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입니다.

지난주 'LOL STAR'에서는 CJ 엔투스 프로스트 '갱크드바이맘' 이창석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데뷔 후 첫 개인 인터뷰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막힘없이 전달하는 이창석의 당찬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빠른별' 정민성의 예비 멤버로 CJ 프로스트에 입단한 이창석은 16강 전 경기를 소화하며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시켰습니다. 지난 8강전에서는 정민성이 출전해 펄펄 날았는데요. CJ 프로스트는 이창석과 정민성, 두 정상급 중단 담당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8강전에서는 '빠른별'의 아리를 봤으니, 4강전에는 '갱맘'의 오'디'아나를 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이번 주 'LOL STAR'를 빛내준 선수는 진에어 팰컨스의 원거리 딜러 '레이븐' 김애준입니다. 김애준은 생존을 중시해야하는 원거리 딜러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기세가 맹렬하다 못해 공포감을 안겨준다하여 '살인전차'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요.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금기시되는 베인의 '앞구르기'가 김애준에게는 트레이드 마크가 될 정도로 잘 어울립니다.

김애준의 초창기 경기를 보면 '살인전차'와는 거리가 멉니다. 특징이 거의 없는 일반적인 원거리 딜러라는 생각이 들지요. 하지만 김애준은 연습 경기에서 계속 지는 게 싫어 일부러 라인전 단계부터 공격적으로 운영을 했다고 하는데요. 비록 리스크가 크지만 성공을 하면 팀 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 김애준은 이같은 플레이를 반복, 이제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정착시켰습니다.

게임 내 플레이는 극도로 공격적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차분한 '레이븐' 김애준과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반갑습니다. 8강전 준비는 잘 하고 계시죠?

김애준=안녕하세요. 진에어 팰컨스에서 원거리 딜러를 맡고 있는 '레이븐' 김애준이라고 합니다. 8강 상대가 만만찮아서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웃음).

지난 시즌까지 김애준 선수는 모범생 같은 이미지였는데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인물이 훤해진 느낌이에요.

김애준=머리 자를 때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짧게 자르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팀 동료들은 더 '살인전차'답게 보인다고 하고요(웃음). 앞으로도 이 스타일을 유지할지는 모르겠어요.

처음엔 정말 깔끔하고 멋있었는데 지금은 머리가 많이 자랐네요(웃음). 진에어에서의 생활은 어때요?

김애준=몇몇 불편한 점은 있지만 상당히 좋아요. 진에어 관계자분들도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요. 또 스텔스 멤버들과 다 친해서 연습도 잘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유앤미'라는 아이디를 쓰다가 '레이븐'으로 바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애준=원래 '유앤미'를 계속 쓰려고 했는데 (복)한규형이 별로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한규형에게 추천해 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자기와 같이 'R'로 시작하는 걸로 하는게 좋겠다고 했고 결국 '레이븐'으로 결정됐어요.

왠지 '야, 별로야'라는 복한규 선수의 음성이 지원되는 것 같아요(웃음). 매 경기마다 상당히 저돌적인 플레이를 많이 보여줘요. 평소 차분한 이미지의 김애준 선수와는 정반대의 모습 같은데요.

김애준=지난 시즌 SK텔레콤 소속 시절 연습 경기를 하면 많이 졌거든요. 그리고 문제점도 많았고요. 그러다보니 팀 동료들을 못 믿게 되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듀오인 (한)진희형과 얘기해서 무리가 따르더라도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어요. 리스크가 크지만 성공하면 큰 이득을 보니까요. 그렇게 했더니 '캐리'가 되더라고요. 스프링 시즌부터 쭉 그렇게 해와서 지금은 그런 플레이가 완전 몸에 배었어요.

그래서인지 원거리 딜러치고는 KDA가 상당히 낮아요. 2.15거든요. 또 16강 세 경기 기준, 24킬 27데스로 킬보다 데스가 많죠. 8강에 진출한 팀 원거리 딜러 중 유일하게 데스가 더 많은 선수인데, 어떻게 생각해요?

