱 미안해했다"라고 인터뷰한 적도 있다.

신재욱, 김유진 등 나이가 어린 주전 선수들 몇 명도 비슷한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신재욱은 이스트로, 김유진은 화승 등 해체된 팀에서 웅진으로 포스팅된 선수들이다.

백척간두의 상황에서 아득한 답은 현실이 됐다. 위기가 의기를 투합하는 매개체가 됐다. 선수들의 연봉은 깎였지만 투쟁심은 그 이상 보태졌다. 게임단이 살아 남아야 자신의 선수 생활 또한 길어진다는 생각으로 하나가 됐다. 그 결과 웅진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한 프로리그에서 5년만에 결승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개인리그에서도 김민철과 김유진이 상위권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웅진은 더 이상 약체가 아니며 당당히 세계 최강의 게임단으로 군림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라고 한다. 웅진에게 이 말이 적용되길 바란다. 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가장 큰 힘을 불어 넣어준 게임단이기에 걸맞은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선수단에게 가장 큰 보상은 더 많은 연봉은 아닐 것이다. 오래도록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게임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보상이 될 것이다.

백척간두의 위기를 넘어선 그들에게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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