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혹한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많은 언론에선 게임을 그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게이머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 교육열이 강한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여성가족부는 게임이 청소년들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글이나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서 몸서리를 치는 이들이 자신이 즐기지 않는 다른 게임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갑질도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하는 게임이 최고'라는 이기적인 의식에서 오는 폭력의 대물림 같은 갑질인데, 특히 비주류 e스포츠 종목의 기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와 서든어택이 있다. CS:GO 대회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댓글의 대부분은 서든어택에 대한 성토다. 해외에선 CS:GO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서든어택 따위'나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팀들의 발전이 없고, CS:GO가 묻힌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서든어택을 즐기는 유저들에 대한 도 넘는 폄하 발언까지 이어진다.
서든어택은 국내 시장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에 이어 2위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는 국민 게임이다. CS:GO만이 옳다는 주장은 서든어택을 즐기는 수많은 유저가 모두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시장논리에서 소수의 과격한 의견이 인정받을 수 있을까.
각자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 데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서로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폄하할 명분은 없다. 서든어택은 서든어택의 길이 있고, CS:GO는 CS:GO의 길이 있다.
서든어택 챔피언스리그 현장은 롤챔스 못지않은 응원 열기로 뜨겁다. 현장 한 번 오지 않고 키보드로 남의 열정을 판단하는 것이야 말로 갑질이 아니고 무엇인가. 막말로 갑도 아닌데 갑질을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CS:GO와 서든어택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게임들도 마찬가지다. 유저수가 적다는 이유로,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많은 종목과 유저들이 멸시를 당하고 있다.
노예생활이 길어지면 노예들은 서로의 족쇄가 금인지 동인지 따지면서 우열을 가린다는 말이 있다. 게임이 천대받는 사회로부터의 오랜 갑질로 인해 자신이 즐기는 게임의 우열을 가리기 시작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