김애준=저도 그렇고 팀도 그렇고 KDA는 신경쓰지 않아요. KDA는 경기와 상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전투에서 이기고 경기를 가져가면 그만이잖아요? 누가 뭐라해도 전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역시 '살인전차'는 뭔가 다르군요(웃음). 저돌적인 플레이덕에 얻은 별명인 '살인전차'는 마음에 드나요?

김애준=그게 아마 CJ 블레이즈 '러스트보이' 함장식 선수가 지어준 걸로 아는데 처음엔 많이 웃었어요(웃음). 꽤 괜찮은 별명 같아요. 저와 잘 맞는 것 같고요.

베인을 잡으면 유독 더 저돌적인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아요.

김애준=베인이 1대1 상황에서 세잖아요. 제가 베인으로 플레이하면 팀에서 배려를 많이 해줘요. 라인전이 끝난 후 솔로 라인에 보내 계속 미니언을 잡을 수 있도록 열어주죠. 그러면 저는 성장을 하죠. 그러다보니 상대가 절 견제하러 오면 죽이거나, 혹은 죽거나 하는 그림이 많이 나오죠. 주변에서는 제가 베인만 하면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다고들 해요(웃음).

최근 들어 유독 베인을 많이 고르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애준=제 생각으로는 현 메타에서 트위치, 베인, 이즈리얼, 케이틀린 말고는 대회에서 쓰기가 어려워요. 그 중 가장 자신있는 건 베인이고요. 아마추어 때부터 많이 써왔던 베인이라 대회에서도 부담없이 고를 수 있어요.

김애준 선수는 한 번 꽂히면 그 챔피언만 하는 것 같아요. 작년 겨울에는 미스 포츈, 올 봄에는 트위치, 그리고 이번 여름엔 베인을 자주 고르는 패턴을 보이고 있어요.

김애준=맞는 말이에요. 전 한 챔피언이 좋다고 생각하면 그것만 파거든요.

그럼 가장 자신있는 챔피언은 뭔가요?

김애준=베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마추어 때 베인으로 점수를 많이 올렸거든요. 그만큼 정도 많이 가고요.

드레이븐도 상당히 잘 다루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김애준=예전에 아무도 드레이븐을 안할 때 솔로랭크에서 몇 번 했거든요. 그걸 몇몇분들이 보셨나봐요. 근데 하다보니 어렵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안하게 됐어요. 그리고 지난 패치로 완전 '고인'이 됐죠. 대회에서는 아예 쓸 생각도 못하죠(웃음).

김애준 선수의 솔로랭크 페이지를 보니 가장 많이 플레이한 챔피언이 이즈리얼이던데 최근엔 대회에서 잘 안 쓰고 있어요.

김애준=요즘 '파랑이즈'가 유행이잖아요? 전 그거 안좋아해요. 이즈리얼을 해도 다른 원거리 챔피언들과 비슷한 아이템 빌드를 타거든요. 근데 최근에는 이즈리얼로 정석 아이템 빌드를 타면 힘들기 때문에 대회는 물론이고 솔로랭크에서도 손이 안가더라고요.

한동안 김애준 선수가 애용하던 미스 포츈은 요즘 대회에서 자취를 감췄어요.

김애준=궁극기 하향도 있었지만 메타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예전 워모그 하향 전 탱커들이 정말 안 죽던 시절에 미스 포츈은 칠흑의 양날 도끼를 맞추고 궁극기만 잘 쓰면 1인분은 하는 챔피언이었는데 요즘은 아니에요. 미스 포츈은 다시 관 속으로 들어간 게 아닌가 싶어요.

솔로랭크 경기 기록을 보니 중단에 서는 챔피언들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러고보면 서머 시즌 전 로스터에는 김애준 선수가 '미드'로 표기돼 있었던 게 생각나요.

