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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e스포츠 생태계

[기자석] e스포츠 생태계
e스포츠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게임이 우리네 일상 속으로 들어온 지는 수십년이 지났지만 꾸준히 진행되는 리그가 존재하고 방송으로 생중계되면서 e스포츠라는 단어가 공식화됐다.

e스포츠는 10여년 동안 굴곡을 겪었다. 기자가 e스포츠 전문 기자라는 직업을 가졌을 때인 2004년부터 주위 사람들은 "e스포츠가 얼마나 갈 것 같냐",, "스타크래프트가 한 풀 꺾였고 임요환이 군대에 가면 막을 내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기자 데뷔 시점부터 올해 망한다, 내년에 망한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가 끝나면 망한다,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의 흥행이 저조해서 망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매해 위기였고 매해 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스포츠는 기자가 활동하는 10년 넘도록 1020 세대의 콘텐츠로 자리했다. 스타크1이 10년 동안 핵심으로 자리했고 스타2가 바통을 이어받는 듯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이라는 '대어'가 등장하면서 다시 큰 인기를 얻으며 부활했다.

이 시점에서 고민이 생긴다. 만약 LOL이 인기를 잃는다면? e스포츠는 또 다시 '망했다'는 평가를 들을까? 이번엔 진정 망하는 것일까?

당장, 즉 2013년은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LOL이라는 게임이 워낙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LOL의 PC방 점유율이 40%를 넘었고 e스포츠 대회에 대한 관심도 무척 높다. 챔피언스 리그가 열리는 용산 상설 경기장은 발 딛을 틈 없이 관객이 들어서고 있고 결승전을 유료로 진행해도 금세 매진된다. 각종 포털에서도 LOL 대회의 생중계와 VOD 판권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LOL에 대해서는 큰 고민이 들지 않는다.

문제는 기존의 강호였던 스타2의 발빠른 몰락과 대체 종목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타1의 명맥을 이어 발매됐던 스타2는 최근 들어 힘이 많이 빠진 모양새다. 개인리그 결승전이 펼쳐져도 큰 이슈가 되지 않고 꾸준히 진행되는 프로리그는 포스트 시즌이 펼쳐지더라도 관객이 그리 많지는 않다.

대체 종목의 부재도 위기론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LOL이 PC방을 점유하고 있고 큰 인기를 얻다 보니 FPS나 스포츠 게임 등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e스포츠 마케팅에 열을 올렸던 스페셜포스와 스페셜포스2는 프로리그까지 열렸지만 대회가 사라졌고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등의 e스포츠 리그는 더 이상 케이블 게임 채널에서 보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도타2가 LOL에 필적할 만한 e스포츠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게임이 정식 서비스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변수다.

LOL을 제외한 다른 종목들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보니 LOL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희소성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스타1을 취재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스타1말고 대체재는 없느냐"라는 질문이었다. 한국에는 스타1을 제외하고는 리그가 없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스타1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나 높다는 뜻이다.

얼마전 LOL을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와 챔피언스 리그를 진행하는 온게임넷, 그리고 한국e스포츠협회가 LOL을 통한 e스포츠 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는 LOL이라는 게임으로 진행되는 또 다른 리그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진행중인 챔피언스 리그만으로도 1주일에 세 번, 저녁 7시부터 밤 12시까지 온게임넷의 편성표가 채워지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LOL 리그가 도입된다면 온게임넷은 과거 '온스타넷'이라 불렸던 것처럼 '온롤채널'이 될 수 있다.

LOL이 흥행 가도를 달리는 것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 LOL은 이제 한국의 e스포츠를 대표하는 게임이 됐다. 라이엇게임즈는 더 많이 리그를 열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이다. 라이엇게임즈와 협력 관계인 온게임넷, 한국e스포츠협회 또한 '주마가편'이라며 LOL을 통한 흥행을 원할 수도 있다.

LOL이 한국의 e스포츠계를 좌지우지하는 배스가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e스포츠라는 생태계는 스타1이나 LOL이라는 하나의 게임만 살아 남아서는 안된다. 플랑크톤부터 상어까지 다양한 생물, 어종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구조가 갖춰져 있어야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LOL이 갖고 있는 파괴력을 유지하면서 e스포츠라는 생태계 또한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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