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T1에게는 아쉬운 기억이 있다. 국제 대회 결승전에서 거의 지지 않았던 SK텔레콤은 2015년 신설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 결승전에서 에드워드 게이밍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2대3으로 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당시 5세트에서 SK텔레콤은 나르, 누누, 르블랑, 우르곳, 노틸러스를 선택했고 초반에는 유리하게 풀어가는 듯했지만 중후반에 계속 교전을 유도하는 에드워드 게이밍의 공격성에 휘둘리면서 패하고 말았다.

이 기억은 SK텔레콤 선수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2016년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을 우승하고 나서 한국 대표로 MSI 출전권을 손에 넣자 김정균 코치는 "르블랑, 우르곳, 노틸러스로 우승하겠다"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걸기도 했다.
2015년 MSI 이후 1년이 지나면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대세 챔피언들은 대거 바뀌었다. SK텔레콤이 2015년 MSI 결승에서 사용한 챔피언 5개 가운데 르블랑을 제외한 다른 4개의 챔피언들은 이번 대회에서 한 번의 밴도, 픽도 된 적이 없을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코치가 그 챔피언들로 우승하겠다고 말한 것은 그 정도로 MSI를 석권하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MSI 현장에서 만난 김정균 코치는 "사실 르블랑을 제외한 다른 챔피언들은 대세가 아니고 현장에서 그 조합으로 연습을 해본 적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여유가 된다면 정말 꺼내서 이기면서 그 조합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솔직히 말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의 상대가 북미 대표인 카운터 로직 게이밍이고 플래시 울브즈와의 대결에서 새로운 챔피언들을 꺼내면서 결승에 올라온 만큼 기존 경기들과는 양상이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또 SK텔레콤이 초반부터 2대0으로 앞서면서 유리하게 풀어간다면 3세트에서 이 조합을 꺼낼 여유가 생길 수도 있다.

1년 전에 아쉬움을 남겼던 조합으로 승리하면서 SK텔레콤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