김애준=상단은 일단 '미소' 김재훈이, 서포터는 '스타라스트' (한)진희형이 정해져 있었고 나머지 포지션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복)한규형, (오)장원이, 저, 이렇게 셋이서 포지션을 돌려가며 연습을 했죠. 그러다 제가 중단에 서기로 했는데 다른 팀과 연습 경기를 해보면 많이 지는 거에요(웃음). 그래서 서머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원거리 딜러로 돌아갔죠. 진희형과 호흡을 오래 맞춰왔던 이유도 있고요. 해보니까 확실히 제가 원거리 딜러를 했을 때 승률이 더 좋더라고요.

그럼 김애준 선수의 '미드' 실력은 어떤가요?

김애준=특별히 잘하지는 않지만 솔로랭크에서는 크게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웃음).

김애준 선수가 볼 때 '로아' 오장원 선수는 어때요?

김애준=솔직히 처음에는 (오)장원이가 다른 선수들에게 많이 눌렸어요. 장원이는 포지션을 바꾼지 얼마되지 않았으니까요. 이해는 하지만 답답하기도 했죠. 하지만 최근에 열심히 하고 있고 점점 성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조만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해요.

사실 그런 부분 때문에 중앙 라인이 팰컨스의 불안요소, 내지는 약점으로 꼽히고 있어요.

김애준=(오)장원이가 다른 팀 중단 담당들과 비교해 특별히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아요. 자기 역할은 다 해주니까요. 잘하고 있어요.

'래퍼드' 복한규 선수도 쭉 상단에 서다가 이번 시즌부터 정글러로 보직을 변경했잖아요? 복한규 선수의 정글 플레이는 어때요?

김애준=(복)한규형이 과거 팀 에이스 시절 정글러였잖아요. 한규형이 정글을 하겠다고 했을 때 전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았어요. 우리 팀 리더를 믿어야죠(웃음). 지금도 굉장히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만족해요.

'스타라스트' 한진희 선수와는 꽤 오래 호흡을 맞춰오고 있어요. 잘 맞는 편인가요?

김애준=처음에는 많이 싸우기도 했고 힘든 부분도 많았어요(웃음). 성격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보니 호흡을 맞추는데 시간이 오래걸렸어요. 둘 다 멘탈도 약해요(웃음). 그럴 때마다 (복)한규형이 다잡아 주셨죠. 지금은 많이 가까워졌고 호흡도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럼 김애준 선수의 파트너, 한진희 선수를 평가해본다면?

김애준=실력만 놓고 보면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와 비교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웃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논타기팅 스킬을 쓰는 챔피언을 잘 못다룬다는 것?

원거리 딜러들은 각자 선호하는 서포터 챔피언이 있더라고요. 김애준 선수는 한진희 선수가 어떤 서포터 챔피언을 할 때 가장 좋아요?

김애준=소나요. (한)진희형이 소나를 되게 잘하거든요. 그리고 소나 자체가 좋잖아요. 예쁘고(웃음).

그건 동감입니다(웃음). 이제 서머 시즌 애기를 좀 해볼까요? 16강 첫 경기가 제닉스 스톰전이었잖아요. 전 그 때 김애준 선수의 다이브가 아직도 생각나요. 상대 트위치를 잡으려고 억제기 타워까지 들어갔다가 죽었잖아요(웃음).

김애준=원래는 제가 잡을 수 있었어요. 근데 좀 실수를 했죠. 상대 스킬 쿨타임 체크도 안했고 몰락한 왕의 검이 둘 다 있었는데 제가 좀 일찍 썼거든요. 간발의 차이로 제가 잡혔는데 정작 동료들은 신경도 안쓰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저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나중에 방송을 보니 팬들이 되게 많이 웃으시더라고요. 제가 봐도 웃겼어요(웃음).

ESG라는 팀명으로 제닉스 스톰전을 치른 뒤 진에어의 후원을 받게 됐어요. 그리고 진에어 유니폼을 입고 마침 형제팀인 스텔스와 동시 출격까지 했고요. 근데 두 팀 다 0대2로 패했어요. 진에어 조현민 전무님까지 오셨는데 제가 다 아찔하더라고요. 그 때 심정은 어땠나요?

