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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e스포츠 기자의 그늘

[기자석] e스포츠 기자의 그늘
얼마 전 후배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사를 그만 둔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 또 다른 후배 한 명을 현장에서 만났다. 이번 달까지만 회사를 다니고 업계를 떠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두 명의 후배 기자는 데일리e스포츠 소속은 아니다. 매체를 밝힐 수는 없지만 e스포츠 업계에서 전도유망했고 전도유망할 것이라는 평을 들었던 후배들이다. 한 마디로 일 잘하는 다른 회사 후배들이었다.

어떤 업계든지 인력이 들어오고 나가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모험성이 강한 IT 분야의 경우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이 채용되고 비슷한 숫자가 회사를 떠난다. 그렇지만 e스포츠 업계는, 특히 e스포츠 기자의 경우에는 인력의 변동이 그리 크지 않다.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한 번 e스포츠 기자를 시작하면 꾸준히 업을 이어갔다. e스포츠가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알고 경험한 뒤 지원한 기자들이 많기에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이후에는 빠져나가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들어 그만 두는, 그만 두겠다는 e스포츠 전문 기자들이 부쩍 늘었다. 당장 2명의 후배들이 업계를 떠나겠다고 했고 잠재적인 퇴직자가 발생할 조짐도 보인다. 기자가 되기 전부터 e스포츠를 즐겨봤고 관심을 가졌으며 기자가 된 후에는 발에 땀나도록 현장을 누빈 기자들이 하나둘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e스포츠가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 1차적인 이유일 것이다. 한창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가 인기를 얻으면서 e스포츠의 시장은 확대되는 듯했다. 기업게임단이 줄 이어 생겨나고 선수들이 연봉은 억대급으로 올라갔다. 관중들은 늘어만 갔고 스타1 이외의 게임들도 e스포츠 대회를 열겠다면 방송사에 줄을 섰다. 그러나 어느 순간 거품이 빠지듯 열기가 사그라들었고 기업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경기 하락이 일어나면서 기업들은 몸집을 줄였고 지갑을 닫았다. 최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와 직결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2차 이유는 e스포츠의 호시절이 e스포츠 매체의 호시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e스포츠가 새로운 문화 콘텐츠,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적인 콘텐츠가 될 것이라 각광을 받던 시기에 e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업계가 성장했지만 매체는 성장하지 못했다. e스포츠의 열기에 부응해서 주간지가 발행되기도 했지만 3년을 넘기지 못했다. 게임단과 선수들은 컸지만 이들을 빛나게 해주던 매체는 동반 성장하지 못했다.

성장하지 못한 매체는 피로도가 높아진다. 리그가 확대되고 종목이 다양화되면 될수록 기자 한 명당 커버해야 하는 대회가 늘어난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리그가 저녁 시간에 배정되어 있고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들은 새벽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독자들에게 발 빠르게 소식을 전해주겠다는 마음에 과로를 하게 되고 피로도는 급증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국내 리그에 더 공을 들이고 인기 있는 종목만 취재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면 인기가 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만 취재하고 하락세를 타고 있는 스타크래프트2를 포기한다면 인력 운용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독자들은 "스타2는 왜 기사 안 쓰냐"며 항의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미봉책이다.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e스포츠 매체들의 현실과 이에 종사하고 있는 기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포털에서 e스포츠 섹션을 별도 편성해주더라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자가 없어서.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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