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은 24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엑스포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2015(이하 롤드컵) 4강 A조 오리겐과의 대결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면서 베를린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SK텔레콤은 이번 대결을 통해 결승전 티켓만 얻은 것은 아니다. 경기 내용에 있어서도 엄청난 수확을 거뒀다.

가장 큰 수확은 미드 라이너 이지훈의 건재함이다. 16강 조별 풀리그에서 두 번 출전한 것이 전부였던 이지훈은 오리겐과의 1, 2세트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이면서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했다.
1세트에서 SK텔레콤은 오리겐의 전략에 휘둘리면서 패배의 위기를 맞았다. 오리겐 선수들이 3~4명씩 몰려 다니면서 포탑을 철거하며 압박했고 장경환의 피오라가 두 번 연속 잡힌 것. SK텔레콤은 이번 대회 사상 처음으로 외곽 2차 포탑을 파괴당하면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지훈은 아지르로 중단을 지켜내면서 버팀목이 됐다. 대규모 교전에서도 이지훈은 모래병사를 활용해 상대 체력을 빼놓고 끝까지 살아 남으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2세트에서 오리겐의 미드 라이너 'xPeke' 엔리케 마르티네즈가 4전 전승 카드인 애니비아를 꺼내들었지만 이지훈은 오리아나로 대응했다. 오리겐 선수들이 수 차례 중앙 습격을 통해 이지훈을 잡아보려 했지만 이지훈은 노련하게 피하면서 당하지 않았다. 1, 2세트에서 이지훈은 8킬 11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동안 한 번밖에 죽지 않았다.

두 번째는 '벵기' 배성웅의 재발견이다. 롤드컵 8강을 마무리한 이후 정글러용 챔피언인 그라가스가 Q 스킬 버그로 인해 쓰지 못하게 되면서 정글러들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 시즌 엘리스, 렉사이와 함께 정글러 3대장으로 꼽혔던 그라가스였기 때문. 배성웅은 주목 받지 못했던 챔피언인 자르반 4세를 1, 2세트에 쓰면서 그라가스 글로벌 밴이 아무런 영향이 없음을 증명했다.
1세트에서 4데스를 기록했지만 2세트에서는 한 번도 잡히지 않으면서 11어시스트를 달성하면서 다재다능함을 증명했다. 자주 쓰던 렉사이로 플레이한 3세트에서는 톱 라이너 장경환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면서 3킬 1데스 11어시스트로 또 한 번 명품 정글러의 위상을 보여줬다.

세 번째는 장기전에서의 위기 관리 능력을 테스트해서 통과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롤드컵에서 40분이 넘는 경기를 거의 치르지 않았다. 조별 풀리그에서는 에드워드 게이밍과의 첫 경기에서 35분을 소화한 것이 최장 시간이었고 ahq e스포츠와의 8강에서는 3세트를 43분까지 끌고 간 것이 지금까지 가장 긴 경기였다.
오리겐과의 대결에서 SK텔레콤은 1세트에서 43분 동안 경기를 치렀다. 단순히 길게 끈 것 뿐만 아니라 오리겐이 외곽의 2차 포탑을 모조리 파괴한 탓에 30분 넘게 끌려 다녔다. 교전에서도 몇 차례 패하면서 킬 스코어가 역전되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운영의 묘를 살리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이지훈이 중단을 맡아주면서 오리겐의 파상공세를 저지했고 장경환이 상단에서 솔로킬을 내면서 균열을 만들었다. 내셔 남작의 바론 버프까지 챙긴 SK텔레콤은 오리겐이 허둥대는 동안에 스플릿 푸시로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대타나 후보가 아닌 식스맨으로서 제 역할을 해낸 이지훈, 챔피언 폭이 줄었지만 노련미로 극복한 배성웅, 불리하던 경기도 시나브로 뒤집는 운영 능력을 보여준 SK텔레콤은 명실상부한 롤드컵 우승 0순위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