김애준=솔직히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집에 가고 싶었어요(웃음). 너무 민망했어요. 정말 슬픈날이었죠. 그래서 더 이를 악물게 되더라고요.

16강 마지막 경기에서 제닉스 블라스트에게 0대2로 지면 탈락하는 상황이었잖아요. 스텔스가 이미 탈락한 상황이라 부담이 심했을 것 같은데요.

김애준=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다행스러웠던 건 제닉스 내전에서 1대1이 나왔다는 거죠. 우리는 한 세트만 따내면 되니까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평소처럼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고 결국 승리했죠.

2세트에서는 챔피언 선택 과정에서 실수로 피즈가 골라 지는 바람에 전체적인 조합이 꼬였잖아요? 그 때 제드로 중단에 섰는데, 공식전으로는 처음이었죠?

김애준=제드는 정말 자신있어서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어요. 제드 얘기보다는 제닉스 블라스트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요. 마지막에 (오)장원이가 상대 우물 앞에서 오버를 하더라고요. 그 때 형들이 화를 많이 냈어요. 상대를 존중해야하는데 대회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요. 물론 이겨서 기쁘기도 했지만 경기 내내 블라스트 선수들의 멘탈이 무너진 게 느껴지더라고요. 장원이 행동은 이 자리를 빌어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빚어진 실수라고 생각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오장원 선수가 한 단계 성숙해지길 바랍니다. 자, 8강 상대가 SK텔레콤 T1이에요. 정말 운명같죠(웃음). 처음 대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김애준=솔직히 말하면 정말 만나기 싫었어요. SK텔레콤이 각 조 1위 네 팀 중 가장 두려웠거든요. 지난 시즌 내내 내전을 하면서 SK텔레콤이 얼마나 강한지 몸으로 직접 느꼈으니까요. 하지만 이왕 대전이 이렇게 나온 것, 이겨야하지 않겠어요? 준비도 철저하게 했고 이길 자신도 있어요.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SK텔레콤이 강하긴 하지만 지난 시즌 한솥밥을 먹었던터라 상대 스타일을 훤히 알고 있다는 점은 이점으로 작용할 것 같은데요.

김애준=그런 부분도 물론 있지만 '페이커' 이상혁이 정말 무서워요. 연습 경기 때도 (이)상혁이에게 항상 호되게 당했거든요. 그래서 8강전은 (오)장원이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맞라인전을 펼칠 '피글렛' 채광진 선수도 이번 시즌 상승세에요. 완전 물이 올랐죠. 어때요, 자신 있어요?

김애준=서로 잘 알기도 하고 연습 경기를 통해 많이 부딪혀봐서 자신은 있어요. (채)광진이와 정말 친한데, 대회에서 처음으로 대결을 펼치게 됐어요.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웃음).

'살인전차'의 활약을 기대해 보겠습니다(웃음). 일전에 복한규 선수가 그런 말을 했어요. ESG라는 팀으로 활동할 때 후원을 받으면 우승한다는 말이요. 그래서 SK텔레콤전이 더욱 중요할 것 같아요.

김애준=냉철하게 말하면 우승은 힘들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도 정상을 향해 열심히 하고 있고 대회에서 흔들리지 않는다면 꼭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해요. 전 일단 우승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눈 앞의 상대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이번 서머 시즌에서 진에어 팰컨스가 하늘 높이 비상하기를 바랄게요. 끝으로 김애준 선수의 목표 들어보고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김애준=지난 시즌 8강에서 탈락한 뒤 선수 생활을 지속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솔직히 (복)한규형이 이끌어주지 않았다면 은퇴했을 거에요. 제 목표는 '롤드컵' 우승이나 역사에 남는 선수가 되겠다는 것처럼 거창하지 않아요. 제가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갈 수 있는 곳까지 최선을 다해 달리고 싶어요.


글=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